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업은 이윤을 위해 존재합니다.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이 명제에서 사실상 중요한 것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그 이윤의 주체입니다. 흔히들 기업의 이윤은 공적인 것처럼 얘기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손해보는 장사를 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이윤이란 바로 기업가, 투자자, 주주 등으로 불리는 자본가의 이윤입니다.
동일한 의미에서, 노조는 노동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합니다. 노동자의 이익이란 더 나은 임금, 더 나은 노동조건일 것입니다. 이는 태생적으로 자본가의 이윤과 대립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나은 임금과 노동조건을 들어준다는 것은 결국 자본가가 자신의 이윤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러므로 노사협상이란 결국 자본가의 이윤과 노동자의 이익이 대립하는 지점에서 합의점을 찾아보려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협상이 일방적인 것이 되지 않기 위해서 자본가에겐 고용주로서의 권리, 노동자에게 피고용인으로서의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저는 아직까지는 피고용인의 권리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을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은 이것이 바로 귀족노조 문제를 생각해 보는데 기본적인 요소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입니다.
현대자동차 노조를 귀족노조라고 비난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임금 인상이 하청 업체들의 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다르게 본다면, 현대자동차가 '귀족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현대자동차는 파업 손실분을 소비자와 하청업체에 떠넘김으로써 기업의 이윤을 보전하려고 합니다. 이러한 떠넘김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데에는, 하청 업체가 자신들의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현대자동자의 자신감 때문입니다.
왜 노동자의 이익을 위한 행위는 귀족노조라고 비난하고, 기업의 이윤을 위한 행위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입니까? 현대자동차 노조의 행위가 귀족노조의 행위라면, 현대자동차 기업도 귀족기업이라고 동일하게 비난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 기업의 행위가 이윤을 위해 정당한 것이라면, 노조의 행위도 이익을 위해 정당한 것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즉 도덕적 평가의 이중잣대를 치우고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2.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난하는 다른 한 가지 이유는 그들이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정규직 노조가 더 큰 대의를 위해서 비정규직 문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규직 노조로서도 이는 고민스러운 일일거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밑에서 얘기해보겠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비정규직 문제가 갖는 법적 문제 때문입니다.) 협상테이블에 비정규직 문제를 들고 나가기 위해선 자신들의 이익의 큰 부분을 포기해야 할테니 말입니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결국 법제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입니다.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하도급 업체 노동자입니다. 기업에서 인력회사 같은 하도급 업체에 외주를 주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비정규직은 원청업체와 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사실상 없습니다. 원청 기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너희는 우리 직원도 아니고, 우리가 너네와 직접 계약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너네 처우문제는 너희 회사와 얘기해라"라고 말합니다.
지난 봄 울산의 건설플랜트 노조의 파업이 바로 이러한 잘못된 구조에 항의하며 일어난 것입니다. A 회사(원청)의 작업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고 출퇴근도 이곳으로 하지만, B 회사(하도급)에 소속되어 있고 그곳에서 월급을 받는다는 이유로 A 회사의 형편없는 근로조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현실을 문제삼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플랜트 노조의 경우, 가장 큰 요구 조건이 원청 업체와의 교섭권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원청 업체야 법적 책임이 없으니 귀찮게 들어줄 이유가 없지요. 사회적 이슈가 되자 들어주는 척만 하다가 끝났습니다.
결국 비정규직의 문제는 한 기업의 노조에 요구할 것이 아니라 주무부처인 노동부나 입법기관인 국회를 압박해야 할 문제입니다. 물론 각 기업의 노조에서부터 양대 노총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들이 요구한다면 노동부나 국회에선 큰 압박이 되겠지요. 이는 노조에 소속되지 않은 유권자들도 해야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3.
모든 문제에 각각 딱 들어맞는 답이 있다면 세상은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않기에 이러저러한 해답을 모색해야 하는 거겠지요. 더 나은 해답을 모색하기 위해선 다양한 입장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언론은 일방적인 의견만을 제시하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신문이나 뉴스의 기사를 보더라도 한번 더 생각해보고 판단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얘기 중 사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틀린 부분을 지적해주신다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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