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게 논쟁을 촉발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흥분된 의견들이 꼬리를 물때에도
가급적 논쟁에 끼어들고 않았습니다만 조금은 고조된 감정들이 누그러지고 이제는
조금 차분하게 생각을 해봐야할 때가 아닐까 싶기 때문입니다. 아니 저 스스로가
이제는 좀 차분히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생각을 정리하는 의미로
몇자 적어봅니다.
제가 국적법 개정과 관련해서 가장 고민스러웠던 것은 정작 문제의 본질일 재외동포
의 문제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혼선이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이중국적법이니 재외동포법이니 신문에서 쓰고들 있
던데 실제로 이중국적법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고 재외동포법은 과거 재중,재러 동포들
이 동포의 범위에 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헌법소원에 따라 헌재에서 헌
법불일치 판정이 있었고 개정시한까지 개정이 이루어지지 못해 자동폐기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금 재외동포법이니 이중국적법이니 말하고 있는 것은 국적법 개정
안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혼선이 읽고 있는 것은 무엇때문일까요?
지금 우리가 분개하고 있는 문제는 재외동포를 빙자하여 국민의 의무를 회피하려는 사
람들에 대한 처벌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정말 재외동포란 지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재외동포의 지위는 얼마만한 가치가 있을까요? 제 생각에 재외동포란 지위는 외국인과
아무 차이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강점기에 징용으로 끌려간 일본, 중국,
러시아의 동포들, 그많은 사람들의 지위는 이번 논쟁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을까요?
조선말 일제초 하와이니 남미로 팔려가듯 떠났던 사람들의 후손들에 대해 우리들은 어
떤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일까요? 70년대 미국이니 독일 등지로 광부니 간호사니 병아
리 감별사로 해외취업을 해 그곳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말로는 동포라고 하지만 이들이 보장받을 지위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재 생
각입니다.
집을 사고 직업을 얻는 등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
각을 해봅시다. 반대로 우리가 재외동포에게 부여하는 권리라는 것 역시 제가 보기에
는 별반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우리는 이중국적이니 재외동포니 말을 하지만 정작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우리의 인
식이란 얼마나 깊이가 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추산한다면 수백
만의 재외동포들이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들에 대해 우리가 해준 것은 무엇
이 있습니까?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따져볼 문제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적인 추세가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추세라고들 말합니다. 그것은 해외동포들의 힘을 어떻게든 국가적 발전에 활
용하려는 각국들의 의지입니다. 단순히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지위
를 법적 제도로 보장하고 이들이 모국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고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려고들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습니
까? 허울뿐인 동포라는 이름으로 애국심만을 부르짓을 뿐입니다. 어찌보면 해외동포
들의 놀라운 애국심은 그들이 우리와 맺을 수 있는 고리가 애국심밖에는 없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렇다면 국적을 이탈한 사람을 재외동포로 인정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말은 사실
너무 허구적인 말이 아닐까요? 우리는 또다시 우리사회가 않고 있는 부조리와 부패의
문제를 재외동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저는 재외동포를 빙자해 국민의 의무를 거부하려는 사람들을 용서해서는 안된다고 생
각합니다. 하지만 어떻게 그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문제는 도덕성의 문제일 것이라
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몇천, 몇만의 무책임한 소수
권력층의 자제들에 대해 응징한다는 명목으로 수백만 동포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것은 도덕적인 일일까요? 그리고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일까요? 우리는
우리사회의 도덕성 회복을 위해 어떤 방법을 찾아야 할까요?
누가 옳고 그르다는 정치적 판단에 앞서 우리사회가 앞으로 사회적 갈등을 어떻게 해
결해 가야할지, 또 사회적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대안을 모색할 수 있
을지 한번쯤 진지한 생각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사회적으로 더욱 소외되어갈
재외동포의 문제에 대해서도 한번쯤 관심을 가져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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