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 답이다
[내일신문]
보유세 올리고, 근소세·법인세 깎아야 … 병든 경제에 보약으로 작용
열린우리당에서 토지공개념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송영길 의원은 24일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이란 주제의 세미나를 열고 “토지공개념에 대해 다시금 검토를 하는 것은 토지의 공공성을 명확히 인식하지 않고는 절대로 부동산 투기를 잡을 수 없다”며 “시장의 기능과 순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토지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세밀하고 세련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세미나에서 남기업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국장이 발표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바로 시장성과 공공성을 모두 갖춘 토지공개념의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발제문을 자세히 소개한다. 편집자 주
◆토지소유편중은 국가쇠락 원인 = 로마제국의 멸망이 보여주듯이 역사적으로 극심한 토지소유편중은 국가쇠락의 중요원인이었다. 조선의 멸망도 밖으로는 일본의 침략이 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토지소유편중이 주된 원인이었다.
현재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7월 행자부에 따르면 인구상위 1%가 전체 사유지의 51.5%를·상위 5%가 82.7%를 소유하고 있어 극심한 토지소유편중 양상을 드러냈다.
이런 소유구조에서 투기가 발생하면 무주택 서민들은 더 가난해지는 반면, 극소수의 토지과다 소유자들은 앉아서 큰 재산을 모을 수 있게 된다.
토지투기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88~1989년에 실현된 토지불로소득의 규모가 경상GNP의 30%를 넘어 40%에 육박하고 있고, 2001~2003년 사이에 발생한 토지 자본이득은 21조원에 달해 연평균 70조원의 토지 자본이득이 발생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이런 토지불로소득의 거의 대부분을 극소수의 토지소유계층이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뿌리 = 뿐만 아니라 극심한 토지소유편중 현상은 한국 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근본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비용 구조를 보면, 먼저 우리나라의 공단분양가는 중국 현지공장에 비해 4.2배, 동남아에 비해 6.7배, 해외평균에 비해 5.5배나 높다.
또 토지투기는 땅값 상승에 이어 집값 상승을 가져와 고임금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땅값의 투기적 상승은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위한 토지보상비를 증가시킴으로써 고물류비용을 야기하고 있다.
저효율 구조를 보면, 자금배분에 있어 사업의 경쟁력이나 기술력으로 자금이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토지담보대출능력에 따라 배분되고 다시 이 돈이 토지투기에 쓰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토지를 소유하고 있거나 매매하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윤추구보다는 토지불로소득을 추구하는 투자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 3법에 대한 왜곡 =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989년 도입됐던 토지공개념 3법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 이후 심각한 왜곡을 당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토지공개념 정신이 아니라 정책수단에 대한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판정이다. 판결문은 “토지는 그 사회적 기능이나 국민경제의 측면에서 다른 재산권과 같게 다룰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공동체의 이익이 보다 더 강하게 관철될 것이 요구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택지소유상한제의 경우, 소유편중 완화와 토지공급 증대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지만, 일률적으로 200평 이상의 택지를 정해 예외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지나친 소유규제 방식이라는 이유로 1999년 위헌판결을 받았다.
개발지 주변의 땅값 상승분 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하는 토지초과이득세는 불로소득의 환수와 지가 안정에 효과가 있었으나, 징수방법의 불철저함과 졸렬함에 따라 1994년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았다.
개발부담금제의 경우, 1989년 법제정이후 대상지역 축소와 비율 축소 등으로 불로소득 환수율이 매우 낮았다. 그나마 IMF 경제위기를 빌미로 2004년부터 부과가 중지됐고, 이를 재연장 하려는 노력은 국회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1단계 ‘보유세·양도세↑, 재산세·거래세↓’ = 이에 새롭게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주장이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이란 공공재인 토지의 보유나 사용에 대해 세금을 납부하게 하고, 그 대신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들은 감면하는 것이 기본원리이다.
1단계로 토지보유세와 양도소득세, 개발이익환수 비율은 올리고, 건물분 재산세와 거래세(취득세·등록세)는 내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004년 부동산 관련 조세는 모두 22조원으로 총조세 151조원의 15%에 해당한다. 이중 보유세는 총조세의 3.1%인 4.7조로 선진국의 10%안팎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에 구체적인 보유세 강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내년에 0.5%, 2007년 1%로 임기내 1%를 달성하고 2017년까지 3%까지 높이는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정 가액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는 모든 보유세를 면제해 서민들의 조세부담을 경감시키고 보유세 강화에 따른 조세저항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거래세 감면일정도 함께 밝혀야 = 보유세 강화는 종합부동산세 대신 국토보유세법을 제정하는 것이 더 좋다. 국토보유세는 원칙적으로 모든 토지소유자를 대상으로 하되 일정 가액 이하의 보유자들에 대해 면제하는 세금으로 추진하면 된다. 또 국토보유세의 세율은 전국적으로 균일하게 하고 토지소유자가 자치단체에 토지보유세를 납부한 경우 금 금액을 국토보유세에서 공제하면 이중과세 나 지방분권 침해 논란이 일어날 수 없다.
양도세 강화는 기준세율을 최소 60%로 하고 보유세가 강화되기 전에 세율인하는 안된다. 또 장기보유로 인한 특별공제는 장기보유를 유도하는 것으로 폐지해야 하고, 1가구1주택 비과세도 과세후 소득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개발이익 환수도 개발부담금 강화로 해결해야 한다. 부과대상을 전국의 모든 개발사업으로 늘리고 환수율도 50%로 하고, 개발지 주변의 개발이익은 토초세의 재도입보다 보유세 강화를 통해 환수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거래세 감면도 함께 추진해 예를 들면 현행 4.6%의 세율에서 2007년 1%로 낮추고, 2012년 0.1%로 낮추는 등의 구체적 일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보유세 1%되면 2단계 시행 = 토지보유세가 1%로 된 시점에서 2단계로 본격적인 패키지형 조세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토지보유세를 올리고 부가가치세,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은 내리는 것이다.
부가세는 유통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유통에 부담을 주고, 근소세와 법인세는 생산에 부담을 주어 근로의욕을 저하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를 깎아주는 것은 경제에 보약에 된다.
이같은 패키지형 조세개혁을 추진하게 되면 토지분배가 평등화돼 현재의 편중현상은 상당히 완화될 수 있고, 토지불로소득으로 인한 빈부격차는 해소될 수 있다.
또 생산과 관련해서도 토지를 통한 불로소득기회가 점점 봉쇄됨에 따라 생산의욕은 자동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기업의 창업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대만 성장의 비결은 토지세제 = 이같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전세계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실현돼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대만이다.
대만은 국부로 추앙받는 손 문 선생의 3민주의에 크게 영향을 받은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손 문은 “중국의 조세는 헨리 조지로부터 비롯된 토지단세법, 즉 토지의 지가에 대해 과세하고 다른 일절의 세를 면세하는 방법이 가장 적당하다”고 주장했고, 이후 이를 반영한 대만 토지세제가 마련됐다. 대만 토지세의 핵심 세목은 보유세의 일종인 지가세와 우리의 양도세와 비슷한 토지증치세이다. 이 두수입을 합하면 대만 정부수입의 16%로 우리나라의 5.6%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중소기업 천국이라는 대만의 산업구조와 고도성장은 이와같은 토지세법에 힘입은 바가 크다는 게 발제자의 주장이다.
◆미국 피츠버그시의 복수세율제도 = 또한 미국 피츠버그시는 1979년을 전후해 토지분 재산세는 올리면서 건물분 재산세는 복수세율제도를 도입했다. ‘토지보유세 강화·타 조세 감면’의 정신을 재산세제 개혁에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피츠버그시의 건축활동은 다른 시에 비해 크게 활발해졌을 뿐만 아니라, 폐가가 줄어들고 기업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일자리도 크게 늘어 지역경제가 부흥되는 결과 낳았다.
덴마크에서도 1957년 사회민주당과 급진당이 ‘토지 지대의 환수, 토지세 이외의 세금 동결’ 등을 정책으로 한 연립정부를 구성해 국제수지 적자해소와 실업해소, 실질임금의 상승 등 여러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1960년 총선 참패로 토지세 정책은 후퇴했고, 그 후 덴마크 경제도 크게 악화됐다.
이외에도 호주의 일부지역, 뉴질랜드, 미국 하와이와 토지단일세 마을들(페어호프, 아든마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싱가폴, 초기의 홍콩 등지에서 시도돼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다.
◆통일 독일의 부동산투기 교훈 = 또한 통일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토지제도의 준비가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에 통일을 위해서라도 남한의 토지사유제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
현재와 같은 남한의 토지사유제가 그대로 될 경우, 통일이후 북한에 지금과 같은 토지사유제를 이식시킬 가능성이 크다.
북한에 토지사유제를 적용시키게 되면 북한에도 남한과 같은 토지투기가 기승을 부릴 것이고, 이로 인한 북한 주민의 배신감과 토지문제로 인한 사회문제를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렇게 되면 통일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도 있다.
독일통일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통일독일의 경우, 구동독 토지의 사유화 조치 때문에 베를린 근교에서는 토지가격이 200배 폭등하는 등 부동산투기가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분단 전 동독에서 서독으로 피난한 원소유자에 대한 구동독 토지 반환조치에 의해 사회혼란이 극심하게 나타났다.
이에 북한에서는 남한과 같은 토지사유제를 적용하면 안되고 국가가 토지를 임대해 토지에서 나는 이익을 전액 환수하는 토지 공공임대제를 실시하는 동시에, 개인과 기업이 노력해서 얻은 소득에 대해서는 사유재산권을 확실하게 인정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시장경제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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