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클래식 Genuine 1 사용기
들어가면서
“세상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고 살아간다.”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에서 나왔던 이 한 대목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참 많이 공감하는 한 어구이다. 오디오를 하다보면 시작했던 시점에 고착되어 평생의 오디오가 시작한 그 시점의 오디오에 향수를 느끼고 신 기술에 대한 받아들임이 서툴러지곤 한다. 오디오 중고장터에서 거래되는, 적게는 10년 넘은 기기는 아직도 현역기이며 30~50년이 되는 수많은 장비들이 아직도 경제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는 이유도 아마 이러한 사실에서 기인되는 것이 아닐까? 현대의 기술발달이라는 시점을 봤을 때, LP는 진작 사장되었어야 할 물건이며 CD나 DVD는 더 이상 나오지 말아야 할 물건일지도 모른다. “오디오”라는 장르에서는 이러한 공식이 그다지 성립되지는 않는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기술은 눈부시게 발달하고 2014년 작금의 현실에서의 데이터베이스의 양은 방대해지고 있다. 과거의 것을 과감하게 잘라버리고 새 것만을 가져갈 수 있는 편리함이 오디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크 시대에 연주된 음악들이 20세기에 다시금 연주되고 그것은 명반으로 끊임없이 데이터로 재 생산된다.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나오고 그 위에 덧씌워지고.... 오디오를 오래한 이들의 서재에 가장 부러운 점이라면 데이터베이스화 된 음원들이 기억과 추억이라는 향료로 재구성되곤 하지만 이제 막 오디오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은 힘겹고도 시간낭비가 된다.
풍요로움과 다양성이 존재하는 시대에 누군가가 과거에 이룩했던 데이터베이스를 공유할 수 있다면.... 그것이 HIFI든 AV든 오디오라는 것은 소스를 보고 듣기 위한 보조적인 장치라는 점에서 시작은 늘 중급기 이상에서, 소스는 고수의 소스를 참조하라는게 기본 원칙인 필자의 주관에서는 시대의 변화가 만들어 낸 이런 데이터베이스는 여러모로 신선했다. 지금부터 써내려 가려는 Genuine wave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다.
첫인상과 제품에 대한 여러 가지 주관들
꽤 고급스러워 보이는 빌로도 케이스에 USB3.0을 지원하는 500GB의 하드와 케이블을 받아보았다.
“인터넷 잘 뒤지면 공짜로 구할 수 있는데 굳이 이런걸 돈 주고 사야 해?”
피투피나 광대한 인터넷의 바다를 뒤질 줄 아는 유저라면 이런 질문부터 보내게 될 것이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돈 주고 살 가치는 이미 충분히 넘치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지정된 프로그램을 열면 자켓의 이미지가 나오고 작곡가별, 연주자나 지휘자별 인덱스가 꼼꼼하게 정리가 되어 있으며 2년 정도의 워런티 기간을 가진다는 측면에서는 지불하는 비용은 서비스료라는 부분을 쉬 알 수 있다. 하드디스크의 가장 큰 약점은 이게 완벽한 보존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단위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정리하더라도 얼마든지 데이터를 날릴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
필자가 받아본 제품은 아직 시제품이기 때문에 구동할 수 있는 전용의 프로그램이 제공되지 않았다. PC-FI를 하는 유저라면 익히 알 수 있음직한 “푸바2000”을 사용하고 있으며 차후 전용프로그램과 전용 포맷으로 대체된다고 한다. 간단히 설치를 마치고 주욱 돌려본 느낌은 다음과 같다.
- 20년이 지난 라이센스 권한이 없는 명반들을 정리해 두었어요.
- 작곡가, 지휘자, 연주자, 성악가 등 지난 세기 이름을 날렸던 이들이에요.
- 현재 돈을 지불하고 사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꼭 가지고 있어야 할 구성이에요.
- 하나의 연주도 여러 명의 주자들을 수록해서 작품의 감성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요.
- 음반을 모아왔던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알 수 있는 메이저 레이블의 구성이예요.
- 녹음의 수준은 상당한 정도에요.
필자가 제공받은 음원은 1800 여 CD인데 개인단위로 이것을 음질이 좋은 부분으로만 고르고 골라서 다시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라고 한다면....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최근에 PC-FI를 구성하는 방법은 직접 가지고 있는 소스에서 고음질로 추출해서 사용할 때에만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장당 200원이 안되는 수준의 이 컬랙션은 가치가 있다. 이를테면 “Bach의 6 cello suits”는 무반주 첼로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파블로 카잘스의 녹음부터 푸르니에, 야노스 슈타커 등의 주자의 동일 연주, 다른 주법을 넣어줌으로서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심포니 씨리즈도 카라얀부터 칼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휘자의 다양한 오케스트라별로 나눠두었다.
물론 몇 개의 녹음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안좋다곤 하지만 그 시대의 오리지널을 감안한다면 몇 장 정도의 조악한 녹음은 대다수의 훌륭한 원형보존에 비한다면 애교로 봐 줄 수 있다.
실전으로 들어가보면?
처음 리뷰를 의뢰받았을 때 차클래식 담장자님은 가급적이면 좋은 DAC와 좋은 환경에서 구현되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저들이 기백이 넘는 DAC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양한 시스템에서 다양하게 리뷰되는 것이 유저들에게도 공평한 판단이 되리라는 생각에 첫 시작은 “하만카돈의 사운드스틱 3”와 내장형 사운드 카드로 연결된 사무실 시스템에서 시작을 해 보았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기존의 PC에 우퍼와 스피커만 간단히 여는 것만으로 상당히 양질의 저음과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다. 너무 큰 욕심을 내지 않고 “Bach의 6 cello suits” 야누스 슈타커의 1963년 녹음을 들어본다. 결과부터 말한다면 60년대 녹음이라곤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음원 손실 없이 탄탄하고 남성적인 느낌의 음감을 잘 살려주고 있다. 물론 녹음의 질적인 부분은 최근 2000년대 들어와서 한 녹음들이 좋다고 한다면, 명장들의 관록이 녹아있는 양질의 판본을 PC안에 잘 정리해서 들어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대략적인 시스템 사양은 다음과 같다.
- 사운드 블러스터 Live 5.1 동출력
- 에이프릴 뮤직 스텔로 DA100 DAC
- 트라이곤 프리,파워 모노블럭
- JMlab 마이크로 유토피아 Be베릴륨
- 3X5m 정도의 불특정 거실
녹음의 정도가 이 정도로 된다면 일반 가정에서 구현할 수 있는 양질의 좋은 시스템에서도 좋은 소리가 나리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사실은 이 컬랙션에서 이런 주자가 있으리라곤 생각하질 못했는데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1955년산 쇼팽의 녹턴이 눈에 띈다. 아직은 두각을 나타내기 이전이지만, 필자의 기억으론 생생하고 감성이 넘치는 연주라서 과거에 루벤스타인과 더불어 자주 들었던 판이었는데... 각설하고 보통 오디오 구성으로 일반 가정에 꾸며놓을 수 있는 정도의 시스템에서는 좋은 소스기기를 하나 갖춘듯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보통 MP3나 조악한 녹음에서 빠지는 고역과 저역, 혹은 적당한 피아노의 타건까지도 양질로 뽑아낸다.
이 시스템에서 대편성은 그다지 좋은 힘을 내지 못하지만 녹화의 장점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좋은 점은 여러 개의 악기가 섞여있는 대편성을 들어보는 것이 가장 큰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솔티경이 지휘를 맡았던 1986년산 “Beethoven-Symphony No.9”을 청취해 보았다. 재미있는 것은 무려 1956년반부터 10개가 넘는 No.9이 이 컬랙션엔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녹음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되어서 결과물은 훌륭했다. 무엇보다 Flac파일로 만드는 과정에 DATA양의 생략을 줄이려고 노력해서인지 귀로 느껴지는 대역대의 충실함은 훌륭할 정도였다.
- 어렌더 X100L USB트랜스포트
- Chord QBD76HDSD DAC
- 삼성 엠페러 C01 프리
- 플리니우스 250MK4 모노블럭 파워
- JMlab 유토피아 스피커
- 6X10X3m의 청취공간
- 아이패드 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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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판매될 모델에서는 음원 자체를 복사 및 다른 장비에 호환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쓸 글은 제공된 음원이 어느 정도의 음질을 갖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의 척도로만 이용해 본 방법이었다. 현재 제공된 모델에서는 음원을 다른 트랜스포트에 넣어 사용할 수 있다는 안내로 어렌더에 USB로 음원을 넣고 들어보았다.
무티가 지휘를 한 1987년산 모차르트의 “REQUIEM”을 들어본다. 이 정도 시스템에서는 녹음의 질에 따라, 선재나 하나하나의 요소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곤 하는데... 동 음반과 차이가 없는 정도의 동일한 소리와 분리도가 나온다는 생각이었다.
너무 방대한 음원을 단 2주만에 리뷰를 마쳐야 하기에 선곡도, 시스템도 제약적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과거의 방대한 유산을 현대의 최신기술의 세례를 받아 조그마한 하드에 넣어 데이터베이스 화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사실 부지런함을 자랑하는 유저들이라면 굳이 돈 쓰지 않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원에 대한 자세한 설명, 자켓과 시대별 음원들을 좋은 녹음으로 간직한다고 한다면 이 정도의 비용은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그다지 비싼 비용은 아닌 것 같다. 무엇보다 필자처럼 여러 개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한 개의 소스를 가벼운 경로로 가지고 있으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혜택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후에는 CD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툴이 지원된다고도 한다.
요약하기
- 당시의 녹음은 어쩔수 없지만 녹음의 수준은 거의 한계까지 뽑아낸 것 같아요.
- 좋은 DAC와 좋은 시스템에서는 소스의 훌륭함이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 시스템이 여러 개인 필자같은 유저에겐 여러 가지 수고를 덜어주는 것 같아요.
- 상당히 긴 AS기간은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긴 시간이 지나서 잊혀질 수도 있는 음원을 다시 환기할 수 있어요.
- 자켓과 설명, 음원을 작곡가, 연주자, 지휘자, 연도순으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 한 곡을 여러 주자들이 연주한 다양성을 쉽게 느껴볼 수 있어요.
마치면서
오디오라는 것은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한 하나의 도구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같은 동호인 집에 갔을 때 값비싼 시스템이 존재를 하는데 음반이 몇 장 없으면 아쉽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의 데이터 베이스를 구축하는데 과거에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면, 기술의 발전으로 사장될 수도 있는 양질의 음반을 간단하게 소장할 수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로 매력적이라고 여겨집니다.
가끔은 다소 씁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과거 2만장 가깝게 모아왔던 음원들, 그 수집에는 여러 가지 추억과 노력이 깃들어져 있습니다. 기술의 발달로 손쉽게 가질 수 있다는 부분에는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컬랙션을 경험할 수 있게 해준 “와싸다닷컴”과 “차클래식” 담당자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