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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종류, 음악 취향, 오디오에 대한 두서 없는 잡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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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05 19:0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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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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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종류, 음악 취향, 오디오에 대한 두서 없는 잡담..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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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가입일자 : 2001-04-07] |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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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K-Pop 의 일부를 많이 좋아합니다.근데, 음반을 산건 2NE1, 빅뱅, 소녀
시대뿐이고 리핑해놓았으면서도 정식 오디오 기기로 폼? 잡고 듣는 경우는 거
의 없고 주로 유튜브를 통해 듣습니다. 괜찮은거 연결되있다고 해도 결국 음원
은 MP3 수준이고 괜찮은게 아니라 4만원짜리 이어폰으로 들을 때도 많죠. 팝 음
악도 넓은 공간에서 본격적인 오디오 기기로 들으면 조금 감흥이 더 있기야
하겠지만 저는 그 차이를 심각하게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팝 음악은
본질적으로 편하게 - 경험/공부/훈련/준비 없이 - 들을 수 있는 음악입니다.
저 밑에 어느분이 클래시컬 음악은 무조건 난해하고 팝은 쉬운거다라는 법은
없다는 얘기를 하시던데, 팝 음악은 무조건 쉬운 것이고 클래시컬 음악 중에는
난해한 것도 있다가 맞는 말입니다. 어려운 팝 음악이란건 둥근 네모와 같습
니다. 내 취향에 안맞는 팝 음악이 있는 것이지 어려운 팝 음악이란건 없는
겁니다. '내'가 호모사피엔스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언어음악로 이루어진 음악
문화 속에서 살아온 외계인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클래시컬 음악은, 적어도 아주 많은 클래시컬 음악은 다릅니다. 유튜브 또는
MP3 와 3-4만원 짜리 이어폰으로 듣는 것과 넓은 공간에서 무손실 고해상도
음원/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로 듣는 것 사이에는 심각한 차이가 있습니다. 아니,
대편성 관현악같은 경우는 기기는 같아도 공간이 좁으냐 충분히 넓으냐에서만도
큰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클래시컬 음악을 즐겨드는 이들은 기를 쓰고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개인 음악 감상실을 장만하고 싶어합니다.
반면 팝음악을 주로 듣는 분들은 상대적으로/객관적으로 그런 욕망에서 더 자유
로울 수 있는 조건에 있고 실제로도 더 자유롭습니다. 저는 두 종류의 음악을
모두 좋아하므로 자유롭기도 하고 자유롭지 않기도 하죠..^^
저 밑에 어느 분이 '겉멋들어서 클래시컬 음악이랑 재즈 음악을 열심히 들어보
았지만 나름대로 노력했는데도 귀에 잘 들어오고 즐거운 건 극히 일부뿐이더라.
그 이후부터는 클래시컬 음악/재즈 음악이든 아니든 그냥 마음 편하게 좋아하는
음악만 듣는다'라는 요지의 말을 해주셨는데, 그 요지의 요지는 음악들의 급을
나누거나 음악들 사이의 급에 대한 남들 얘기에 귀기울지 말고 '자신의 취향대
로' 음악을 즐겨라는 것으로 들립니다. 이 생각(조언?)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우선, 극히 일부만 귀에 들어온건 십중팔구 머리가 다 큰 시점에서 너무 의도적
으로 들으려 애썼기 때문일 것입니다. 클래시컬 음악에 대한 폭넓은 취향은 머리
가 굳은 다음에는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또 그 형성은 우연하게, 자주, 다양한
클래시컬 음악이 흐르는 환경에 노출되는 비의도적 경험에 의해서만 가장 강력하
게 형성됩니다. 가장 효과적으로 형성되는 경우는 그 환경이 클래시컬 음악 교양
이 깊은 친구/친지/부모/형제/선생님에 의해 의도적으로, 그리고 섬세하게, 구성
된것 일 때입니다. 실제로 클래시컬 음악을 폭넓게 즐겨드는 이들 대다수는 어릴
때부터, 늦어도 사춘기때부터 클래시컬 음악을 듣기 시작하고 그것의 좋음을 느끼
기 시작했던 이들입니다. 제가 다니는 회사의 제 개인 사무실 바로 옆에 제가 주
도해서 구성한 30평 넓이의 음악감상실이 있지만 25명이 넘는 직원 가운데 클래시
컬 음악을 감상하러 그곳에 내려오는 이는 한 명도 없습니다. (제 인상/마음씨,
전혀 험악하지 않습니다!) 한 두명 정도가 가끔 프로그래시브 록을 들으려 내려올
뿐입니다. 그 덕분에 그 공간은 거의 제 개인 음악감상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그 직원들 대다수는 어떤 종류의 대중음악을 즐기는 이들일 것입니다만,
그걸 즐기러 지하 음악감상실까지 내려올 필요는 전혀 못느끼는 것입니다.
대중음악은 상대적으로 더 쉽기 때문에 대중음악입니다. 클래시컬 음악은 더 길고
더 복잡하고 더 형식화되어 있기 때문에 예술음악이라 불리고 그에 대한 폭넓은
취향이 생기는데 시간과 노력과 적합한 환경이 대중음악보다 훨씬 더 요구됩니다.
물론 대중음악도 예술입니다만 대부분의 클래시컬 음악 곡들은 대부분의 대중음악
곡들보다 더 예술적입니다. 그래서 대중음악은 클래시컬 음악보다 전문적 비평/
예술적 질이 훨씬 덜 중요하고 대중의 인기가, 즉 많은 대중의 취향에 부합하느냐
여부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클래시컬 음악에 대해서 이중적 태도
를 취해야 합니다. 클래시컬 음악의 우월성이나 예술성을 신화화하면서 내 취향에
맞지 않는 것을 너무 억지로 들으려 해서도 안되지만 내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너무 쉽게 무시해서도, 음악들 사이에는 아무런, 내가 존중하려 애써야 하는 객관
적 질의 차이도 없고 음악들을 대하는 주관들의 주관적 취향 차이만 있다고 생각해
서도 안됩니다. 매일같이 K2에 등정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훨씬 자주 동네 뒷산을
간편한 옷차림과 준비물만 가지고 어슬렁 어슬렁 올라 가지만 K2를 오르는 경험이
더 풍부하고 극적인 경험이라는 사실을 선험적으로 부정해서는 안됩니다. 초입에서
지쳐 나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음악들 중에는 다른 것들보다 더 예술적인 것들이 있는 반면
현재의 내 음악 취향은 그것들을 즐길 수 없는 수준의 것일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으니 현재의 내 취향에 맞는 음악만 즐기겠다는 태도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태도라는 것, 자신의 음악 취향을 미지의 좋은 것에 열어두어야 한다는 것, 대다
수의 사람들에게, 그 미지의 좋은 것은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시컬 음악에 더 속할
것같다는 것입니다. 물론 역시 저 아래 어느 분이 말하셨듯이 클래시컬 음악도
한 10년 열심히 들으면 더 이상 들을 것이 없는 음악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서구의 유명한 클래시컬 음악 비평가는 반 세기? 가까이 들으니 더이상 특별한
감흥이 없다고 얘기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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