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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이야기는 어지간하면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사실 게시판에 글 안쓰고 읽기만 하려고 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어서 제 의견을 적습니다.
춘규님은 이렇게 이야기하셨죠?
"기독교의 입장은 전시는 살인을 인정합니다. 허락된 살인이지요.
물론 적군과 전쟁의 승패에 관련된 사항에 대한 살인을 의미합니다.
적군이 쳐들어와도 두 손 들고 내밀고 "난 사람 못죽이오."
아군이 배반을 하고 도망쳐도 "생명은 소중한 것이오"
이런 것이 기독교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요"
악의로 하는 말이 아니라 기독교의 역사가 (피해자와 가해자 양면으로) 워낙 피로 점철되어 있으니 춘규님 말씀을 일단은 인정하겠습니다. 기독교도이신 하엽님께서 다른 의견을 제시해주셨으나 거기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보류하겠습니다. ^^ 양해해주세요.
기독교가 전시에 살인을 인정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근대 세계사는 기독교 진영이 다른 기독교 진영 혹은 전혀 다른 진영과 전쟁을 계속 벌이면서 진행되었죠. 현대의 '자유서방'이라는 것도 사실은 (일본만 제외하고) '기독교 진영'이라고 해도 되겠죠? 유럽의 기민당, 기사당 등 이름만 봐도 기독교적 세계관이 이들 세계의 근본이라는 건 확실해보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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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기독교가 전시상황을 인정하는 건 어떤 때인지 궁금합니다. 중세 교회사(이건 가톨릭 쪽이긴 합니다만)를 보면 교회는 국가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아둥바둥거렸습니다. 교황과 황제/왕의 대립 사례를 거론할 필요는 별로 없겠져? 실용적인 면을 중시해 인정한다고 해도 왕은 세속세계에 대해 소유권이 아니라 점유권 정도를 가지는 정도였죠. 근대 이후 많이 달라지긴 했어도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이론은 '보편주의'입니다. 유대인 종교의 대빵이던 야훼, 여호아를 세계 일반의 대빵으로 인정하면서 기독교가 시작된 것이니 보편주의가 중요할 수밖에 없죠. 오리지널 기독교 보편주의는 일종의 원리주의입니다. 이슬람원리주의를 테러리즘과 동일시하면서 미워하기 때문에 원리주의라고 표현하면 기분 나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개신교 쪽에서도 원리주의/보편주의의 틀은 지켜집니다. 가난이 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하느님/하나님의 뜻을 다르게 해석한 것에 불과하지 그게 보편적이 아니라는 뜻은 아니니까요. 제가 왜 보편주의를 원리주의라고 했을까요? 원리주의는 그 자체가 본질이고 목적이라는 뜻입니다. 하느님/하나님의 뜻이 세계의 본질이고 목적이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전쟁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의견이 조율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겁니다. 그런데 원리주의의 시각에서 보면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건 국가 이상의 보편적 원칙 - 하느님/하나님의 뜻입니다. 그걸 교회 또는 기독교 윤리가 수행해야 하는 거죠. 현실 역사에서 기독교 진영은 끝없이 전쟁을 일으키고 현재도 일으키는 중입니다. 때로는 본의 아니게 휘말리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올바른 기독교도라면 전쟁과 국가 간의 분쟁을 국가 중심주의의 입장이 아닌 좀더 종교적인 입장에서 고민해 봐야할 것 같습니다. 일단 기독교가 인정하는 전쟁이 뭔지 궁금합니다. 그게 무엇인지 전혀 고민하지 않고 '쟁상황에선 살인해도 된다'는 건... 글쎄요, 제가 보기엔 하느님/하나님이 무척 싫어할 의견 같네요. 도대체 살인하지 말라는 계율의 예외를 두는 건 어떤 근거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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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특정한 전쟁을 '기독교 진영 일반의 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한 후의 상황을 여쭈어 봅니다. 김상철 장로였나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서울시장 역임했고 가끔 시사토론 나와서 친미천국 북괴지옥을 외치는 분이 있는데 누군지 아시겠죠? 이분이나 가끔 시청 앞에서 성조기 흔드는 분의 이야기는 이런 내용입니다. 현대사회는 종교의 다원성이 인정된다. 그래서 한국이 기독교 국가는 아니지만 하느님/하나님의 뜻이 강물처럼 흐르는(혹은 흘러야 하고 흐를 예정의) 나라다. 미국은 모범케이스이니 친하게 지내야한다. 그런데 우리 북쪽에 악의 집단이 있다. 북괴의 정체가 하느님/하나님의 뜻을 물말아먹는 악의 집단이기 때문에 (형님나라 미국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응징해야 한다. 맞나요? 이 의견은 국가와 국가 간의 의견 조율에 하느님/하나님이 개입될 여지를 줍니다. 2번 단락의 문제(종교는 국가와 국가 위에 있어야 한다)를 해결하는 의견이죠. 하지만 문제는 이게 전혀 새롭지 않다는 겁니다. 십자군 전쟁도 그랬고, 17~18세기의 식민지 경합도 그랬고, 20세기의 세계대전도 모두 이 이야기를 근거로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면 하느님/하나님의 뜻으로 진행된 전쟁은 없는 것 같습니다. 구약시대의 전쟁을 제외한다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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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다음으로 나올 이야기는 국가와 종교를 분리해서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이건 새로울까요? 아닙니다. 수많은 순교자들, 종교전쟁, 마녀사냥(마녀사냥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별개의 종교/경제적 이데올로기 아래에서 뜨겁게 진행된 거죠) 모두 국가와 종교가 분리되어 진행된 결과입니다. 전 기독교 의견을 보면 참 아리송해집니다. 어떨 때는 그래도 국가가 먼저(나라를 지켜야하니 적을 죽이는 것이 당연하다!), 어떨 때는 종교가 먼저(반역자 소리를 들어도 하느님/하나님의 이름 아래 목숨을 바치겠다!). 귀고리코고리같습니다.
돈으로 산 이중국적으로 병역을 빼는 건 흉합니다. 파렴치하고 역겹습니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같은 건 좀 다른 문제 아닌가요? 국적을 포기하면서 도망치겠다는 자에겐 종교적 논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종교를 걸고 이야기할 건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양심적 병역거부자야말로 국가와 종교 이데올로기의 대립지점에서 자기 답을 내려고 노력하는 사람 아닌가요? 전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지지하는 게 아닙니다. 그들의 고민에서 나온 답이 정답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춘규님의 윗글, '아군이 배반을 하고 도망쳐도 생명은 소중하다고 봐주는 건 기독교가 아니라'는 의견에는 종교와 국가 사이의 절충에 대한 고민을 못 느끼겠습니다. 비약이겠습니다만 춘규님 입장을 확장시키면 '전시라면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본보기로 총살해도 된다'는 결론까지 연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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