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신한 헤드밴드와 음각으로 쓰여진 문구 그리고 금속부분에 각인된 제품명 등 가격대만큼 고급스런 인상입니다.
크지 않은 하우징과 헤드밴드의 장력으로 귀나 머리가 크신분들에게는 충분히 불편함으로 느껴질겁니다.
하지만 덕분에 귀에 더욱 밀착되어 소리가 새어나가거나 소음유입을 차단하여 음악감상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그리고 일단 쓰면 이쁩니다.
이제 소리에 대한 평가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갖고 있는 기기인 Q701 과 K551에 비교할 수 밖에 없고
저의 취향은 가급적 플랫하고 중역이 좋은 소리를 좋아합니다.
한마디로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한 사운드 입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말로는 간단해도 오디오질을 하다보면 이것저것 다 따지곤 합니다.
처음에 들었을 때 저음의 타격감이외에는 획기적으로 K551에 비해 좋다는 느낌은 못받았습니다.
아무래도 몸이 풀리지 않은 신품이라 그런지 한달 넘게 꾸준히 들었던 제품을 능가하는 느낌을 바로 받지는 못했습니다.
금전적으로 두배의 투자인데 두배만큼 좋다는 느낌이 없어 번민에 휩싸입니다.
참고로 저의 취향은 가급적 EQ를 건드리지 않은 플랫함 입니다.
그래서 AKG 나 포낙같은 제품들을 좋아하죠.
일단 K551의 불만이었던 저음의 심심함에 비하면 포칼 클래식의 저음은 풍부하고 단단합니다.
그래서 팝이나 락을 들을 때 훨씬 재미 있어졌습니다.
무엇보다 포칼클래식을 구입할 때 목적은 락 이었습니다.
Megadeth - Rust in Peace 앨범의 Tornado of soul 에서의 고무줄 같은 탄성이 고스란히 귓전을 때립니다.
마티프리드먼 솔로 특유의 피킹에서 느껴지는 어택감도 일품이었습니다.
Red Hot Chilly Peppers 의 베이시스트 플리가 베이스를 뜯을 때의 쫄깃함도 충분히 느껴집니다.
이번 Getaway 앨범 의 Dark Necessities 를 들어보면 정말 찰진 베이스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군요.
포컬 클래식은 탄력적이고 펑키한 느낌을 아주 잘 살려줬습니다.
고음 쪽은 자극적이지도 부족하지도 않았는데요.
간만에 Helloween 의 I want out 을 들어보는데 미하일 키스케의 시원한 보컬이 가슴을 뻥 뚫습니다.
밀폐형이고 유닛이 크지 않아 공간감은 넓게 느껴지지 않지만
잔향감을 잘 살려줘서 데이빗 커버데일의 멋진 보컬을 들을 수 있는
white snake - still of the night 의 스산하면서도 넓은 스케일이 답답하지 않게 그려집니다.
Steve Vai 의 For the love of God 을 들어보면 아주 멋질 것 같은데 앨범이 없어 다음을 기약해봅니다.
살짝 아쉬운 것은 보컬의 음상이 약간 뒤에 있다고 할까요.
반주에 비해 보컬이 약간 죽는 듯한 인상을 받는 부분도 가끔씩 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레코딩에 따라 좀 갈릴 문제라고 보구요.
락은 일단 합격이니 재즈로 넘어가죠.
Steve Swallow 가 사랑하는 Carla Bley 와 함께한 Carla 앨범에서 Afterglow 를 들어봅니다.
푸근하게 안아주는 듯한 Swallow 의 베이스 위에서 Carla Bley 의 피아노가 촉촉하게 들립니다.
제목 처럼 여운이 느껴집니다.
목소리를 악기처럼 다루는 Al Jarreau 의 노래들은 완전히 포컬클래식의 주종목 같습니다.
펑키한 드럼과 베이스를 배경으로 멋지게 뻣어가는 혼섹션
자글자글 아기자기한 기타와 청량감 있는 피아노, 푸근하게 감싸주는 스트링과 신서사이저.
그리고 그 사이를 종횡무진 휘젓는 알자로의 마술 같은 보컬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합니다.
그 밖에 오랜시간 여러가지 음악들을 들어봤는데 밑천이 바닥을 들어내여 서둘러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고음 쪽이 자극적이지 않아 볼륨을 높여도 많이 피곤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고음이 부족한 것은 아니고 적당히 뻣을 만큼 뻣어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헤드폰 장점은 스피커처럼 울리는 저음의 타격감과 풍부함에 있을 겁니다.
그래서 펑키한 음악들 익스트림 이나 레드핫칠리페퍼스 같이 통통튀는 음악들
그리고 퓨전재즈나 팝 중 펑키하고 리듬감 있는 앨범들에서 강점을 보입니다.
클래식은 잘 모르지만 크게 나쁘지 않은 인상이었습니다.
가끔씩 느껴지는 레이드백한 보컬의 느낌은 아무래도 저역이 강조되는 음악들에서 두드러졌는데
Al Jarreau 의 음악서는 보컬이 확실히 사는 것을 보니 크게 물러서는 느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장르가 잡식성인데 올라운드로 운용하기에도 큰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AKG 헤드폰에서 느껴지는 담백하고 건조함 보다는 좀더 촉촉하고 윤기있고 생동감있는 사운드가 펼쳐집니다.
비유하자면 Q701이 차갑고 냉정하다면 포칼클래식은 따뜻하고 열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제가 가지고 있는 덱 겸 헤드폰 앰프인 JAVS X3 HDSD HPA 제품에 걸었을 때
K551 이나 Q701은 직결에서 느껴지지 못하는 저음이 보강되어 드라마틱한 변화를 느꼈지만
포컬 클래식은 아이폰 직결과 큰 차이가 없었는데 이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을겁니다.
아니면 JAVS X3 와 궁합이 좋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좋은 앰프를 필요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 나옵니다.
가성비를 따지기엔 너무나 정가에 비해 저렴하게 나왔습니다만.
역시나 특가로 풀려서 저렴했던 K551 에 비해 두배의 값어치를 하는지 고민해 보게 만듭니다.
고급진 디자인이나 패키징 그리고 제공되는 케이블의 편리함과 파우치 등 장점이 있는데
사운드 자체는 취향에 따라 갈릴 것 같습니다.
부스트된 과도한 저음이 아닌 단단한 저음을 좋아하시는 분들, 팝이나 펑키한 음악들을 즐기시는 분들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끝으로 처음 제 손에 포컬클래식이 들렸을 때 맘을 아들놈을 팔아서 대변합니다.
같은 사용기를 뽐뿌에도 남겼습니다.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mini&no=31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