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연정을 제안하는 목표로
"지역감정"이나 "지역문제"가 아니라 [지역구도] (타파)라는 표현을 쓰고 있더군요.
(특정 선거제도를 선택한다해서 수십년간 누적되어온
정치.경제.사회.문화등 제분야가 중첩적으로 얽혀있는 "지역문제"가 해결되리라고는
노 대통령자신도 차마 자신하지는 못하는 듯한 뉘앙스입니다.
정치분야로 한정시킨 듯한 [지역구도]라는 용어의 선택, 그나마 덜 황당한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거구제와 지역구도 문제가 연정과 도대체 무슨 상관이랍니까?
갑자기 별 상관도 없는 것들을 패키지로 엮어서
먹고사는 일이 장난이 아닌 국민들에게 불쑥 미끼로 던지니 황당하기만 합니다.
현재 국회엔 정치개혁특위가 이미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구제문제가 지금 이 나라에서 그렇게 절실하고, 그렇게까지 모든 정치적 문제의 원인쯤 된다면...
그 정치개혁특위에서 만사 젖혀두고 여야가 논의하고 합의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게 어렵다면, 다음 선거에서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의 판단에 맡기면 되는 것이고,
그마저도 어렵고 정 당장 해결해야겠다면 국민투표를 하면 되지 않습니까?
도대체 그 설레발치던 절차나 프로세스를 온통 무시하고,난데없이 권력을 나눠주겠다는 미끼나 던지다니...
그런 걸 또 무슨 '구국의 결단'이라도 되는 양 갑자기 선거구제도에 목을 매다는 사람들은 뭡니까?
더도말고 덜도말고 노대통령의 그 '심오한 암호문해독'은 제대로 하기나 하고 그러는 것 입니까?
노대통령이 진정으로 지역구도를 타파하고자 한다면,
참여정부출범 당시 노대통령스스로가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한,
지역등권과 지방자치제 확립에 최선을 다해도 지금은 물리적 시간이 모자랄 판입니다.
그리고 비례대표니 중대선거구제니 하는 것들은
모두 그 지역등권과 지방자치가 확립되어야 제대로 운용될 제도들 아닙니까?
선거구제는 당연히 입법부인 의회에서 먼저,
것도 기왕에 그런 일을 하라고 어렵게 구성된 정치개혁특위에서 해야 할 일 아닙니까?
아니 행정부 수장으로서 자기 할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왠 기자회견까지 자청해서 난리부르스 랍니까? 노대통령 정신이 있는 분입니까?
연정제안을 하던 당일엔 연정의 범위등과 관련해
여권수뇌부 측근들조차 헷갈려 하는 이야기로 여러사람을 우왕좌왕하게 하더니
다음 날엔 슬그머니 선거제도와 의회제도로 방향을 살짝 바꾸는 센스~를 보여주더군요.
사실 선거구문제는 이미 지난 17대 국회때부터 무수히 논의되어온 사안 아닙니까?
그래서 비례대표도 도입되었던 것이구요...
독일식 정당명부제만 해도 그렇습니다. 독일식정당명부제...좋지요.
그러나 외국의 제도와 사례를 국내에 적용할 때는 결과가 아니라 조건을 먼저 봐야 합니다.
왜 그 제도가 성공적이였던가 하는 [조건]과 [환경]이 오히려 중요하단 말입니다.
갑자기 중대선거구제가 '지상선'이 되어버린 분위기인데...
소선거구를 폐지하면 놓치게 되는 중요한 측면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예컨대 지역마다의 현안을 책임지고 국회에서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다는 말입니다.
이거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소선거제의 이런 요소를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사람들과는 논의를 못하겠지요.
그리고 정당명부제로 가는 전제조건은,먼저 각 지방의회의 완전한 독립입니다.
지방자치가 독일처럼 된다면 의회를 독일처럼 가도 된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의 농업정책이 어느 지방에 손해가 된다면,
그 지방 자체적으로 그를 거부할 수 있다면, 정당명부제 해도 됩니다.
그러나 이런 단계의 지방자치가 확립되지 않았을 경우
무조건적인 정당명부제는 지방정치의 실종을 가져옵니다. 이걸 놓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 다른 논의는 의회를 미국처럼 상-하원으로 하자는 것인데,
우리나라처럼 지방자치도 모호하고 의회 자체가 불안정한 나라에선
양원제를 도입하는데 상당한 고충이 따릅니다.
양원제는 오랜 전통과 경험이 없으면 운영하기 힘들거란 생각이 듭니다.
요컨대 지역구도를 제대로 청산하는 길은
점진적으로 지방자치를 확립하고 서서히 비례대표를 증대시키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방자치를 확립하기 위해선
지방의 자치능력(경제력이 제일 중요하겠지요)을 확보하고나서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비교적 저개발되어있는 지방들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역등권이 그래서 시급하고도 중요한 사안이란 말입니다.
이처럼 지역구도를 청산하기위해선 밟아야 할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그런 걸 무슨 번개불에 콩 튀겨 먹듯이 한다면 여러 부작용을 불러 옵니다.
결국 노대통령이 촉발시킨 지금의 난데없는 연정과 관련한 선거구제 논의는,
바람만 무성할 뿐 열매를 못 맺을거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그 정도도 예측못했을 리는 없고...
아무래도 이 선거구제 논란은 어떤 정치적 의도를 숨긴 쑈이거나 정치역학적 논의일 것이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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