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 좁다는 건 여러모로 불행입니다. 옷도, 책도, 오디오도 들여놓기 힘들고.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있지만 이 글에서 밝히는 단점은 바로 청음환경입니다. 스피커 간 충분한 거리 이격도 안 되고 상이 맺히는 높이와 초점을 맞출 답도 나오지 않고...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학생 신분으로 뭐 당장에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 부모님께서 모두 외출 중인 경우 거실에 시스템을 꺼내는 겁니다. 이렇다보니 맘 놓고 시스템을 통한 청음 시간을 갖기 힘듭니다. 가능한 시간에 제가 꼭 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듣다가도 부모님께서 돌아오시면 시스템 채운다고 부랴부랴 해체작업 들어가고.
이런 게 귀찮아서 한동안은 라이프스타일용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용하곤 했습니다. 소리를 듣는 게 아닌 음악을 감상한다는 취지에서는 썩 나쁘지 않은 녀석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적정선 이상의 제품을 써야하긴 하지만요. 하지만 대부분의 블루투스 스피커들은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서, 그러니까 외출을 하거나 부가적인 기능을 추가한다던가 하는 식이다보니 뭔가 오디오에 관심이 많은 입장에서는 욕심을 버리고 듣는다, 듣는다 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큰 맘 먹고 이 녀석을 들여 보았습니다.
녀석은 바로 시스템오디오의 SAXO 1 Active! 사실 나름 비슷한? 가격대의 KEF X300A도 고민을 했지만 제 신분에 120만원과 80만원의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가장 큰 부분은 경제적인 면이지만 굳이 합리화를 시켜보자면 소리에 무언가 과다하게 넣으려고 욕심을 낸 것 같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KEF의 동축 유닛에게 예전부터 매력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LS50은 못쓰더라도 한번쯤 쓰고 싶었는데... 어쩌겠습니까. 그러려니 하는 거죠.
그럼에도 SAXO 1 Active을 고른 이유는 소리가 무난하고 안정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뒤에서 언급하기로 하고, 이 글을 통해 처음 이 제품을 접할 분들을 위한 간략한 소개(겸 제 친구들은 알지 못하는 오디오에 대한 자랑 팔불출)를 간단하게 올립니다.
소리샵 출처
위 설명에서 나오지 않은 부분에 대해 부연설명을 하자면, 오른쪽 스피커에 거의 모든 입출력 단자가 모여 있습니다. 전면부 중앙 우측에는 볼륨과 입력방식을 변경할 수 있는 버튼이 통합된 노브가 있고 그 반대편에는 현재 입력상태를 알리는 LED가 있습니다. KEF X300a의 볼륨노브가 뒤에 있는 것과 비교하면 PC-fi로 쓸 때 편할 것 같습니다. 물론 전 PC데스크가 좁아서 그렇게 쓸 수는 없지만요.
미관적으로도 심플하면서 깔끔한 도장처리가 정말 맘에 듭니다. 가장 보편적인 직사각형 디자인에 하이그로시 - 피아노마감이라니. 최근 썼던 제품들은 거의 다 목재 베니어라 이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데 이번에야 다 풀어낸 것 같습니다. 다만 앞에 달려있는 볼륨노브가 편하긴 편한데 제 미적 기준으로 봤을 때는 뭔가 아쉽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저 아름다운 도장에 투박한 볼륨노브가 딱!... 뭔가 아쉽긴 하지만 모든 걸 다 만족할 수는 없겠죠.
본격적인 청음 후기에 앞서, 아쉽게도 좌우측 스피커 모두를 운용해보지 못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가진 케이블로는 자꾸 노이즈가 생기더군요. 다른 분들은 문제없이 사용했다는데...ㅠ 문제를 해결하면 그 때 추가로 후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이패드 블루투스 기능을 통해 16비트 음원을 재생하였습니다.
첫 곡은 Omer Avital의 Hafla입니다. 재즈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스페인,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들의 곡을 집중해서 듣다보니 이 곡을 처음 들었을 때 ‘어?’ 하고는 ‘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티스트가 중동음악과 뉴욕재즈를 공부해서 그런 건지 노래에 번지는 맛과 향이 달라 신기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앨범 New Song의 대표곡인 Hafla는 그 한곡으로 앨범 전체를 설명하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도입부의 엇박자로 진행되는 피아노 솔로가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고 어색했는데 다음 구성이 하나씩 쌓여 마지막에 단단한 화음을 만들어 낼 때 절로 탄성을 내질렀습니다. 마치 테트리스 고수들이 이해할 수 없이 블록을 쌓다가 한번에 긴 막대기로 연타를 날리는 그런 느낌이었달까요.
제 설명이 장황하긴 했지만 결국 이 곡은 결국 재즈이고 소편성입니다. 음악이 주는 긴장감보다는 편안함에 더 기대게 되고 재생할 때도 그런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베이시스트 아티스트라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SAXO 1 Active는 그런 기대에 한 8할 정도 만족시켜주는 것 같습니다. 밸런스가 가장 큰 요인입니다. 기억하기로 이 가격대의 스피커들은 대개 고음역, 저음역 등 한 음역에 대한 특색을 강조했고 이로 인해 밸런스 측면에서는 많이 부족했던 제품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SAXO 1 Active는 제법 괜찮은 밸런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노래를 듣는데 더하거나 덜한 부분이 없고 듣기 편한 소리를 내줍니다. 마치 캠브리지오디오의 Azur 851로 시스템을 구축했던 때와 느낌이 비슷합니다. 아쉬운 점은 음 끝에서 나오는 쨍한 느낌입니다. 좀 더 섬세하거나 혹은 NHT 시리즈처럼 소리를 조였으면 좋겠지만 제품 특징상 그러려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서 이번에는 약간 쨍해도 괜찮은 가수, Lana del Rey의 Video Games를 선택해봤습니다. 그녀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울함의 화신이랄까요. 허스키하고 낮은 톤에서 음울하게 퍼져나가는 마성의 목소리와 직설적이고 억 소리 나오는 세대 비판적인 가사는 날 없는 검처럼 조용히 퍼져 가슴을 긁어댑니다.
선택이 정답이었는가 에 대해서는 약간 반신반의합니다. 쨍한 성향이 많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풍성한 잔향과 보컬의 조화가 자연스러웠기에 정답이었다, 라고 말하려다가 무언가 놓친 것 같아서 다시 들어보면 그녀의 목소리가 주는 몽환적인 느낌이 조금 옅어졌다는 게 느껴집니다. 입자에 뭔가 힘이 없습니다. 비실비실? 약간 바람 빠진 비치볼 느낌이 듭니다. 나쁘다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장르와의 매칭에서 좀 아쉬운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에 들어본 곡은 Hans Zimmer의 The Dark Knight Rise의 수록곡 The Fire Rises입니다. 워낙 OST쪽에서는 핫한 분이다보니 굳이 설명은 붙이지 않을게요.
입자의 탄력이 부족하다보니 확실히 긴장감이 쭉 빠집니다. 소리가 주는 무게가 부족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러다보니 음의 낙폭에서 오는 쾌감도 많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쨍하기까지 하니, 딱히 좋은 매칭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자꾸 이 소리는 왜? Why?를 붙이다보니 제 스피커를 좀 깐 느낌이 있습니다. 아니에요. 전 그래도 제 스피커를 사랑합니다. 흡... 단적인 예로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들을 때는 편안하고 좋았거든요.
이적의 목소리는 그 특유의 감성을 주는 톤과 바이브레이션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곡 전반에서 오는 그 감성과 스피커의 편안함이 너무 좋았습니다. 특히 스피커의 튀지 않는 매력(?)이 이런 잔잔한 느낌에서 감성에 부채질을 합니다. 다만 악기의 저음역대가 돋보이거나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갈 때 느껴지는 그 쨍한 느낌은 부정할 수 없었지만요.
결국 이 스피커가 갖는 강점은 밸런스와 편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부러 그런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가득 집어넣어서 듣다보면 어느 순간 편안해서 눈을 감다가 눕다가 잠이 드는 제 모습을 종종 보곤 합니다.
일단 제 주거지(...)와 취향이 바뀌기 전까지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피커라고 생각하며 추천 겸 주의사항을 이렇게 사용기로 한번 올려봤습니다. 저처럼 액티브 스피커를 고려하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면서 횡설수설 사용기, 여기서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