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나쁜 제도라도 급격하게 바꾸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칠까.
부동산 정책은 애초 잘못된 진단에서 나와 2년 반을 표류하며 집값 상승을 부채질했
다.
애초 부동산 대책은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로 시작해 중대형 평형으로 번졌다.
강남불패에 대해 “강남불패(不敗)인지, 대통령 불패인지, 어디 한번 해보자”는 노무
현 대통령의 단호하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10.29대책은 강남을 겨냥한 정책의 하이라이트
정부는‘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한 아파트에 섞어 살게 하는 소셜믹스(Social
mix)라는 것까지 고안해 냈다.
취지야 얼마나 좋은가? 그러나 이들이 매일 맞대고 살면 누가 더 위화감을 느끼게 될
까. 정말 깊이 생각하고 내놓은 아이디어인지 모르겠다
시장은 공급부족이라고 했지만 정부는 투기세력의 준동이라 진단했다.
“강남 때리기” 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특정지역에 대해 정부가 사생결단의 자세로 밀
어붙였다.
올들어 강남주변지역 아파트 값이 들먹거리고,판교신도시 주변 지역의 집값 상승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다.
판교 발 집값 폭등은 중대형 물량을 줄이고 분양가를 인위적으로 낮추겠다고 한 정부
가 자초한 일이다.
국민소득이 올라가면서 더 좋고 큰 집, 매력 있는 동네에서 살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공급을 늘이고 돈줄을 죄는 근본적인 처방은 외면하고 돈이 몰리는 쪽에는 철조망을
쳐서 공급을 차단하고, 돈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는 쪽에만 물량을 잔뜩 늘려놓
는 정책을 폈다.
그 모델이 판교 신도시다.
부동산 대책의 전선을 대폭확장하며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도
록 하겠다”고 공언한다.
부동산 정책의 목표가 강남 집값의 안정에서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에 대한 응징과
불로소득 환수’ 로 바뀌었다.
노 대통령은 “가지고 있으면 보유세로 팔면 양도세로 부동산에서 생기는 이득을 철저
히 환수하겠다.”라고 천명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길지 않은 기간에 보유세 1%의 모델로 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부
동산 가격이 3~40%씩 올랐다.
경제는 생물처럼 살아 있는 유기체와 같다. 그 어느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분이 있어 전
지전능하게 부동산의 바이블을 만들고 변하지 못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일부 지역에 대한 감정적 대응과, 20년 전에나 통했을 법한 규제적 발상들, 수요를 무
시한 공급, 시장의 힘을 우습게 보는 권력의 오만함을 빨리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집
값 폭등을 자연스레 가라앉힐 수 있는 방법이 나온다.
“명퇴 후 남은 건 집 한 채 보유세 올리면 어떡하나”
몇 년 전 명예 퇴직한 뒤 힘들게 살고 있는 58세의 가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수 많은 근로자가 직장을 잃고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했으며 지금
도 중 장년 층의 조기퇴직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나 역시 몇 번의 고비를 넘기고 이제 겨우 자식들 교육을 마무리한 상태다.
근검절약하고 열심히 일하면 아내와 나 두 식구의 최저생활은 꾸려나갈 수 있으리라
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
이렇게 힘든 가운데 그나마 조그만 집 한 채라도 있는 것이 큰 위안이자 버팀목이다.
최악의 경우 우리 부부가 의지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신문보도에 의하면 부동산 보유세가 대폭 올라 몇 년 뒤에는 집값의 1%까
지 인상이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굳이 고가 주택이 아니더라도 연간 몇 백 만원의 세금을 물어야 한다.
제대로 된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퇴직 후 뚜렷한 수입원이 없는 사람들에
게는 엄청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돈도 없는 사람이 무슨 집을 지니고 있느냐고 하면 더 이상 할 말이 없겠지만 직장생
활 20년 이상해서 겨우 마련한 집인데 이마저 팔라고 강요한다면 너무나 착잡하다.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21세기 복지국가의 모델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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