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많이 거론되는 주제에 대해서 간단하게 제가 알고 있는 내용을 옮겨 드릴까 합니다. 한창 민감한 주제이고, 분쟁을 일으키려는 목적이 아니므로...
최대한 불편하게 읽히지 않도록 노력했습니다. 내용에 대해서는 관련 분야에서 보편적으로 형성된 것들이라 생각됩니다만, 읽어보시고 생각을 나눴으면 합니다. 미리 분명하게 말씀드리면, 기술의 관점에서 받아들여야 할 것과 개개인의 선호에 따른 취사 선택은 구분이 되어야 하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보죠~
1. 비트 depth: 16비트와 24비트
소리라는 파동을 연속된 값으로 표현하는 아날로그와는 달리, 디지털에서는 매 순간 읽어 낸 아날로그 값을 불연속적인 근사치로 표시를 합니다. 이 '매순간 읽어 낸 것'을 '샘플'이라 표현하고, 이 샘플을 나타내기 위해서 사용되는 데이터 자리수를 bit depth라고 합니다. 이 비트 depth가 큰 경우와 작은 경우의 대결입니다.
16비트 샘플은 약 65,000가지의 값을 가질 수 있고,
24비트 샘플은 약 16,000,000가지의 값을 가질 수 있고,
아날로그는 샘플의 개념은 없으나 굳이 비교하자면 무한한 가지수의 값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식으로 생각을 확장해 보면 비트 depth가 올라갈 수록 아날로그에 가까운 자연스러운 소리가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마치 100만 화소로 찍은 사진과 1000만 화소로 찍은 사진의 경우처럼, 두 개의 사운드도 논리적으로 같은 관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한 논리적인 설명에서라면... 이런식으로 얘기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적용된 다른 기술 때문에 이런식의 설명은 현실과는 많이 다릅니다.
지금부터 왜 그런지 최대한 간결하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과정을 즉 ADC를 가지고 생각해 보죠.
아날로그 파형에서 샘플들을 읽었다면, 샘플값과 실제 아날로그 값 사이에는 항상 오차가 존재합니다.
샘플값이 불연속적인 수치이기 때문인데, 이를 양자화 오차라고 합니다.
당연히 24비트보다 16비트가 더 큽니다.
피크에 가까운 값에서의 오차를 보면, 가령 30000.4라는 값을 읽었다면 30000이라고 샘플에 써 넣습니다.
오차율은... 0.4/30000로 매우 낮습니다.
반대로 최약음 근처에서 오차를 내보면, 가령 1.4라는 값을 읽었다면 1이라고 샘플에 써 넣습니다.
오차율은 무려 0.4/1 = 40%가 됩니다.
이상태로 제품을 만들면... 아무도 디지털로 음악을 듣거나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디더링'이라는 기술이 도입되는데, 이것이 비트 depth의 차이를 눌러버리는 마법을 부립니다.
디더링이라는 것은, 거칠게 말하면 빨강색연필과 파란색연필밖에 없을 때, 한칸씩 교대로 찍어서 보라색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앞서 0.4를 표현하기 위해 4번의 1과 6번의 0을 써 넣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하겠네요.
아무튼 이런 식으로 아날로그 값과 디지털의 근사값의 차이를 보정해 버렸기 때문에...
비트 depth에 따른 정확도(precision)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린 셈입니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러하듯이, 수반되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친 디지털을 다시 아날로그로 바꿔보면 보정된 양에 비례하는 화이트 노이즈가 생성됩니다.
이 노이즈가 노이즈 플로어를 올라오게 만들어서... 결과적으로 다이나믹 레인지가 줄어듭니다.
재생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비트 depth간 차이는 바로 오로지 노이즈 플로어의 차이입니다.
양자화 오류가 상대적으로 적은 24비트는 디더링으로 보정하는 차이가 적게 되고,
그 만큼 크기가 작은 화이트 노이즈를 만들어 내어 결과적으로 더 넉넉한 다이나믹 레인지를 갖게 됩니다.
참고로, 16비트를 사용했을 때 96db, 24비트일 때 144db의 다이나믹 레인지를 갖는데,
어느 경우든 최대음의 크기는 같고 표현 가능한 약음에서 차이가 나게 됩니다.
24비트인 경우 16비트 인 경우보다 48db 밑으로 약음 표현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다면, 실제로 이 두 포맷을 재생했을때의 차이는 어떻게 될까요.
여기서부터는 다소 주관적인 영역일 것 같은데,
스피커의 물리적 한계나, 앰프의 무음 스펙, 그리고 음반에 실제로 표현되어 있는 다이나믹 레인지 등을 생각해 보면,
96db의 16비트도 충분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가령, 거실에서 음악을 듣는다고 했을때, 50db의 환경 소음이 있다고 가정하고, 앨범의 최약음이 나오도록 볼륨을 설정하면,
피크에서는 50 + 96 = 146db의 소리를 듣게 되는 셈입니다. 24비트라면 50 + 144 = 194 db... 귀머거리가 되거나 기절하지 않을지요.
하여간 24비트로 가면 다이내믹 레인지에서 이점이 생기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이 얼마나 이로운 것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판단하면 되겠습니다.
2. 샘플링 레이트
비트 depth보다는 간단한 이슈입니다.
앞서 샘플을 취한다고 얘기를 했었는데, 얼마나 자주/빨리 샘플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값입니다.
자주 쓰이는 값들은 44.1/48kHz를 베이스로 이것의 2배수나 4배수를 한 값들입니다.
44.1kHz는 1초에 441000번을 취하고
96kHz는 1초에 960000번을 취하고,
아날로그에는 샘플링의 개념이 없으나 굳이 따지자면 무한대의 샘플을 취합니다.
따라서... 이것도 일견 높아질 수록 음의 품질이 높아지는 쪽, 즉 좀더 아날로그적인 자연스러운 소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역시, 잘못된 직관에 의한 오류입니다.
샘플링 레이트가 높아지면 더 높은 주파수에 대한 표현이 가능해 진다... 외에는 다른 이점은 없습니다.
거꾸로 말하면, 표현하려는 주파수를 한정했을 때, 일정 수준 이상의 샘플링 레이트는 불필요하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여러번 언급되어서 이미 잘 알고 계신 나이퀘스트 이론에 따른 것입니다.
나이퀘스트 이론 자체는 수학적 이치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유효합니다. 다만, 실제로 샘플링 레이트가 커지는 것이 기계 구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샘플링레이트가 커지면 low-pass 필터를 좀 더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되는 점이라든지...)
가청 주파수인 20kHz 미만의 재생이라고 한정해 본다면,
44.1kHz의 샘플링 레이트면 포맷상의 한계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이 얘기가 나왔던 48kHz와 44.1kHz의 대결은...
포맷 자체의 비교는 재생 가능한 주파수의 상한이 다르다는 점 빼고는 차이가 없습니다.
실제로 기계를 특정해서 돌렸을때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므로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되겠습니다만...
포맷의 우열을 따져보자라고 한다면 48kHz가 좀 더 높은 주파수의 원음을 담을 수 있다는 것 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올라온 글들에서 지적되었던, 48->44.1로 변환했더니 가청주파수 대역에서 정보가 소멸됐다는 이야기는...
샘플링 레이트를 바꾸면서 발생한 오차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원본에는 없었던 왜곡이 생긴것이지요.
즉, 44.1kHz가 포맷이 열등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 왜곡의 정도는 변환에 사용된 방법(알고리즘)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포맷의 우열보다는 원래의 샘플링 레이트를 그대로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운드 엔지니어가 최종 단계의 마스터를 24/96으로 끝마쳤다면, 이 포맷이 가장 좋은 사운드를 재생할 거라는 얘기입니다.
그런 측면으로... CD의 포맷은 아쉽습니다.
3. CD와 고음질파일
16/44.1을 사용하는 CD의 음은 24/96, 24/192등의 막강한 숫자 앞에서 초라해 보입니다.
하지만 곁가지들을 제거하고, 지엽적인 팩터들을 배제해 보면 조금 더 분명해 질 수 있습니다.
고음질 파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1. 이것이 앨범을 디렉팅했던 사람이 원했던 최종 소리입니다.
2. CD 포맷 대비 실질적/이론적 향상이 있습니다.
3. 소유에 대한 심리적/정서적 만족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음질 파일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CD의 음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1. 극악의 강약대비 재생이 아닌 한 고음질 파일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2. 카메라의 화소수와 화질과 같은 관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즉, 16/44.1이라는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습니다.
3. CD 재생음을 훌륭하게 만들기 위한 많은 노력과 결실이 있습니다. (가지고 계신 장비에도...)
이상이고, 긴 글 읽기가 지루하신 분들을 위해 간단히 요약합니다.
1. 비트 depth는 오직 다이나믹 레인지에만 영향을 줍니다. (재생의 관점)
2. 샘플링 레이트는 표현 가능한 최고 주파수를 결정할 뿐, 음의 품질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3. 샘플링 레이트를 변환하면 원본에 없던 왜곡이 더해집니다.
4. 개인적으로는 고음질 파일을 선호하지만, CD의 음질도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5. 어쨌거나 각 포맷에 대한 평가 및 취사선택은 개인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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