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의 어느날 지인형님(A)집에 놀러갔습니다.
클래식애호가여서 깊고 광활한 음악지식에 2만장이 넘는 CD를 보유하고 있는 분입니다. 오디오기기에 대한 경력도 25년이상 된 분으로 당시 기억에 네임DAC을 사용하고 있었고 CD와 푸바를 이용한 PC-Fi를 병용하고 있었습니다.
같이 간 다른형님(B)과 3명이서 얘기를 나누는데 A형님이 '고음질음원을 2테라정도 가지고 있는데 CD하고 비교해서 별로 좋은 점을 모르겠고 때로는 CD로 듣는게 소리가 더 좋은 거 같기도 해'라고 했습니다. 저와 B형님은 16비트음원과 24비트음원은 경험적으로 차이가 많은데 왜 그렇게 느꼈을까 의아해했습니다.
저는 당시 J.river(음원재생프로그램)를 막 사용하기 시작한 상태여서 무료로 제 라이센스 깔아줄테니 사용해보라고 권하면서 A형님의 컴퓨터를 만지작 했습니다.
그런데? 오디오설정이 다음과 같이 되어있었습니다. win7의 오디오설정에서 지원되는 형식tab의 샘플속도설정에 44.1KHz만 선택이 되어 있고 48/88.2/96/192KHz는 선택이 되어있지 않더군요. 그리고 고급tap에 2채널 16비트 44100hz로 되어 있더군요.
그러니까 네임DAC을 사용하고 있는데 PC-Fi를 하면서 오디오설정을 16비트 44.1로만 세팅을 하니 아무리 고음질음원(24비트)를 재생해도 CD급음질이 나오는 것이죠. 제가 A형님에게 PC오디오세팅이 16비트로만 되어 있다고 말해주고 샘플속도설정에서 모든옵션선택과 고급설정에서 2채널 24비트 192000hz로 세팅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세팅을 바꾸니 네임DAC의 전면LED도 고음질불이 들어오더군요.
24비트설정을 제대로 하고서 24비트음원을 재생해 보았습니다. 그러자 A형님이 안색이 바뀌면서 '어..소리가 달라졌네..더 좋네..'라고 하면서 얼굴이 붉어지면서 부끄럽고 당황스런 기색을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자주듣는 음원과 CD를 비교해서 들어보더니 '아..이 정도 차이면 당연히 고음질음원(24비트)을 듣는 이유가 생기지'라고 합니다.
저는 마스터음원(24-96/192)와 CD급음원으로 의미가 있다 없다 상술이다 아니다 등등으로 게시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저는 그냥 아무 생각없이 고음질음원을 들어보니 더 좋고 수집소장을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해서 24비트음원을 열심히 모으고 듣고 소장하고 있습니다. CD급(16비트 wave/flac/ape등)은 모으다보니 2테라하드 5개가 순식간에 다 차서 이대로는 끝이 없겠다 싶어서 2테라 5개의 외장하드로 담아서 빼두고 더 이상은 모으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에 24비트음원은 보이는 족족 잘 모와서 정리해두고 있고 최근에는 SACD ISO를 재미삼아 모으고도 있습니다. 24비트음원이 아직은 CD급음원처럼 흔하지 않다 보니 그동안 열심히 모와놓은 24비트음원의 양을 보면 흐뭇하기도 합니다.
A형님의 경우 PC의 24비트오디오설정이 제대로 된 후에는 24비트음원위주로 음악을 듣고 DAC를 QBD76HD(성향상 DDC을 거쳐 동축광으로 연결)로 업그레이드를 하기도 했습니다. 네임DAC보다 한층 더 좋은 음질에 만족해하며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와싸다의 대부분의 회원분들은 PC-Fi를 할 때 24비트오디오세팅을 제대로 하고서 들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A형님의 사례와 같은 경우가 없을까요? 저는 몇몇분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4비트설정을 해놓지않고 24비트음원을 듣고 고음질음원(24비트)이나 CD급(16비트 44.1 무손실)이나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분들 말입니다.
24비트오디오설정을 해서 24비트음원을 듣지만 16비트와 차이를 모르겠다고 한다면 이 것 또한 어쩔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차이를 느끼고 필요한 사람은 24비트 음원을 듣고 좋은 DAC을 사용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안들으면 그만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디오/소리라는 것이 누가 옳다고 알려주고 강요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가이드는 받을 수 있지만 결국은 자신의 귀수준과 취향에 따라 자신의 오디오생활을 해나가는 것이니까요.
다만 기본적인 정보공유/길잡이를 위한 토론과 정보제공은 우리 모두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원하는 게시판의 흐름도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뜬금없이 예전 일이 생각이 나서 키보드를 누르다보니 다소 길어졌습니다. 즐거운 오후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