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슨베네쉬 스퀘어원 체험기]
0. 들어가며
윌슨베네시는 소위 브리티쉬 사운드 계열에 속하는 스피커 브랜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리티쉬사운드도 대략 세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는 탄노이, 와피데일, 굿맨 등과 같은 ‘고전파’ 둘째는 하베스, 로저스, 스펜더, 스털링 등 ‘BBC모니터 계열’, 마지막으로는 ATC, B&W, 어쿠스틱에너지 등 ‘현대파’가 그것입니다.
윌슨베네시는 위 세가지 부류중에서 현대파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고전파와 BBC 계열이 인클로져의 울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현대파는 인클로져의 울림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신소재의 채용에도 적극적입니다.
이번에 시청한 “Square Series 2 One”의 경우에도 인클로져의 진동억제를 위한 윌슨베네시의 독자적인 기술이 투입되었으며 우퍼유닛인 자사제 ‘Tactic’ 드라이버에는 신소재가 적극적으로 투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은 다른 분이 잘 설명해 주셨으므로 저는 음질 위주로 리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1. 시청에 사용한 기기
인티앰프 : 바쿤 7511mk3 UL
DAC : 마이텍 192 DSD DAC, 메리디언 디렉터
네트워크플레이어 : 오렌더 X100L
2. 시청에 사용한 음원
리카르도 샤이(RCO), 말러 교향곡 3번(DSD)
야노스 슈타커 바하 무반주 첼로 모음곡(DSD)
아르네 돔네루스 안티포네블루스(DSD)
소니롤린즈 색소폰콜로서스(PCM)
요요마 소울 오브 더 탱고(DSD)
가. 리카르도 샤이, RCO, 말러교향곡 3번 1악장 (DSD)
개인적으로 음장의 정교함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시청하였습니다. 건성으로 들어도 스퀘어원은 스테이징에 주안점을 둔 스피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의 각 악기의 배치가 명확히 구분됩니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음장의 깊이입니다. 금관악기가 무대의 깊숙한 곳에 배치되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악기, 금관악기, 현악기 의 각 파트의 거리감이랄까 소위 레이어감이 우수합니다. 또한 말러 특유의 역동성이 스피커의 용적을 뛰어 넘어 상당히 시원하게 표현 되는데 그 음이 마치 대형기처럼 호방합니다. 같은 브리티쉬라고 탄노이나 BBC와는 방향이 많이 다른 느낌이고 오히려 윌슨오디오나 락포트처럼 현대적인 기질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소형 북셸프로 대편성을 재생하는 것이 어렵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는 좁은 방에 대형스피커를 들여 놓고 부밍을 잡으려고 고생하는 것보다 차라리 고품위의 북셸프를 잘 활용하는 것이 대편성 재생에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소형기가 가지는 한계로서 오케스트라의 총주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소리가 엉키면서 혼탁해 지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스퀘어원은 총주부분에서도 음이 뭉게지거나 하는 현상이 없습니다. 또 스퀘어원은 보기보다 청감상의 능률이 좋습니다. 시청에 사용한 바쿤의 인티앰프의 출력이 15W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대편성을 듣기에 충분한 다이내믹스와 볼륨의 확보가 가능했습니다.
오디오매니아라면 오디오쇼에 참관을 하고 나서 자택의 시스템으로 음악을 들을 때, 괴리감 과 실망감에 몸서리 치고 한동안 음악을 못들은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날도 오전에 코엑스의 국제하이엔드오디오쇼를 다녀온 참이었는데 신기하게도 특별히 실망스럽거나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나. 야노스 슈타커, 바하 무반주 첼로 모음곡 (DSD)
스퀘어원이 대편성 재생에 있어서는 탁월하였지만 현악 독주에서는 어떠한 성능을 발휘할지 궁금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첼로라는 악기의 재생에 있어서는 최고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들어본 첼로 소리 중 당연 최상위이고 이제야 비로소 오디오를 통해 첼로 본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감격스럽기까지 했습니다. 야노스 슈타커는 파블로 카잘스의 연주에 가장 근접한 연주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합니다. 과연 슈타커의 연주도 훌륭하거니와 마치 이미 돌아가신 슈타커가 제 눈앞에 출현한 듯 매우 기묘하면서도 황홀하여 홀린 듯이 음악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다. 안티포네블루스 (DSD)
대편성과 현악 독주에서 매우 훌륭한 점수를 얻은 스퀘어원이 재즈에서는 또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궁금해집니다. 이 번에는 아주 우수한 녹음으로 유명한 음원입니다. 아마도 유럽의 어느 성당에서 녹음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그 특유의 홀톤이 무척이나 인상적입니다. 스퀘어원은 음장의 재생에 매우 능하기 때문에 이 음원에서 아주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저는 proprius와 fim사에 출시된 SACD를 각 리핑한 두 가지 버전의 음원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두회사의 음질 차이를 스퀘어원이 어떻게 모니터하는지 주안점을 두고 시청에 임했습니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우선 fim판의 경우 성당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다소 몽환적인 톤을 여지없이 표현해줍니다. 돔네루스의 색소폰이 아지랑이처럼 아스라이 피어오릅니다. 특히 소리가 사라지는 순간에 약음의 표현이 대단히 섬세합니다. 구스타프 스요크비스트의 올갠은 매우 부드럽게 공간을 가득채웁니다. 반면에 proprius버젼의 경우 공간의 공기가 일순 투명해지며 돔네루스의 색소폰도 명징하고 포워드하게 튀어 나옵니다. 동일한 녹음이라도 마스터링에 따라 이렇게도 차이가 날 수 있나 봅니다. 스퀘어원은 이러한 녹음의 차이를 매우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라. 소니롤린즈 색소폰콜로서스 (PCM)
비록 체험단의 신분으로서 리뷰를 하긴 하지만 ‘좋으니까 좋은거야’라는 식의 무조건적 찬양은 지양하겠다고 다짐을 했고 그렇게 무턱대고 찬양하는 성격도 못되기 때문에 최대한 객관적으로 리뷰를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스퀘어원의 단점을 찾으려고 해도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특별한 단점이 없다는 것은 이렇다할 장점이 없다는 이야기이기도 한데 스퀘어원은 모든 부분에서 수준급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조금 오래된 녹음을 선곡해 봤습니다. 지금까지의 느낌상 스퀘어원은 우수한 음질 하이레졸루션 음원, 그 중에서도 DSD음원에서 최대한의 기량을 발휘하는 것 같았습니다. 한마디로 DSD와의 궁합이 좋다는 것인데 PCM과의 궁합은 어떨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특히 재즈에 있어서 생생한 심벌즈 음향의 재생은 오래된 숙제이기도 한데 스퀘어원은 심벌즈의 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리티쉬계열의 스피커는 재즈와는 그리 인연이 깊지 못한 편이라고 합니다. 브리티쉬 군단의 일원인 스퀘어원으로서는 조금 벅찬 임무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이게 왠일입니까? 막스 로치의 심벌이 ‘챙~~’하며 매우 사실적으로 터져 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더그 왓킨스의 베이스도 그 몸통의 크기조차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히 중량감 있게 전달이 되는군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롤린즈의 연주를 두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문이 열리니 느닷없이 36층이 나오는 것과 같은 저돌성’이라 표현했다고 하는데 스퀘어원으로 이 음악을 들으니 이 문장의 의미가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분하지만 이번에도 스퀘어원 트집잡기는 실패!
마. 요요마, 소울 오브 더 탱고(DSD)
이번에는 요요마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음악을 연주한 앨범을 들어 봅니다. 스퀘어원이 장기로 하는 첼로입니다. 6번 트랙인 ‘푸가타’을 들어 봅니다. 요요마의 첼로를 필두로 하여 바이얼린, 반도네온, 기타, 피아노가 차례로 등장하는데 각 악기의 포지션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감상의 포인트입니다. 예상대로 각 악기의 위치정보를 매우 치밀하게 제시합니다. 첼로와 탱고라는 다소 어울리지 않을 법한 조합임에도 불구하고 이 조합을 마치 소우주의 세계처럼 너무나 매혹적으로 들려줍니다.
4. 나가며-제2부를 기약하며
스퀘어원의 음질을 가감없이 전달하기에는 제 표현력의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스퀘어원의 시청을 마치고 반환을 위해 박스에 포장까지 했습니다. 원래 사용하던 스피커를 다시 연결합니다. 그 스피커로 다시 위의 음악들을 들어 봅니다. 아뿔싸! 다시 한번 스퀘어원의 위력을 통렬히 느낍니다. 아직도 고색창연하게 리스닝룸을 가득 채우는 야노스 슈타커의 바하가 뇌리에 맴돌고 있습니다. 다음에는 보컬, 피아노, 기타 대중음악을 주제로 하여 제2부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