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재즈 마스터들의 음반들을 돌아다보면 어렵잖게 일본 재즈 뮤지션들의 판을 찾아볼 수 있다. 게이코 리, 치에 아야도, 이츠마 마유미, 아유까와 리모쓰... 처음 이들의 판을 들으면 참 신선하다. 오디오 파일들에게 쾌감을 느껴주게 할 양질의 녹음들, 나이에 걸맞지 않은 허스키함, 새로운 탈바꿈을 한 리메이크 앨범들.... 문제는 이러한 것들이 너무 많아지다보니 최근에는 일본 여성 재즈보컬의 음악은 '그 음악이 그 음악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후지타 에미 판을 들어본건 좀 오래 전 일이었다. 4~5년 전 동호회 모임을 나갔다가 모 회사의 샘플러에 삽입되어 있던 '데스페라도'를 들었던 경험이 아마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의 느낌으로는 원곡이었던 이글스의 그것이 훨씬 각인에 남아서 '그냥 이쁜 목소리네~' 하고 넘겼다. 그리고 비교적 최근, 주변의 권유로 1집과 2집을 사 보았다. 한마디로 느낌을 요약한다면...
"편안하다."
사실 에바 케시디의 음반을 듣고 있으면 그 음반을 듣는 이유가 투명한 해상력이나 양질의 녹음보다는 '편안함'이라는 느낌으로 들을 때가 많다. 그간 국내에 알려진 일본 여성보컬 Jazz는 분명 음악적인 성향으로는 뛰어나기는 하되, 자연스럽다거나 편안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 보컬이 부르는 Moon river에서는 '오드리 햅번의 꿈'을 읽을 수 있으며, What a wonderful world에서는 루이 암스트롱의 열망을 느낄 수가 있다. 다이아나 크롤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의 의견을 빌자면 '가창력은 있으되 노래를 다소 성의없게 부른다.'라는 말이 아마 이 보컬에게도 통용이 될 지 모르지만 무엇보다 청자로 하여금 자신이 리드하는 분위기가 '편안함'이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인식시킨다면 그 나름대로서의 성공이 아닐까?
물론 후지타 에미보다 훨씬 옥타브가 높게, 곱게 올라가는 음반들은 적지 않다. 그러나 오늘처럼 비 추적추적 오는 날이면... 삶 속에서 잠시간의 여유를 찾고자 그녀의 편안함에 나를 기대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