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의 연정 발언은 2003년 10월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재신임을 받겠다”고 폭탄선언을 한 ‘재신임 정국’ 때와 비슷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정권 출범 8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당시 노 대통령은 측근인 최도술, 안희정씨의 비리사건과 불법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고 있었다. 결국 노 대통령이 대통령 직(職)을 걸고 던진 승부수는 성공했고 2004년 탄핵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새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13대 총선 때부터 이어져온 여소야대 상황을 처음으로 여대야소로 바꾸었다.
정치구조 개편 시도에는 의원내각제 개헌을 통한 장기집권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꿀 경우 현 정당 구도와 지역감정을 감안한다면 영남에서는 열린우리당이 2등으로 의석을 얻을 수 있으나, 호남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1등과 2등을 나누어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 한나라당이 의석을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 더욱이 중·대선거구제 채택을 의원내각제 개헌으로 바로 연결하는 것은 무리지만, 형식논리상 중·대선거구제와 의원내각제는 서로 직결되는 듯한 느낌을 버릴 수 없는 게 정치현실이다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은 이미 밀어닥치고 있는 레임덕 현상에 따른 심리적 불안상태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잘 나갈 때는 모르겠지만 힘이 없어지면 합당이나 내각제를 통해 정권을 연장하거나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으려는 생각이 들게 돼 있는 게 권력의 생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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