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화책을 샀습니다...
데스노트9,10권..
80년대에 이 작가의 작품을 처음보았는데..그때부터 이 작가는 스토리엔
소질이없거나 관심이없거나..뭐 이런 인상을 주었던 사람이죠.. 그러나,
다케시오바타..정말 놀라운 그림연출을 일본이나 한국의 만화업계로선 노익장에 해당
하는나이로서 행하고있는사람입니다...
이 작품은 고스트바둑왕때도 함께일한바있는 즈쿠미 오바가 스토리작가를 맡아 전문
적인 각자의 영역을 선보이고있는데..적어도 중반까지는 놀랍도록 치밀힌 전개를 보여
주었죠..추리소설이 오타쿠틱하게 발전한 일본의 만화만이 가질수있는특징이었던것이
라 생각합니다.
9.10권을 보니 극중의 '키라'를 둘러싼 파시즘이 어떻게 발전하는가를 흥미롭게 보여
주고잇는것같았습니다. 또 그와함께 상업은 어떻게 결탁하는가...그리고 인간은 과연
신의 영역에서 선악을 절대적으로 결정할수있는가....스케일이 좀 커져있는바람에 분
위기가 약간 달라졌죠..이정도의 집단무의식이라든가 근본적질문을 다룰수있는 스토리
작가의 역량이나 인식또한 좋았습니다. 극 초반의 치밀한 머리쓰기는 놀라울정도였던
건 확실하고...
그래도 직업병일지몰라도 이 작품..작화의 다케시오바타의 그림만들기가 마음에 들
어 이 작품을봅니다..이런류의..그러니까.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그림이란게 일반적으
로 말하는 예술적인요소와 비교해 약간은 다른식의 기본을 요구합니다. 만화란게 우습
게들리는말일수는잇지만, 이것역시 제대로하기위해선 피땀과 눈물을 흘리지않을수없
죠..^
만화의 그림역시도 여러가지 퀄리티를 갖게되는데, '작품의 전체적성격이나 이미지
와 관련하여 전달에 무리가없는 선에서의 그림'..이라는 정도로 좋게좋게 말해주고 넘
어갈만한 수준의 그림이 분명히 있고,
이 데스노트처럼 여러항목에서 교과서적 완성도를 지향하는 '원단'으로 쳐줄만한 그
림이 있습니다.정확,또는 보기좋은,또는 포인트를 짚는다는면에서 어설픔이없는 공
투시퍼스 사용이라든가,
인체뎃생의 해부학적완성도, 비례나 얼굴묘사의 세련됨,이런 항목에서 다케시 오바타
의 그림 그리기는 부족함이 없고,그외 성격묘사를 위한 표정,행동연기...이런점들에
서도 본인의 그림이나 작품의 분위기 내에서의 최소한의 필요부분을 훌륭히 만족시키
고있는걸 보게됩니다.(어쩌면 사진 트레이스를 활용하는건 아닐까하는 의심마저들죠..
그렇다하더라도 놀라운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런점이 놀라운이유중하나는 이 나이든 작가가 노쇠함을 전혀 노출하지않는다는것입
니다.(원숙함을 노출하긴합니다.) 한국에서 만화가들의 노쇠함은 극복하기 대단히 힘
든 장벽중의 하나로,세대교체라는 말을 넘어서 ...더이상 표현을 못하겠군요..어쨋든
부끄러운 점이 있습니다.
시대적요구가 달라지는점을 만화가들이 적응하지못하는 원인도있고, 만화가들 스스로
가 정말 자신을 표현할 창작에 그리 익숙지못했기때문이기도하고..무엇보다 시장이 너
무나 작고..여러가지이유가잇습니다. 대힛트만화들이 너무나 단기적 시대흐름에 힘입
은 경우가 많아 그렇게 성장한 만화가들이 결국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지못하죠..역
시 긴 생명력은 유행에 있는것은 아닌가봅니다.(곁가지지만, 이현세의 경우만 봐도 그
의 투박함이 결국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됩니다. 개인적으론 허영만의 영악함이 심하
게 마음에 들어 그의 작품은 고박꼬박 보고있는데..이분만은 한국에선 예외적인 생명
력을 가진 경우라 할수잇습니다. 아마도 보통이 아닌 민감한 노력을 기울일거라 생각
합니다.)
한국에서 이 작품을 보고있는입장으로선, 일본이란 획일적인 나라가 정말이지 위험스
런 교육을 학생들에게 실시하고, 또 말도안될정도의 극우파들이 득시글한,열받게하는
나라임엔 틀림없지만, 이 분야에 있어선 할말이 없더군요..
여기에 유럽의 작품들을 생각하면 한번 더 입이 벌어지지만, 그들의 작품의 아집이란
점이 상업적진행에 방해가 될때가 잇는게 아쉽죠..이런점에서도 일본의 만화들이 상업
력을 확보하게됩니다..
이 데스노트와 그외 오바타의 다른작품들과, 또 좋은그림의 작품들 몇몇을 떠올려보
면,
슬램덩크의 중후반, 같은작가의 베가본드, 선과 스크린톤테크닉에 장르하나를 만들다
시피한(약간 가볍다 느껴지기도합니다.) 사일런트 뫼비우스,-개인적취향과는 좀 다르
지만 이런부분을 평가할만합니다.-오토모 가쓰히로의 아키라.(이 작품은 국내의 애니
매이터나 만화가들에겐 교과서 취급을 받아왔죠..)우라사와 나오키의 용두사미..지만
걸작 몬스터 ,에반겔리온의 출판만화,..정도가 금방 떠오릅니다.
그러면서 슬그머니 한국상황을 생각해보면..한마디로 말해무엇하랴..이런생각이듭니
다..
철저하게 그림만 놓고생각해보면..일단 최고작이 너무적은것같습니다. 그것도 최근몇
년사이에 등장해서 아직 안정시기는 아니죠.. 물론 수출실적도 일부생기고, 세계어디
어디에 번역된 우리만화..라는 식의 YTN식의 실적보고도 몇번 잇었지만.두개쯤을 빼놓
고는 망신스러운 수준의 이벤트였고..
국내에서 인기있는 작품들 보고있으면 별거없이 대히트했던 몇몇 국내영화들이 생각난
다고 하면 딱 맞는 수준의 작품들입니다.
그림...이부분의 문제는 '개선'이라는 말보다는 혁신/뒤엎음..이런말이 먼저 떠올려
지는데..먼저 80년대 대본소풍의 그림들이 아직도 약간의 변주를 거쳐 사라지지않고있
는점이나, 그마저도 안되는 어설프게 일본만화를 따라한것들이 지나치게 많죠..수십년
전에도 똑같은말을 햇는데 여전합니다.
그러면 '일본에도 어설픈 그림은 많이 있지않은가'라는 말을 할수잇겟지만 최고수준작
품들이 풍족하게 버티고 1차적 시야를 넓히고잇는 그들의 토양은 결코 같지않습니다..
우리쪽은 최고작이거나 인기있는작품들의 그림이 굳이 말하기 민망할정도로 엉성하니
까..만화가들이 개인적으로 재미있어하는 그림만 그렸지, 최소한의 공부를 게을리한체
로 굳어진 결과죠..그러면 과거의 대가들이 잇지않은가..라고 말하는경우도 잇을줄압
니다...
일단 화석은 아무런 소용이 없는거죠.. 실제로 과거의 김용환화백이나 김종환등의
대가들은 돌아가셨거나 상업성을 가질수없거나 한 상황인걸 굳이 설명할건 아닌것이
고, 현재 활동중인 작가들이 보다 1류가 되어 대표할만한 최고작품을 지녀야만 합니
다...그림으로나 무엇으로나..그런데 그런 자신감은 당당하게 가질수있는상황이 아니
더군요.
어쨋든 그런 상념을 가지면서 이 데스노트를 보았습니다. 현제 이 두작가와 출판사는
이 작품으로 어느정도의 수익을 올리고있을까..이런생각부터하는건 역시 제가 속물근
성에 절은 생활인이기 때문인것이고.. 이 작품 하나앞에서도..한국의 애니매이터로서
여러가지를 부끄럽게 생각하지않을수가없더군요..
그리고 하필 일본이 이렇다니..전 소니TV로 일본총리놈의 야스쿠니 참배소식을 보면
서 일본놈들 욕을 하고, 회사에선 일본애니매이션의 하청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밤엔 일본의 만화를 보면서 창작욕을 불태웁니다...ㅎㅎ..이러니 일본욕도 그리 당당
히 못하는 한심한 입장이죠.
언젠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