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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의 진정성?
시사종교 > 상세보기 | 2005-08-16 03:13:13
추천수 0
조회수   555

제목

노 대통령의 진정성?

글쓴이

이주현 [가입일자 : 2000-12-14]
내용
(무더위에 잠도 안오고해서 게시판 글들을 열어보다가 지나가는 생각을 조금...)





제가 생각하는 노 대통령의 가장 큰 문제는,

이 나라 정치에 깊고도 광범한 [불신]을 일반화하고 심화시킨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국민들을 온통 정치인化 시켰다는 것,

것도 대단히 부정적 의미의 정치적 갈등으로 줄을 세우게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점입니다.



취임이후 노 대통령의 정치행보는,

노 대통령 비판자들은 물론 노빠같은 열렬지지집단조차 미처 예상치 못하리만치 파격의 연속이었을 것입니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온갖 우여곡절끝에 나름대로 축척되어온 이 나라의 [정치상식]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자의적 행보를 거듭함으로 인하여 비판집단에게는 깊은 불신을,

지지집단 내부에서는 끊임없는 분열을 불러 일으키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심지어 극소수의 친위지지그룹에선 거의 종교적 믿음같은 현상까지 나타나는 지경에 이른 것 같습니다.

(서프라이즈라는 노빠사이트의 많은 글들이 그런 식입니다.

'지금은 이해되지 않아도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한다, 노 대통령이 언제 틀린 것 봤느냐')



이건 매우 비정상적 상황이고...결국은 엄청난 폐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불신이 가져오는 폐단은, 당장 현실정치인들의 정치행태에서 확연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당. 야당을 막론하고) 설사 같은 당 소속이라도 이젠 어느 누구도 서로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하면 일반국민들 사이에선 [진정성]이란 게 정치현상의 잣대로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합리적인 논쟁은 종적을 감춰 버렸습니다.

이 진정성이란 건 말하자면 노 대통령이 걸어놓은 화두일 겁니다.

(걸어 놓았다기보다는) 이 진정성이란 아젠다는

이제 참여정부의 모든 정치적 행동의 거의 유일한 해석기준, 키워드로 되어 있습니다.

개혁에 대한 진정성?

도대체 이걸 누가, 어떻게,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평가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누구라도 사람은 모두 나름대로 진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어느 사람의 진정성이란 것은 그 사람을 무조건 믿거나 좋아하지는 않는,

그런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저 그 어느 사람의 자기 착각이고 자기합리화, 그런 거 아닙니까?



특정인들만의, 특정집단 내부에서만의 일이 아닌 우리모두의 일에서

그 진정성이란 걸 굳히 앞세워야 겠다면,

그것은 오로지 각각의 사안과 정책에 대한 옳고 그름,그런 것을 주요한 잣대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 시시비비 대신 거기에 진정성이란 어처구니없는 잣대를 들이미는 순간,

예컨대 노 대통령의 이락파병이나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x파일의 본질문제에서,

정-경-언-검 부패고리 척결보다는 "도청이 보다 본질적이고 중요한 문제다"는,

노 대통령의 결정에는 반대하지만,노 대통령의 진정성은 이해한다,라는

해괴망칙한 논리가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노 대통령을 극복하여야 한다는 것은, 바로 이 무너진 신뢰와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성이란 애매모호한 잣대를 버리자는 것입니다.

정책으로 정치인들을 접근하고 이해해야 합니다.



진정성과 정책, 그들이 서로 상충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정당이나 특정정치인에 대한 [신뢰와 지지]는,

진정성이란 그 본인조차 스스로 명백하게 확인할 수 없는,

개인의 깊은 마음속에서 주관적.도덕적 성찰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진정성따위로써가 아니라

각각의 개별정책들에 대한 동의나 지지들이 모아져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속성상 한번 무너진 신뢰과 믿음을 회복하기는 참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노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더더욱 원망스럽고 개탄스럽습니다.

하지만 힘들어도 우리는 그 "노무현"을 극복해야만 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만일 그러지 못한다면, 그것은 정말 정치의 붕괴,

나아가서는 어느 개인을 넘어선 공동의 문제,우리의 문제에 대한

우리 개개인들의 무관심과 불감증을 널리 확산시키는, 절망적인 사회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시사토론방 글들을 보면서 혼자 생각해본 단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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