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비어 볼륨을 과감히(!) 9시에 놓고 듣고 있는 일요일 입니다.



앰프를 들인 이후 몇가지 EL34관을 구입해서 들어 보았습니다. 정확한 구분은 못하지만, 대략 싱글 0 게터, 더블 D 게터, 더블 0 게터 입니다.



기기에 대한 경험이 적어, 앰프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무리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관을 바꿔가며 들어본 개인적인 느낌이나마 적어 봅니다.








그래도 앰프 소개는 하여야 하기에.. EL34 2개, ECC83 3개로 이루어진 단촐한 진공관 앰프로, 진주에서 올라왔습니다. 주문 생산품이라 특별한 품번은 없는 모양으로, 저는 그냥 '아나로그~'로 부릅니다. 제작자이신 박 선생님 앰프에는 다 들어가는 이름인 듯 하지만요.



앰프 느낌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가을'. 더운 여름에 그 음색을 듣고 있으면 마음만큼은 가을 감수성에 절여지는 느낌이 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은 볼륨 조정이 어렵고, 어느 정도 볼륨을 높여야 좋은 성능이 나온다는 것.





비교 소스는 'kind of blue'와 김윤아 솔로 1집을 주로 비교해 들어 보았습니다.








싱글 0 게터, XF2



처음 구입한 출력관 입니다. 뒤에 구입한 다른 출력관들과 비교 해보고 나서야 느낀점인데, 음이 투박하고 표현력이 떨어지는 듯. 가장 불만인 점을 꼽자면 금관악기로, 다른 출력관으로 듣기 전에도 이게 깽깽이 소리인지 금속조각을 부는 소리인지, 정말 악기가 맞는지 조금 짜증이 날 정도 였습니다. 그 당시는 녹음이 그런줄 알았지요...



장점은, 김윤아 목소리를 살짜기 허스키하게 만들어 주어 듣는 맛을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 다른 출력관에서 말하겠지만, 곡선을 예쁘게 깍아주는 느낌(?)이 이 경우는 감점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런 음색을 좋아하는 제 취향입니다.








- 더블 D 게터, 멀라드



싱글 0 게터와 비교하자면, 파장이 예쁘게 곡선으로 다듬어 진다고 해야 할까요? 현이라던가, 여성 보컬이 부드럽게 다듬어져 나오는 것으로 듣고, 왜 관을 바꿈질을 해야하는 가를 이해했습니다. 다음날(하루 한가지 관을 듣고 다음날 교체) 다시 싱글 0 게터를 들으니 마치 꽉 짜여진 상자에 갖혀 노래 부르는 것 마냥 답답하게 느껴지고야 말더군요. 명료하게 표현 되지 않고, 거칠고, 음도 딱딱하고... 스테이지가 확 좁아지는 느낌도 드는 듯하고. 관하나 바꾼것 뿐인데, 많은 느낌을 가지게 하더군요.



kind of blue에서는 심벌즈가 챙! 하고는 바르르~ 떨리는 것을 실감하며, 제 살도 바르르~~ 아, 이 맛에 오디오를 하는 구나 했습니다. 장난감 악기 같았던 색소폰도 제 소리를 찾는 것을 보고 흐뭇해졌구요. 따라서 싱글 0 게터는 보관창고행이 되었습니다.



김윤아 앨범은 목소리가 너무 곱고 예뻐져서 아쉬운 감이 있었습니다. 살짝 거칠거칠해야 탁한 느낌이 나서 음악에 맞는 듯 한데 말이죠.








- 더블 0 게터, dynaco by 멀라드



더블 D 게터와 그다지 차이를 못 느낀것 같습니다. 차이가 없는 건 아닌데, 굳이 찾아야 하나 싶은 그런 느낌. 굴러다니던 메모조각을 보니, '좀 더 몽긍동글하니 다듬어지고 부드러운 고음' 이라고 적어놨네요. 옆에 첨부로 '전에는 약간 투박하게 느껴지던 부분' 이라고 되어 있구요. (네, 메모가 없어져, 기억에 의존하여 적고 있습니다..)



덕분에 여성 보컬에 강세라는 것을 알고 DG 111 에서 아리아 음반을 뽑아서 자주 듣게 되었습니다. 가끔씩 듣는 하모니아 문디의 종교음반에서 나오는 남성 합창은 힘이 좀더 붙어 웅장함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긴한데요, 이러한 음악을 직접 들어본적이 없어서 본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습니다.



kind of blue에서 심벌즈는 이제 휘두르는 스틱이 보일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뭐랄까, 어느 소리에 대한 한가지 신호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그 소리가 이루어지까지의 과정. 스틱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야 들리지 않지만, 타격. 타격음. 울림. 잔여음이 합쳐져서 소리를 완성하고, 그것이 들리다보니, 스틱이 휘두르는 것이 느껴지는 게 아닐까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 이지만요.





* 기타



- 초단관도 많이 차이가 났었습니다. 텔레풍켄, 멀라드, 암페렉스(오렌지), ??? 4종류를 가지고 있는데, 이 ???는 저렴한 맛에 구입했는데, 꽂아보니 음을 대패로 깍아서 뻣뻣한 무기질 쇠토막으로 만들어 놓더군요. 이것도 봉인. 언젠가 적을 날이 있을 듯 합니다.



- 케이블에 단자를 한쪽만 적용하고 가까이에서 비교해보니, 대략 종이 한장 덧씌운 느낌이 나네요. 멀리 떨어지면 그다지 구분은 안갔습니다만 확실히 차이는 있네요.



- SX828에 튜너기능만 사용해보았습니다. 소스가 좋아진 모양입니다, 음장감이나, 위치감 모두 좋아진 느낌을 받았습니다.








베스트는 아닙니다만, 책상 위에 있던 오만가지를 정리해서 장소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참 단촐하네요. 아래 상자는 茶 보관상자이고, 잘린 부분에 소스용 CDP와 sx828이 있습니다.



이제 오디오랙을 장만해서 앰프와 함께 소스기기를 옆으로 옮기고, 그 다음 턴테이블을 구입하고, 포노앰프도 구입하고, LP도 구입하고, 케이블을 업글하고, DAC를 구입하고, 스피커를 바꾸고, CDP를 업글하고.... 끝이 없겠네요.







제가 성향이 오디오쇼에 가더라도 크게 감명받거나 그러지는 않고, 그건 그거대로 듣는거지.. 하는 성격입니다. 좋다고 하는 것도 왜 좋나? 하기도 하고, 집에 와서는 아이고 집이 좋네~ 하기도 하고요. 다만, 잡음이나, 오류로 인한 비정상 신호등은 무척 싫어합니다. 참고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