이태 전인가... 헌법재판소가 '군필자 가산점 제도'를 위헌이라 결정함으로써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느라 청춘의 반짝거리는 값진 시기를 바쳤거나, 앞으로 바치게 될 수많은 한국 남성들의 '병역의무'에 대한 복잡다단한 생각 속에 '돈없고 빽없이 한국에 태어난 보통사람들의 업보'라는 해석을 굵직한 글씨로 한 줄 더 박아놓게 하는 허탈감을 주었었는데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의 응시자격을 남자의 경우 `병역을 필한 자(면제자ㆍ전역예정자 포함)'로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채용관행을 개선하라고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이제 이 문제에 있어서의 사회적 의제에서 군필자는 완전히 배제된 채, 군필자가 먹음직스럽게 구워놓은 놓은 파이를 놓고 군미필자 대(對) 여자, 군 면제자가 서로 나눠먹겠다고 악다구니를 펼치는 형국입니다.
뭐, 저도 군대를 25개월 동안 다녀온 입장이지만... 위의 문제를 의제로 내놓겠다는 건 아니고요... 그 이름도 거창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말로 우리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상 가장 큰 숙제를 뻔히 놔두고도 이렇듯 상대적으로 잡스러운 문제에 인권의 잣대를 갖다대고 요리조리 재어보느라 참으로 바쁘겠다(!!)는 생각에 치밀어오르는 안쓰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1년 11월 26일,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며,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기본질서를 확립하고자 설립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국가인권위원회가 제 기억으로는 단 한 번도 (아래에 제가 올린 의제였던) '국군포로와 납북자'의 인권문제를 제기해본 일이 있는 지 알쏭달쏭할 뿐입니다. 게다가 오히려 제3자라 할 국제사회가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고 있는 처절한 '북한주민의 인권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봉하고 있는 이유를 묻고 싶습니다.
아래에 발췌한 본문중에서도 나와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그동안 국내외의 주요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해왔더랬습니다. 실례로, 2003년에는 '인류 보편의 인권보호라는 명분하에 반전, 평화, 인권을 주장하며 전쟁반대 및 파병반대 성명발표를 강행한 바 있습니다. 당시 정부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지 입장을 발표했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외교문제, 한미관계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초월해 본연의 소임을 다하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정작 그렇듯 정치고려를 떠나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앞세운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라크전쟁과 같은 중대한 외교적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만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라는 거창한 정치적 고려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은 결국, 이곳 역시 이념적인 틀에 단단히 갇혀있다 아니할 수 없습니다.
우리 정권의 입장을 거스를 정도의 똥배짱을 보이던 국가인권위원회가 오히려 북한정권의 목소리와 눈치를 더 보고있는 것 아닌가 하는 야릇한 의문이 앞선다는 말입니다. 간첩과 빨치산 출신을 민주화 운동 기여자로 판단해 물의를 일으켰던 의문사진상조사위원회, 오히려 북한 김정일 정권의 논리에 맞춰 북장단을 치는듯한 국가인권위원회... 존재의 이유나 의미가 알쏭달쏭한 이 두 가지 위원회는 물론이지만, 이름도 알 지 못하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수십여 개의 대통령, 총리 직속의 무슨무슨 위원회... 그 실태도 비슷하리라 싶네요. 세금이 아까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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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상황에 대한 국내탈북자 의식조사' 보고서를 은폐하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태도가 또다시 지탄을 받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4년 동국대 북한학연구소를 통해 연구용역을 실시하였으나, 남북관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보고서 발표를 무려 4개월 동안 미루어 왔고, 지난 7월 15일에는 A4 용지 2장 분량의 보도자료와 함께 보고서 배포까지 준비했으나, 6자 회담에 장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이유로 또다시 조사결과 발표를 취소하였다.
분명히 드러난 참혹한 북한인권 실태
이 보고서는 단지 탈북자 150명에 대한 조사결과 임에도 불구하고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실태, 강제낙태와 영아살해, 공개처형, 식량난과 대량아사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있다. 특히 출신성분에 의한 차별 89%, 공개처형 인지도 94%, 부정부패 경험과 인지도 88%, 인신매매 경험과 인지도 83%, 강제낙태 경험과 인지도 60% 등 구체적 상황을 예측할 수 있는 통계까지 제시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아무런 정치적 고려 없이 보편적 인권 원칙에 입각하여 활동할 요량이면 이번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를 고려한다는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면서 보고서 공개방침을 철회하였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그 동안 북한주민들의 인권문제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라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유보될 수 있다는 식의 다분히 정치적 태도를 보여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가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정치적 중립성과 원칙을 가지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인권은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지는 권리로써 누구든지 태어날 때부터 갖는 천부적인 권리이다. 국제사회에서 인권은 국가주권에 대비되는 개인주권의 개념으로, 국가와 시대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어야 할 가치라는 사실은 이제 상식적인 이야기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 정치적 고려 없어야
여기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어서는 안 된다. 한 사회나 개인의 인권문제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정치적 고려에 의해 왜곡되거나 좌지우지되는 것은 인권을 왜곡하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 특정한 개인과 집단은 해당 인권 문제 자체를 소홀히 취급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 문제를 축소, 왜곡하는 반인권적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정치편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국가인권기구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도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탈북자들이 나서서 "북한인권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맡겨놓아서는 안된다"고 비판하는 판이다. 유독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만 편향된 태도를 취하고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객관적 조사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옳고 그름을 떠나, 국내외의 주요한 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해왔다. 실례로,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인류 보편의 인권보호라는 명분하에 반전, 평화, 인권을 주장하며 전쟁반대 및 파병반대 성명을 발표를 강행한바 있다. 당시 정부가 대국민 담화를 통해 미국의 이라크 전쟁 지지 입장을 발표했고,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대외정책과 외교문제, 한미관계 등에 대한 정치적 고려를 거론하지 않았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라크전쟁과 같은 중대한 외교적 현안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서만은 남북관계와 북핵 문제라는 거창한 정치적 고려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북한인권, 이제 조사할 때가 아니라 실천할 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의 태도는 매우 정치적이고, 비도덕적이며, 반인권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기구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자신들의 고유 영역인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은 도외시한 채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 문제 등 정부가 할일 마저 대신할 작정인가? 그런 것은 통일부나 국방부 같은 정부부처와 민화협, 민주평통 같은 기구에서 하고 있으니 인권적 원칙에 서라고 만든 국가인권위는 그 원칙에 충실하면 된다. 그것이 국가인권위의 설립 이유다.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입장표명은 더 이상 조사가 필요한 단계도 아니다. 수 천 만원을 들인 이번 보고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그 동안 국제인권기구와 국제인권단체에서 수차 발표한 바 있다. 북한인권 문제는 더 이상 자료의 문제가 아니다. 실천과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수집한다면서 차일피일 입장표명을 미룰 요량이라면, 더 이상 국민의 혈세를 축내지 말고 지금이라도 당장 북한인권 문제에서 손을 떼라. 그것이 국가인권위원회가 북한인권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일지 모른다.
오경섭 /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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