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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을 씹어먹는 작은 거인 엘탁스 모니터1
HW사용기 > 상세보기 | 2015-06-02 22:19:08
추천수 120
조회수   20,286

제목

공간을 씹어먹는 작은 거인 엘탁스 모니터1

글쓴이

이현창 [가입일자 : 2003-08-16]
내용














 

사무실에 설치할 스피커가 필요했습니다. 음악을 듣는다기보다는 컴용 스피커 겸 음악도 들을 목적이었습니다만, 이런 경우가 저같은 오디오쟁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고민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컴 사운드가 목적이라고는 하나 음악은 들어야겠고. 여기다 기백짜리 스피커를 살 수는 없고. 사이즈 역시 작아야하는데. 홈씨어터 리어스피커를 쓰기는 싫고. 이런 고민 한 번 쯤은 해보셨을겁니다.

신품이건 중고건 가격은 20 언더로 잡고......앰프가 중고 7만원짜리......의외로 살만한건 많은데 딱 찍히는건 없었습니다. 내가 왜 이런 고민을 하나 답답하기 짝이 없었습니다만, 이런 고민들을 즐기는 내 자신이 거울에 비치더군요.

그래. 지르는 내 모습만큼 뿌듯한 건 없지 속으로 되뇌이면서 말이죠. 어찌 보면 정말 간단한 문제를 왜 그리도 고민하는지. 어쩔 수 없는 오디오환자들의 모습이죠^^


 

이틀 정도 장터 뒤져보고 신품도 골라보다가. 와싸다에서 이벤트 중인 작은 스피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화이트 색상의 작은 사이즈. 엘탁스 모니터1. 일단 이뻤습니다.

판매페이지 상에 보이는 스피커의 자태는 이제 막 피기 시작하는 백합의 그 아우라가 느껴지더군요.

적당한 가격도 좋았지만, 사이즈가 딱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4인치 우퍼 사이즈. 가격도 178000원.

하이파이에 기반을 둔 모니터스피커라는 부분까지.

어느새 저는 주문을 마쳤고 다음날 배송을 받았습니다.


 

오디오 좀 하셨다는 분들은 '엘탁스'라는 브랜드를 잘 아시겠지만, 오디오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덴마크에서 건너 온 엘탁스라는 브랜드는 그저 듣보잡일 수 밖에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엘탁스라는 브랜드는 무려 1950년대부터 스피커를 생산해 온 전문브랜드입니다. 국내에서는 하이파이쪽보다는 5.1 채널의 AV스피커로 그나마 좀 알려졌습니다만, 엄연히 하이파이가 태생의 주를 이루는 브랜드입니다.

지금이야 생산국이 전부 중국쪽이라고는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덴마크산 엘탁스 스피커를 만나보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죠. 전형적인 유럽풍 사운드. 그 중심에 굳건히 자리잡고 버틴 엘탁스라는 브랜드는 오디오애호가들에겐 그저 믿음직하고 친근할 뿐입니다^^











 


 

박스를 열고 제품을 꺼냅니다. 아... 신품의 향기. 뭐 좋은 향이라기 보단 비닐 냄새, 스티로폼 냄새가 전 향기로 느껴집니다.

제품 구성은 4인치 우퍼에 1인치 트위터. 특이한건 알루미늄 재질의 스파이크가 장착되어 있고 슈즈를 받치거나 스파이크 끝쪽을 분리해 그냥 거치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바닥을 보니 스파이크의 존재가 바로 이해가 되더군요. 덕트가 바닥으로 향해 있습니다.

아마도 좁은 공간에서의 사용을 염두에 두고 설계를 한듯한 느낌입니다. 제품 특성상 니어필드 리스닝의 청취환경에 대한 배려와, 좁은 공간에서 중고역대의 명료함을 잃지 않으면서 보다 더 저역의 양감을 배가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 느껴졌습니다.

매뉴얼에 기재된 스펙과 외관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에 대해 체감을 했으니 이제 들어봐야죠.


















 

제품을 구매하기 전 제일 고민했던 부분이 액티브스피커를 살것인지 앰프를 살것인지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몇만원짜리 컴스피커라면 액티브가 좋겠지만, 어느 정도 소리 좋은 액티브스피커 가격은 잘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가장 가성비로 갈 수 있는건 지금처럼 앰프에 걸어서 듣는 것입니다.

중고 7만원에 산 앰프에 스피커까지 대략 25만원선에 사무실용 오디오를 만들었죠. 넘치지도 않고 아쉽지 않은 선택이라 자위를 하며 자기만족이라는 최면을 스스로에게 걸어봅니다.


 

어. 이거 뭐지?

깜짝 놀랍니다. 이 녀석의 형뻘인 모니터3 제품은 북쉘프 바닥에서는 이미 짱을 먹은지 오래 된 제품이니 그저 막연한 기대가 된다고들 합니다만, 사이즈와 가격으로 선택한 이 녀석에게서 놀라운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특히 놀라웠던 부분은 저역의 양감입니다. 풍성하면서 넓은 무대를 이 조그만 녀석이 만들어 가는겁니다. 아래로 향한 덕트는 상당히 자연스러우면서 단단하게 조여줍니다.

투웨이 방식의 북쉘프스피커입니다만, 얼마나 포커싱이 좋으냐면 마치 풀레인지 스피커를 듣는듯한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중고역대와 저역대의 밀당을 통해 느껴지는 일체감은 실로 놀랍기 그지 없습니다.

더군다나, 바닥을 향한 덕트가 만들어내는 저역의 약감은 집문짝만한 사이즈의 풀레인지 베플에서 나오는 그런 양감과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입니다.
















 

제가 만족하게 사용했던 다인이나 프로악같은 어느 정도 가격이 나가는 스피커들이라면 당연히 좋은 소리를 기대합니다. 왜? 돈값을 해야하니 말입니다.

입문기 중에서도 매우 저렴한 쪽에 속하는 이 제품은 그저 '작은 거인'이란 말 밖에는 다른 설명이 힘들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기백만원대 스피커보다 좋은 소리를 내준다고는 말씀 드리지 못합니다. 그저 이 가격대에서, 이 사이즈에서의 비교에서라면 어느 스피커가 대적할 수 있을까 싶더군요.

놀라운건, 싸구려 중고앰프에 걸어서 들은 소리에서 전 놀랐다는 것입니다. 대충 앰프를 물려도 구동에 어려움이 없다라는 부분은 겪어보신 분들은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 정도 가격의 스피커에 비싼 앰프를 걸어서 들으실 분이야 많지 않으리라 보고, 제가 걸었던 앰프와의 비교가 어쩌면 가장 정확한 판단이리라 전 생각합니다.


 

며칠 후 제 호기심은 이 넘을 가지고 집에서 들어보기로 합니다.

10배가 넘는 가격의 앰프에. 세 배 정도 하는 케이블에 걸어서 소리를 내보았습니다. 저보다 잘 아시겠지만, 스피커는 앰프의 거울입니다. 더 좋은 앰프를 만나면 더 노래 잘하고 자기보다 못한 앰프라면 그만큼 노래가 줄죠.

확실히 다른 소리를 내주더군요. 하지만, 스피커의 한계 역시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좋은 시스템을 만나서 같이 어울리기엔 역시 아쉬움이 묻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전 이 넘을 토닥거려 주었습니다. 연봉 5만불의 마이너리그 투수가 트리플A를 씹어먹어도 메이져에 올라오면 처참히 사라져 간다는 현실. 그건 어디나 통하는 불변의 진리인가요?

대략 중고가 30만원대 미만의 앰프를 걸어주고(더 싸구려도 좋습니다) 좁은 공간에서의 스피커로는 그냥 다 먹어줍니다. 책상 위, 방에서의 천취환경은 올킬이라고 전 봅니다. 비슷한 스피커 가격대에서는요.

엄청 넓은 공간(거실같은)에서의 이 녀석은 그저 초라합니다. 아쉬움도 묻어나고 어딘가 한계가 분명히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스피커를 집 거실에서 들어보고는 바보같은 내 자신에게 웃었습니다. 좁은 도로 위를 신나게 재끼고 달리는 경차급의 녀석에게 아우토반을 휘저으라는 요구는 앞뒤가 안맞으니 말입니다.


 

좁은 공간이나 방에서의 서브시스템용으로 엘탁스 모니터1은 충분히 아름다운 녀석입니다.

가격을 잊게 만드는 소리와 공간을 제압하는 힘은 그저 경이롭네요. 엔트리급 스피커임에도 불구하고 하이파이에 기반을 둔 모니터스피커답게 잘 맞춰진 밸런스와 다루기 자연스러움이 느껴지는 사운드의 성향은 만족 그 자체입니다.

저가라고 하기도 뭐한 싸구려 앰프에 물려도 대역간의 연결이 자연스러우면서 섬세한 표현에 쉬운 구동까지 가능하다는건 이 녀석의 올라운드플레이에 가장 합당한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앰프를 뭘로 해야 하고 케이블은 뭘로 해야 할까 고민없이 그저 최악의 상황에서도 만족스러움을 줄 수 있는 스피커라면 우린 그 가치에 대해 인정해 줘야 하지 않을까요?

모니터스피커답게 중립적인 경향을 보여주며 풍부한 정보량도 무난히 소화해주는 대역간 밸런스가 잘 맞아 돌아가는 모니터1.

좋은 가격에 디자인까지 이쁘니 이렇게 리뷰를 쓸 수 밖에 없는 착한 스피커 맞습니다.

여러분의 작은 공간을 확실하게 씹어줄 스피커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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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철 2015-06-03 13:41:32
답글

잘 봤습니다. 관심에 없던 스피커였는데..리뷰의 힘은 크군요

민병준 2015-06-03 14:35:09
답글

저도 이 스피커 샀습니다.
아직은 장점이다 말하기엔 그렇습니다만 옥션이나 g마켓에서 17만원에 팔구요.
할인 5천원 쿠폰이 붙으면 16.5만에 살 수 있습니다.

김호영 2015-06-07 16:27:09
답글

철저히 책상위에서 울리기로 작정하고 태어난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탠드에 올리면 저음이 '빈'하게 들릴것 같습니다. 엘탁스3 급으로 올라가면 구경은 더 커져서 어떤 성향이 될 지 모르겠으나, PC-FI 입문기로 이처럼 '저렴'하고 '편한' 스피커가 다시 있을까 싶네요.

김규성 2020-08-22 08:53:25
답글

저도 잘쓰고 있어요 2020년 입니다. 소리 맑고 저음도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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