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컴퓨터나 사진기와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감각 대상인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거지요.
원시인의 사고체계에서는 외부 세계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걸로 받아들여 집니다.
내가 느꼈다면 그것은 실제로 존재한다는 단순한 결론인데 뭐 현대인 중 다수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만...
고대문명의 시작부터 사상가들은 인간의 감각이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고교 윤리 시간에 데카르트의 회의론에 대해 배웠을 테지만 실은 고대 그리스나 중국 철학에서도 기본적인 아이디어였죠.
심리학에 나오는 간단한 예를 보죠. 청각에 비해 알기 쉬운 시각을 예로 들겠습니다.
암실에서 빨간 전구 두 개를 번갈아 켰다 껐다 했을 때 사람의 뇌는 빨간 불이 두 지점을 왕복 운동하는 것으로 느낍니다. 움직이는 물체는 잔상을 남기죠. 그래서 뇌는 없는 잔상을 만들어 냅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잔상을 만들어서까지 보는 눈은 황금눈일까요 막눈일까요?
사실은 그냥 정상적인 인간의 부정확한 감각일 뿐입니다.
청각의 경우에는 그 부정확함이 훨씬 심합니다. 사람마다 다르고 같은 사람도 때마다 다르게 느낍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게 플라시보 효과입니다. 이 걸 인정하지 않으니 저마다 황금귀를 자처하고 남은 막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경험이란 것은 실제로는 그 순간 외에는 의미가 없는 것입니다. 나는 느꼈다라고 백날 주장해 봐야 다른 사람은 또 다르게 느껴버리면 끝입니다.
게시판의 비실용론자는 이런 감각적 플라시보가 실제로 존재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얻는다는 사실에 착안하면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이건 아니건 잔상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요.
황금주둥이의 값비싸고 묵직해 뵈는 외관이 황홀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것은 사실 정상적인 반응입니다. 비록 그게 알맹이는 일제 양산품이란 걸 알아도 플라시보 효과에서 쉽게 벗어나기 힘든것도 그다지 이상한게 아닙니다.
그런데 어떤 착각들의 경우는 진상을 제대로 보고 나면 쉽게 벗어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복사 시디의 음질 열화 문제입니다. 이론상 변할 수 없는 소리가 변한다고 느껴질 때는 이론을 왜곡하거나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고 강변할게 아니라 그냥 착각인 걸 인정하는 게 좋습니다. 일단 확실히이해하고 믿게 되면 당신의 뇌는 불필요한 부분의 왜곡을 멈추고 제대로 된 차이를 발견하는데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저기 보이는게 빨간 불 2개가 점멸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불 하나가 왔다갔다 하는 것인지는 알 수 가 없다는 것이죠.<br />
거꾸로 말하면 진짜 불 하나가 왔다갔다 하는 움직임의 잔상을 못보는 막눈의 소유자라면 빨간 불 2개가 점멸하는 거라고 착각하겠죠? ^^
장명호님/ 어떤 용어에 선악의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게 좋겠네요. 착각은 '감각의 착오'일 뿐입니다. 어떤 착각은 알면서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뭐 진화의 산물이라 그렇겠지요. 그래도 용어상으로는 착각이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죠.<br />
류권열님/ 그런 현상은 존재하지 않습니다.잔상이 보이지 않으면 빨간 불2개가 점멸하는 것도 보이지 않는 시력의 소유자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