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제가 오라노트 사용자 모임에 썼던 글을 옮겨 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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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노트 같은 허접한(?) 오디오는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자고로 오디오를 취미로 하는데 한 샷시 안에 튜너와 앰프 CDP까지 있다니..
이건 오디오 매니아로서 자존심 상하는 일이야!!"
오디오쇼에 나가서도, 행여나 지인 댁에 있던 오라노트도 모두 내 관심 밖이었지요.
그러던 중 작년 겨울 쯤이었나... 아니면 올 봄이었나...
AI700 업그레이드를 받기 위해 방배동 에뮤 사무실에 들렀습니다.
시청실에 들어섰을 때 이글스톤웍스 안드라3 스피커에서 잔잔하게 나오는 올드재즈 음악을 듣고서는...
앰프는 당연히 곁에 있던 마크레빈슨 모노블럭에 물린 소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마크레빈슨 33HL 모노블럭을 좀 더 자세히 보기위해 가까이 다가갔을 때,
마크 앰프에 불이 꺼져 있다는걸 알았지요.
그러면 어느 앰프에 연결된 소리지?
스피커 선을 따라가보고 나서야 놀라서 "헉~" 하는 소리와 함께 눈이 똥그래졌습니다.
그래봤자 작은 눈이지만.. -_-;;
이게 이 쪼그만 앰프에 연결된 소리라고?
이놈이 구동하기가 어렵다고 소문난 안드라3 스피커를 여유롭게 울린다고?
기가막혀서 사장님께 부탁해서 볼륨을 좀 더 올리고 몇곡을 더 들어봤습니다.
안드라3 스피커를 구동하는 구동력도 놀랍지만,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굳이 기대할 필요가 없었던) 스테이징이나 해상력도 발군이었습니다.
사장님의 설명으로 ICE POWER 모듈 채널당 125W짜리가 들어가 있다고 하는데
디지털 앰프의 냄새도 별로 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내가 디지털 앰프를 쓰고 있지만서도..
여전히 디지털 앰프에 대해서는 완전한 호감을 가지고 있던건 아니었거든요.
그저 예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보인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순A급 앰프나 아날로그 앰프에 비해서
악기의 질감이나 음색에서 다고 밋밋하고 차갑다는 느낌은 계속 가지고 있었거든요.
다만 효율이 좋고 편의성때문에 디지털 앰프를 선호하는 입장이긴 했습니다만...
오히려 내가 듣고 있던 AI700에 비해서 더 부드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뮤 청음실 음향 튜닝을 잘 해서 그런가..?
나름 위안아닌 위안을 하고 내 앰프인 AI700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날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라노트V2의 예찬론자가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쓰던 더 비싼 AI700을 오라노트로 바꾸는 미련한(?) 짓은 하지 않았지요.
당장 스펙부터 내 AI700이 훨씬 높았으니까요.
대신 오디오 입문자나 300만원 정도의 예산으로 오디오를 시작하려는 분들께 적극 추천을 했지요.
그리고 올여름... 점점 귀차니즘이 극으로 치닫을 즈음.....
밤에 음악을 듣다가 잘 때가 되면 와이프와 서로 오디오를 끄라고 등떠미는 일이 한두번이 아니었던 터라
소리는 좋으되 좀 더 편리한 오디오를 하나 더 들이자고 와이프와 합의를 보았습니다.
DAC과 앰프를 랙까지 직접 가서 손으로 꺼줘야 하는게 은근 귀찮은 일이었거든요.
제 와이프는 제가 늘 경제적인 분수 안에서 오디오를 하는걸 아니까 오디오 하는데 반대를 안하는 편입니다.
단, 디자인이 맘에 안드는 오디오가 들어오면 태클을 겁니다. 흠..
그래서 몇가지 품목이 물망에 올랐는데..
최종적으로 루악 R7과 오라노트V2가 결승에 올랐습니다.
루악 R7도 작년 오디오쇼에 가서 들은 이후 저에게 썩 좋은 이미지로 남아 있었습니다.
고가구 같은 디자인에.. 편의성도 좋고 소리도 썩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러나... 바뜨...
지금 사용하고 있는 랙 을 치우지 않으면 R7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습니다.
해서.. 결국 오라노트V2로최종 낙점이 되었지요.
게다가 가격에 있어서도 오라노트V2와 100만원 정도의 스피커를 사는게
루악 R7보다 더 저렴했습니다.(루악 R7은 소비자가 470만원, 할인을 받아도 400만원 초중반)
오라노트는 에뮤 사장님과 안면을 이용해서 시중 대리점이나 인터넷보다 더 저렴하게 살 수가 있었지요. 흐~
암튼.. 스피커까지 해서 300만원을 살짝 오버하는 가격에 구입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스피커 케이블은 예전에 인기가 좋았던 고담 스피커 케이블을 중고로 구했습니다.(7.5만원)
암튼... 토털 350만원 이하로 서브시스템을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신혼부부들에게도 아주 좋은 선택이 될 듯 합니다. ^^v)
스피커를 선택함에 있어서도 몇가지 알아보다가
최종적으로 결승에 오른게 B&W CM1, 솔루스 앙뜨레, 데이비스 어쿠스틱의 올림피아원이었는데
CM1이야 롱런하는 제품이라 성격도 많이 알려지고 나중에 중고로 팔 때도 큰 부담이 없어서 1순위로 두고 있었지만..
에뮤에 가서 들은 데이비스 어쿠스틱의 올림피아 원을 들어보고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평범하게 생긴 스피커가 아주 맹랑한 소리를 내주는겁니다.
스케일도 물리적 크기에 비해서 거의 2배 이상의 스케일을 내 주는 아주 웃긴 놈이었지요.
게다가 이탈감이 좋아서 무대와 공간을 만들어주는데도 탁월했습니다.
이탈감 하니까 생각나는 스피커가 있네요. 비엔나어쿠스틱의 스피커들입니다.
비엔나어쿠스틱의 스피커들이 디자인도 이쁘고 음악성도 좋고.. 질감도 참 좋은데..
단 한가지.. 소리의 이탈감이 없습니다.
아마 세팅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지인분들 댁에 몇번 가서 경험한 바
모두 공통적으로 소리의 입체감이 잘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동급의 다른 스피커들에 비해서 무대의 크기도 작고 3D 입체감이 부족했습니다.
베토벤그랜드가 그랬고.. 대형기인 말러도 그랬습니다.
로하스 계열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런 특징의 스피커들을 좋아하겠지만,
저는 오디오를 판단할 때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항목이 무대 이미지입니다.
아마도 이래서 20년 가까이 하이엔드 성향의 사운드만 듣나봅니다. ㅎㅎ
(우리집에 로하스 계열의 스피커가 들어온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예전에 에뮤에서 들은 솔루스 앙뜨레 스피커도 그 음악성에 감탄을 했었는데..
이 스피커는 지금 재고가 없어서 포기~
결론은.. 최종 스피커로 B&W CM1 Series 2가 들어왔습니다.
왜? 올림피아원을 들이지 않았냐면...
CM1보다 50만원 정도 더 비싸기도 했지만 일단 CM1으로 듣다가..
6개월이나 1년쯤 후에 올림피아원을 들일 생각입니다.
이놈의 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서 언젠가는 꼭 써볼라구요. ㅎㅎ
오디오는 바꾸는 재미를 무시할 수 없잖아요. ㅋ
CM1 스피커가 새삥이라 길이 드는데 시간이 좀 필요한 듯 해 보여서
하루에 4~5시간씩 매일같이 틀어주었습니다.
오디오 기기들이 우리집에 들어오면 제가 가장 먼저 하는게 소비전력 체크입니다.
오라노트V2도 예외가 아니죠.
후면 전원스위치를 올리면 스탠바이 모드가 되는데, 이때가 19W 정도 소비됩니다.
그리고 전면의 스탠바이 스위치를 On 하면 23~25W 정도 소비하네요.
디지털앰프답게 볼륨에 상관없이 일정한 전기를 소비합니다.
이 정도면 한달 내내 음악 틀어놔도 한달 전깃세 1,700원입니다.
(네이버 전깃세 계산기로 계산해본거임. ㅎㅎ)
암튼 이놈이 들어온지 한달 정도 되어가는 지금...
CM1 스피커를 제법 여유있게 드라이빙하는 듯이 보여...
이렇게 사용기를 쓰게 됩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