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참 거창한데, 우선 전 케이블을 잘 알지 못하는 케이블 초짜입니다.
얼마전까지 만해도 케이블 무용론자는 아니었어도 케이블을 잘 모르는 무지론자였습니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이러저러한 이유로 케이블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킴버 1011은 동선 계열의 중급 케이블을 대표하는 선재이고,
오이스트라흐는 요즘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국산 케이블인데,
지금부터 이 두 케이블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제가 전문가가 아니니 기술적인 내용을 분석하기보단,
제가 청취한 음원을 가지고 두 케이블의 차이에 대해 논할까 합니다.
브람스 현악 4중주 3번 B flat장조 op. 67
부쉬 현악 사중주단 1949년 녹음
킴버 >> 오이스트라흐
킴버 1011이 더 느낌이 좋습니다. 킴버는 모노 녹음의 고색한 음향을 지루하지 않고 넉넉한 울림으로 잡아냅니다. 이에 반해 오이스트라흐는 모노음원을 스테레오 비슷하게는 들리게는 하지만 모노 특유의 정감을 살려주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쇼팽 전주곡 op.28
마르타 아르헤리히 1975년 연주
킴버 = 오이스트라흐
쇼팽 전주곡 1번 아지타토의 경우 킴버는 두터우면서도 배음의 매력을 가진 반면 오이스트라흐는 저역과 고역의 콘트라스트가 뚜렸합니다. 이 곡의 경우 어떤 케이블이 더 좋다라고 말하기는 힘드네요.
바하 마태 수난곡 BWV 244
칼 뮌힝거 (지휘) 슈트트가르트 실내관현악단, 슈트트가르트 합창단 1964년 녹음
킴버 << 오이스트라흐
제가 사용하는 진공관앰프(캐리 SLI80)이나, 턴데이블 카트리지 (오르토폰 SPU) 애서, 성악은 오이스트라흐가 한 수 위입니다.
특히나 마태수난곡에 등장하는 마태복음 24장 42절의 그 유명한 대목에서, 헤르만 프라이가 부르는 예수의 인간적 고뇌의 감동은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킴버도 물론 진중한 표현을 하지만, 피와 땀이 내면에서 흐르는 그 미묘한 고통의 뉘앙스는 오이스트라흐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2번 A장조 op. 100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스바아토슬라브 리히터 (피아노) 1972년 녹음
킴버 << 오이스트라흐
아시겠지만 네오복스 인터케이블 오이스트라흐는 바이올린 연주자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의 이름을따서 만든것입니다. 제작자분이 오이스트라흐를 특별히 좋아하시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David Oistrakh (1908/09/30 ~ 1974/10/24)
잘쯔부르크 페스티발에서 열린 이 연주에서, 이 위대한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의 이름을 가진 인터케이블은 킴버를 압도합니다.
우선 오이스라트흐는 오이스라트흐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의 청량함을 잘 소화해냅니다. 반면 킴버 역시 신사답긴 하나 오이스트라흐 만큼의 마이크로 뉘앙스를 잡지는 못하네요. 또 하나 킴버는 스비야토슬라브 리히터의 피아노음을 너무 동글동글하게 말아내고 있습니다. 오이스트라흐는 판판하게 펴주는데 말이죠.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 op. 58
마르타 아르헤리히 1965년 연주
킴버 << 오이스트라흐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데뷔 음반인 이 EMI 에비로드 녹음에서는 확실히 오이스트라흐가 낫습니다.
저역과 고역의 콘트라스트에 덧붙여 아르헤리치 특유의 기름진 타건도 잘 잡아내내요.
Bach cantata BWV119 “예루살렘아 주를 찬양하라”
귄터 라민 (지휘) 라히프치히 토마스 합창단/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1953년 녹음
킴버 >>오이스트라흐
킴버가 낫네요. 모노음원중에서도 특히 고역이 높은 경우, 아니면 원래 녹음에서 고역부분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은 경우
오이스트라흐는 고역대가 너무 시끄럽게 들립니다. (킴버도 약간 시끄럽긴 합니다만)
지휘자 토스카니니의 연주 등 모노음악에서는 킴버가 압권입니다.
모차르트: 현악 5중주 1번 B flat장조 KV 174
탈리히 현악4중주단 1999년 녹음
킴버 <<오이스트라흐
디아파종 황금상을 받은 이 녹음에서 오이스트라흐는 킴버를 압도하는 연주를 들려줍니다.
특히 2악장에서 주도적인 제1바이올린이 킴버에서는 다른 악기군에 묻히는 반면 오이스트라흐는 유려한 선율을 윤곽감있게 들려줍니다.
코렐리 트리오 소나타 3번
스트라바간자 앙상블 2013년 녹음
킴버 << 오이스트라흐
24비트나 DSD같이 대역폭이 큰 음원은 오이스트라흐가 킴버 보다 더 소화를 잘해 내는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쇼스타코비치 비올라 소나타 op. 147
유리 바쉬맷 (비올라)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 (피아노) 1982년 녹음
킴버 >> 오이스트라흐
비올라 독주에서 만큼은 킴버가 실제 비올라와 더 비슷한 음색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오이스트라가 음이 높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비올라의 살집이 조금 킴버에서 더 묻어납니다.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3번
보로딘 현악사중주단 1983년 녹음
킴버 <<오이스트라흐
바르톡과 마찬가지로 쇼스타코비치의 현악사중주는 고전이나 낭만시대의 사중주보다 그 대역대가 더 넓습니다. 쇼스타코비치의 현악 4중주 3번에서도 킴버는 중후한 감은 나는데 다이내믹과 입체감에서 좀 오이스트라흐에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킴버가 첼로의 양감은 있지만 저역의 깊이는 오이스트라흐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멘델스존 피아노 3중주 1번 D단조 op. 49
Martha Argerich (piano), Renaud Capuçon (violin), Gautier Capuçon (cello) 2002년 녹음
킴버 <<오이스트라흐
사실 바로 이 연주 때문에 저는 오이스트라흐를 한조 더 구입해 지금은 오이스트라흐두 조를 사용중입니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이렇습니다.
언젠가 이 3중주곡의 3악장을 오리스트라흐에 물려 듣고 있는데,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갑자기 음이 살아서 스피커 밖으로 뛰어나오는 느낌이 들었고, 그것은 참으로 신기하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다 저는 킴버 1001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DAC로 음악을 듣는 저는, DAC에 물려 있던 오이스트라흐를 턴테이블로 보내고 그 자리에 킴버를 꽂았습니다.
비싼 것이 더 좋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이 멘델스존의 3중주를 다시 킴버에 물린 DAC로 들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이스트라흐에서 들었던 신선한 느낌이 킴버에서는 안나는 겁니다. 사실 킴버가 모노 음악을 잘 소화하는데다, 젠틀하고 진중한 분위기를 풍겨 큰 불만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최신 녹음이나 위에서 언급한 마태수난곡과 같은 성악곡들의 뉘앙스는 킴버가 오이스트라흐에 밀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오이스트라흐에 대한 갈증이 다시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킴버를 내치자니 모노음악 군이 밀리고 오이스트라흐를 보내니 이런 갈증이 생기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제가 진공관 앰프에 물린 소스기기는 티악 DAC UD-501입니다. 밸런스 단자가 있고 언밸런스 단자가 있지요. 해서 생각난 것이 네오복스 사장님께 밸런스-언밸런스 케이블을 특주하는 것이었습니다.
해서 지금 티악 DAC에서 인터선 두개를 앰프에 연결해 킴버와 오이스트라흐를 번갈아 듣는 것이 가능해진겁니다.
비틀즈 For no one
1966년 녹음
킴버 <<오이스트라흐
지금 한반도를 들썩이고 있는 폴 메카트니가 부르는 이곡은, 좀 재미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은 이 곡에다 호른을 투입시켰는데요, 그 호른 연주자는 당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의 호른 수석 앨런 시빌 이었습니다. 앨런 시빌은 그 유명한 데니스 브레인과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에서 같이 연주했었죠. 오이스트라흐가 킴버에 비해 가진 장점중의 하나가 목관이나 금관의 음색을 잘 소화해 낸다는 것입니다. 폴 메카트니의 베이스도 적당하게 잘 울려줍니다.
아이유 그냥 보통의 존재
킴버 << 오이스트라흐
제가 아이유란 가수의 이름은 알지만 노래는 잘 알지 못합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노래를 들었는데, 아이유는 진공관에 어울리는 오디오적 쾌감을 주는 목소리를 가진 것 같습니다. “그냥 보통의 존재”라는 노래도 원래 부른 가수인지 그룹인지가 따로 있는 모양이던데, 어쨌든 오이스트라흐로 들으니 참으로 감칠맛이 납니다. 킴버는 좀 졸립니다.
구혜선 갈색머리
킴버 = 오이스트라흐
제가 아는 몇 안되는 가요중의 하나인 갈색머리는 킴버와 오이스트라흐 각기 개성을 가지고 들려주네요.
어떤 케이블이 더 좋다고는 얘기할 수 없겠습니다.
우선, 오이스트라흐로 들으면 구혜선의 상큼하고 귀여운 매력을 느낄 수 있고, 또 킴버로 들으면 “구”혜선의 목소리가 참으로 “구수”하게 들리는 장점이 있네요.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킴버 1011이나 오이스라흐 둘다 좋은 케이블입니다.
그리고 하나가 다른 하나에 비해 절대적 우위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물론 위의 글은 저의 <주관적>인 느낌이고, 사람마다 취향이 다를 수 있습니다.
케이블 선택에 참조가 되시길 바랍니다.
자, 저는 다시 케이블 무지론자의 동면 속으로 들어가려 합니다.
케이블 신경 안쓰고, 이젠 음악만 들으려고 합니다. 당분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