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ated Link: http://www.hani.co.kr/section-007100000/2004/12/007100000200412121945052.html
지난달이었던가요? 정부가 자영업에 대한 관리(?) 대책을 실시하기로 논의하고 있다는 기사가 링크로 올라와 얘기가 된 적이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본다면 사기업은 모두 자영업일 터입니다만, 문제가 되고 우리가 문제삼는 자영업은 모든 사기업이 아니라 말 그대로 자기 자본과 자가 노동으로(더러는 직원 한두 명 쯤을 더 고용해서) 운영하는 영세한 자영업이지요. 그것도 대리점 형식으로 매장을 운영한다거나 하는 게 아닌, 월급쟁이 그만두고 식당 차려서 직접 장사를 해보겠다는 그런...
리플로 얘기를 하던 중에 제가 "미국도 정부가 자영업을 관리 또는 제한하는 그런 게 있다고 들었다." 뭐~ 대충 이런 언급을 해서, "자본주의의 첨단국인 미국에서 자영업을 관리-규제하다니 무슨 말이냐..." 이런 말이 나왔었습니다. 관련 자료를 찾으면 올리겠다고 했는데,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라서 출처도 기억이 안나고... 제 생각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든 반대되는 내용이든 관련 읽을거리를 아직 못찾았다는 얘깁니다. ^^;;
대신에 자영업 관련하여 읽어볼만한 글을 발견하여 퍼다가 올립니다. 제가 그 요지를 간단히 정리해서 올리고 말고 할 것도 없을 듯 합니다. 바로 이해가 되는 내용이니... "좋은 사회"(이런 제목의 책도 있습니다. 저의 추천도서 중 하나합니다. 아주 쉽습니다.)를 고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큰 차이는 없겠습니다만, 지난해 12월에 지면에 실린 글이라는 점도 감안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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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처한 한국 자영업 -- 적극적 재정정책 절실
[한겨레신문] 2004.12.12(일) / 조영철/국회 산업예산분석팀장
내수산업이 극도로 침체된 상태다. 내수산업 중에서도 자영업이 특히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1990년대 들어 조금씩 증가했는데, 외환·금융 위기 이후 대량해고가 발생하자 생계형 영세 자영업자가 크게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비농림·어업부문 자영업자 비율은 25% 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선진국 가운데 비농림부문 자영업자 비율이 우리만큼 높은 나라는 23.2%의 이탈리아 정도이며, 미국 6.4%, 영국 11%, 스웨덴 8.5%, 프랑스 6.7%, 독일 9.5%, 일본 9.1% 등으로 대부분 자영업자 비율이 우리보다 훨씬 낮다. 1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자영업자 비율이 낮은데,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수준이 비슷한 나라들보다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15개 유럽국가들을 대상으로 나라마다 자영업 비율이 다른 이유를 실증분석한 연구가 있었다. 1인당 국민소득, 실업률, 노동분배율 등 자영업 비율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변수들을 통제한 상태에서 국민들의 사회에 대한 만족도가 낮을수록 자영업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결론은 사회와 직장의 분위기가 개인을 존중하지 않아 국민들의 만족도가 낮은 나라일수록 개인의 자율성이 상대적으로 더 보장되는 자영업 선택 비율이 높아진다는 해석이었다.
선진국의 실증연구를 보면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들보다 직업만족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그 주요 이유는 소득이나 직업 안정성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주로 직업의 자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직업 만족도를 조사한 것을 보면 95년에는 자영업자와 임금근로자들 사이에 직업 만족도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외환·금융 위기 이후의 조사를 보면 인적 특성, 산업, 직업 등의 차이를 통제한 상태에서 자영업자의 직업만족도가 임금근로자들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경제 위축으로 자영업자들이 임금근로자들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 높고 자금 제약이 완화되는 호경기 때 자영업이 증가하는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실업률이 높은 불황 때 오히려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선진국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전문서비스직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생산성이 높은 반면, 우리나라의 자영업은 음식·숙박업에 집중되어 있어 경쟁이 치열하고 생산성도 낮은 편이다. 불황 때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이 증가하는 것은 노동시장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서 전문성에 근거하지 않고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자영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들보다 경기변동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으며 소득 변동도 더 크고 가계의 재정상태도 더 불안정한데, 특히 외환·금융 위기 이후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됐다.
위기 직후에는 자영업이 실업자를 흡수하는 저수지 구실을 했지만 지금처럼 내수 위축이 길어지면 자영업도 버티기 힘들어진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한계에 이르러 환율 기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국면이기 때문에 달러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상당기간 동안 수출산업의 성장 견인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므로 내수를 촉진하는 적극적 재정정책이 절실하다. 급진적 시장주의자들은 불황이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계기라고 말하지만, 불황에 대한 자유방임 정책이야 말로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