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HIFI게시판에 올라온 “고음질 헤드폰 음악감상 패키지 리뷰이벤트” 글을 보고는 잿밥(?)에 눈이 멀어서 겁도 없이 신청을 해버렸는데 그만 덜컥 당첨이 되었더군요. 당첨의 기쁨도 잠시뿐 이내 걱정이 몰려왔습니다. 와싸다에 가입한지는 10년이 되었지만 그 동안 남들처럼 열심히 음악을 들었던 것도 아니고, 오디오 기기도 남들에게 내세울 만한 것 하나 써보지 못했는데...... 더군다나 헤드폰은 잘 사용하지도 않아서 보급형 제품만 하나 갖고 있는 것이 전부라서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설렘과 염려 속에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어 사무실에 있는데 점심 무렵에 라면상자 만한 택배상자를 하나 받았습니다. 박스 옆면에는 큰 글씨로 WASSADA.COM이라 인쇄되어 있더군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리나케 자리로 가져와서 박스를 개봉하니 안에는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뽁뽁이 한 롤(?!)과 데논 헤드폰 박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뽁뽁이를 조심해서 뜯어보니 안에는 또다시 하얀 박스가 있어서 열어보니 제품보증서가 있었고 그 밑에 다소곳이 세 개의 흰 박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직감적으로 가운데 가장 큰 박스를 꺼내 개봉을 하니 그 안에 비로소 헤드폰 앰프가 보였습니다. 그런데 꺼내려고 보니 두꺼운 투명비닐로 진공포장 되어 있더군요. 꺼내서 손으로 비닐을 벗기려 해도 잘 안되어서 조심스레 커터로 비닐을 제거하고 나서야 JAVS X3 HDSD HPA의 뽀오얀 맨살을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 불연 듯 리뷰에 쓸 사진을 안 찍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박스에 넣고 사진을 남겨봅니다(사무실이라 폰카로 찍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 다소 과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들여 포장된 박스들을 모두 개봉해보니 헤드폰 앰프와 USB 케이블, 그리고 아답터가 들어있습니다(아답터는 요즘 품질을 인정받고 있는 안전사 제품이네요.). 헤드폰 박스도 열어 뽁뽁이에 넣어져 있는 헤드폰을 꺼내었는데 생각한 것 보다 크기가 좀 있었지만 크기에 비해 무게는 나가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과 연결을 하려고 설치 매뉴얼을 찾는데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안보여서 판매원인 사운드프라임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치방법 및 드라이버 등을 다운받아 설치를 마쳤습니다. 아마도 이곳 회원님들이라면 큰 어려움 없이 설치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니 제품보증서 뒷면에 하드웨어 설치 간단 설명서가 인쇄되어 있었는데 읽어보아도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어차피 설치 드라이버를 다운받아야 하니 처음부터 판매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설명대로 설치하는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음악을 들어보기에 앞서 기존에 사용하던 foobar2000도 최신 버전으로 다시 깔고 스킨도 요즘 유행하는 것으로 적용해 주었습니다. 또한 DSD 음원을 듣기 위해서는 별도로 설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해서 홈페이지에 나온 설정 방법대로 따라서 해주니 큰 어려움 없이 설정이 가능했습니다. DSD 음원도 별도로 갖고 있지 않아서 어떻게 구해야하나 걱정했는데 무료로 DSD 음원샘플을 받는 방법까지 자상히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DSD 음원샘플을 받기위해 적혀있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여러 곡을 받을 수 있더군요. 그래서 고음질 음원과 DSD 음원을 비교해볼 생각으로 FLAC 192kHz, FLAC 96kHz, DSD 128, DSD 64 파일을 모두 받아서 비교해 볼 수 있는 9곡을 내려 받았습니다(아래 사진이 음반의 표지 사진입니다. 음반에서 한곡씩만 받게끔 해 놓았더군요.).
모든 준비를 끝내고 기대감을 갖고 DSD 음원을 플레이해 보았는데 헤드폰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 아무리 찾아봐도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다시 음원 재생 프로그램과 드라이버를 지우고 다시 깔고 설명된 대로 설정도 맞추었음에도 192kHz와 96kHz로 된 음원은 소리가 났지만 DSD 음원은 여전히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DSD 음원이 재생될 때 보이는 색상으로 표시창의 색상이 바뀌는데도 소리가 안 나서 이상해 하며 DSD 설정 방법이 설명된 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맨 끝부분에 “*주의 하실 점은 윈도우 볼륨은 최대(100%)로 되어 있어야 DSD 소리가 나옵니다.”라는 문구가 보였습니다. 아불사 평소대로 윈도우 볼륨을 25%로 해 놓아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던 것입니다. 윈도우 볼륨을 100%로 올리니 그때서야 헤드폰을 통해 DSD 음원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설정이 정상적으로 마친 걸 확인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들어보려고 평소에 자주 들어서 익숙한 음원을 foobar2000에 올려 플레이 버튼을 눌렀는데 조금 실망스러운 소리가 나와서 적잖이 당황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조금은 답답하고 저음이 거의 안 나와 주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이럴 리가 없는데 하며 전에 사용하던 AKG K430으로 들어보니 헤드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DN-HP500S이 몸이 안 풀려서 그럴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aging에 본격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하루에 8시간 정도 꼬박 일주일 동안 음악을 틀어주었네요. 아울러 X3 HDSD HPA도 burning해 주기로 마음먹고 200시간 정도 전원을 끄지 않고 전기를 먹여 주었습니다.
사실 DN-HP500S은 제가 선호하는 모델은 아닙니다. 모양 때문에 전혀 끌리지가 않았거든요. 왜냐하면 아들 녀석이 갖고 노는 팽이가 연상되어서 이벤트로 올라오는 헤드폰 마다 질러신을 영접하기 직전까지 갔지만 유독 이 모델은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거기다가 처음 청음 했을 때 실망스런 소리를 내주어서 기대감이 거의 없었죠.
그런데 매일 매일 소리를 질러대면서 조금씩 소리가 풀리는 걸 느꼈습니다. 저음에서의 타격감은 부족하지만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전체적으로 편안하게 음악을 들을 수 있게 합니다. 외관도 가격대를 생각하면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고 보입니다. 아웃도어용으로도 사용가능할 정도의 크기에, 착용 시 귀를 완전히 덮어 주어서 외부의 잡음도 차단해주고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방한용 귀마개 역할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또한 오래 들어도 압박감이 들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네요. 다만 단선의 염려는 적지만 케이블이 조금 굵어서 불편하게 여겨질 수 도 있고 타격감 있는 저음을 중요시 하는 분들에게는 안 맞을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X3 HDSD HPA는 처음 전원을 넣었을 때와 200시간의 burning time을 가진 후의 음질 변화가 헤드폰에서와 같은 변화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도 워낙 좋은 소리를 내주었거든요. 레퍼런스급의 헤드폰을 사용해 보지 않아서 X3 HDSD HPA의 성능을 100% 확인해 보지는 못했지만 패키지로 같이 온 DN-HP500S와의 조합으로도 꽤 괜찮은 소리를 뽑아 주었습니다. 무엇보다 DSD음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처음 들어본 DSD음원에 대한 느낌은 고음질 음원에 비하여 밀도감 있게 들린 것이 가장 큰 차이였고 공간을 더 넓게 그려주며 세밀하게 표현해 주는데서 차이를 보였습니다. DSD 음원을 구입하는데 아직까진 부담이 있지만 기회가 되는대로 구하려고 맘먹게 되더군요.
일단 만듬새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CD케이스 정도의 작은 크기이지만 전면에 8.5mm의 알루미늄 절삭 판넬을 사용하였고 케이스 전체가 알루미늄으로 되어 있으며 받침 또한 황동으로 되어 있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볼륨 노브 및 스위치의 조작감도 저급하지 않고 고급스럽습니다.
단 하나 아쉬운게 있다면 입출력에 제한이 있다는 겁니다. 입력신호를 USB와 HDMI(I2S)만 받게 한 것과 출력도 헤드폰과 HDMI만 가능하게 한 것은 조금 아쉽게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으로 인해 이 제품의 포지션은 명확한 것 같습니다. USB 입력을 이용하여 헤드폰 앰프로 사용할 목적을 가진 사용자를 위해 태어난 제품 같습니다.
기존에 동사의 USB-2 DAC와 X-DDC를 사용하고 있기에 비교해보았을 때 동일한 음원에서 음질이 더 고급스럽고 배경이 정숙해진 걸 느낍니다. 그러나 USB-2 DAC는 CDP와도 사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는데 그게 안되니 아쉽네요. 물론 X-DDC와 X3 HDSD HPA를 연결해 보아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긴 했지만 별도의 장치를 사용하는 것은 큰 이득이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X3 HDSD HPA의 장점은 간단하게 사무실 등에서 고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무실에서 노트북 내장 사운드와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음질에 아쉬움을 느껴서 저렴한 DAC라도 하나 붙여줄까라는 생각을 계속 갖고 있었는데 X3 HDSD HPA 하나면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가격도 이벤트 금액이라면 큰 고민 없이 질러볼만 하다고 여겨집니다. 여기에 괜찮은 헤드폰만 있으면 집에 있는 시스템보다 훨씬 더 좋은 음질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AKG K551 구매 게시판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벤트 후기에 대한 부담으로 그동안 음악을 잘 듣지 못했습니다. 음악을 듣지 못하고 음원을 비교하며 소리의 차이에 귀 기울이게 되더군요. 이제부터는 맘 놓고 음악을 즐겨보려고 합니다. 올 크리스마스 선물로 AKG K551을 정해놓고 내무부 장관의 허락만 떨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AKG K551를 지르신 분들은 주저 말고 X3 HDSD HPA도 질러주시면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