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안 하면 질감이 좋고 소릿결이 고급스러우나 다이나믹과 스테이징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평인 것 같습니다.
이번에 처음 자비안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의견들에 대체로 동의하며, 이를 스피커 설계 측면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1. 가성비가 우수하다.
사유 : 신품가 및 물량투입 대비 중고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
최근의 자비안 5인치급 북쉘프 3종 비교 (XN125 Evo가 단종되어야 했던 이유)
자비안은 XN125 Evo를 단종시키고, Evo 대신 트위터가 바뀐 Junior 버젼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면서 XN250 Evo라는 상급기종을 출시하였습니다.
결론을 먼저 얘기하자면, 상급기종인 XN250 Evo를 내어놓고, 하급 기종인 XN125 Evo와 음질차이를 벌리기 위하여 이를 디튠시켜 XN125 Junior로 내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유닛의 급수를 비교해 보면 이들의 등급은 125 Junior가 제일 하급, 125 Evo가 중급, 250 Evo가 상급이기 때문입니다.
XN125 Evo (단종)
트위터 : 스캔스픽 D2905/9700 (Madisound $166.8/ea)
http://www.madisoundspeakerstore.com/scanspeak-soft-dome-tweeters/scanspeak-classic-d2905/9700-1-tweeter-textile-dome/
미드우퍼 : 비파 PL14WJ09-04 (소비자가 약 8만원선/ea 추정)
현재 신품 가격대 : 210~220만원
XN125 Junior (생산중)
트위터 : 스캔스픽 R2604/8320(추정) (Madisound $50.2/ea)
http://www.madisoundspeakerstore.com/scanspeak-soft-dome-tweeters/scanspeak-classic-d2905/9700-1-tweeter-textile-dome/
미드우퍼 : 비파 PL14WJ09-04(추정) (소비자가 약 8만원선/ea 추정)
현재 신품 가격대 : 230~240만원
XN250 Evo (생산중)
트위터 : 스캔스픽 D2905/9700 (Madisound $166.8/ea)
미드우퍼 : 스캔스픽 15W/8531K-00(추정) (Madisound $211.8/ea)
http://www.madisoundspeakerstore.com/approx-5-woofers/scan-speak-15w/8531k-00-5-revelator-woofer-uncoated-cone/
현재 신품 가격대 : 450만원선
보시다시피, 기존의 125 Evo의 트위터를 하급으로 교체하여 125 Junior를 내어놓고, 기존의 125 Evo의 트위터는 상급기인 250 Evo에 계승시키고, 미드우퍼를 125보다 상급으로 채용하였습니다.
스캔스픽 9700은 성능이 실크돔 중 거의 끝자락에 있는 유닛 중 하나로, 성향 차이라면 몰라도 객관적으로 조달 가능한 실크돔 중 9700 보다 확연히 우수한 유닛은 사실상 없기 때문에(다인 에소타 같은게 있긴 하지만 조달받을 수가 없었을 테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얄미운 부분은, 디튠시켰으면 가격이라도 낮추었어야 할텐데 별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결국 XN125 Evo는 현 시점에서 가성비가 우수해졌다는 얘기가 되는데, 게다가 그 중고가는 현재 80만원대로 신품가의 40% 수준에 형성되어 있으니, 적어도 가성비 면에서 추천할 만 하다 생각됩니다.
2. 소릿결이 고급스럽고 질감이 우수하다.
사유 : 고급 유닛 채용, 평탄한 주파수 특성, 실크돔과 페이퍼콘의 조합
1) 트위터 : 스캔스픽 D2905/9700
덴마크 스캔스픽사의 실크돔으로, 윌슨베네쉬 디스커버리에도 채용되어 있는 하이엔드급 트위터입니다.
2) 미드우퍼 : 비파 PL14WJ09-04
덴마크 비파(지금은 스캔스픽과 합병)의 최상급라인인 PL 시리즈 페이퍼콘 미드우퍼로, 비록 하이엔드 유닛은 아니지만 좋은 소리를 내어줍니다.
3) 인클로저
재질 : MDF 20mm 정도
용적 : 약 7.5리터
포트 : 40 x 160mm (공진주파수 약 45Hz)
4) 네트워크
미드우퍼 : 1차 (추정)
트위터 : 2차 (추정)
크로스오버 주파수 : 2600Hz
임피던스 : 6옴 (미드우퍼 유닛은 4옴)
5) 주파수특성 (트위터와 미드우퍼 사이 높이 20cm 전방에서 측정)
중고역대가 거의 완벽하게 평탄한 특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트워크를 살펴보면 기본회로 외에 몇 가지 보정회로들이 추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3. 스피드, 다이나믹, 스테이징이 떨어진다.
사유 : 유닛 진동판이 반응성과 다이나믹이 떨어지는 재질(실크, 페이퍼), 흡음재가 많고 포트의 공진주파수가 낮음.
흡음재가 유닛자리를 제외하고 완전 가득 채워져 있고 벽면에는 팰트까지 부착되어 있는데, 이렇게 흡음재가 많이 채워져 있는 스피커는 밀폐형 중에서는 셀레스쳔 등 간혹 보았지만 포트형 스피커 중에서는 처음 보았습니다.
제 경험상 포트형에서 흡음재를 너무 많이 채우면 소릿결은 차분, 단정해지지만, 저역의 스피드와 탄력이 떨어지고 스테이징이 잘 안 살아났습니다.
그리고, 포트의 공진주파수가 5인치급 북쉘프 치고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일반적으로 7~8리터 북쉘프는 55~60Hz 정도로 설정하는데, 본 스피커는 45Hz 정도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메이커로는 토템이 있었구요...
이렇게 되면 저역 무겁고 깊어지긴 하나 반대급부로 다이나믹과 경쾌함이 떨어지게 되며 구동이 어려운 듯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즉, 클래식에는 유리할 수 있으나 팝이나 락에는 불리하게 됩니다.
이 두 가지가 스피드, 다이나믹, 스테이징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대신 얻은 것은 깊고 무거운 저역, 차분하고 단정한 중역이 아닐까 싶구요...
4. 용적 관련
깔리는 저음보다 빵빵한 저음을 추구하였다.
실효용적을 적정용적 대비 크게 했는지 작게 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미드우퍼의 T/S parameter 측정결과, 적정 필요용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Fs 59Hz, Qts 0.51, VAS 8.0L,
적정필요용적 : 11.6리터 (흡음재 최대충진 경우, Bassbox pro 적용)
본 스피커의 실효 용적은 아래와 같습니다.
내용적 7.5리터 - (포트+네트워크+마그넷) = 6.5L
6.5 / 0.8(흡음재 효과) = 8.1L
즉 실효용적은 8.1리터입니다.
결과는, 실효용적은 적정용적 대비 약 70% 수준으로, 용적을 적정보다 작게 설계했습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냐 하면,
용적이 커지면 시스템Q값이 낮아지는 high damping 상태가 되어,
저역이 깊어지고 해상도가 높아지지만 저역의 탄력이 떨어지고 구동이 어려워지는 느낌을 유발합니다.
대체로 클래식쪽에 유리한 경향이 있습니다.
반대로, 용적이 작아지면 시스템Q값이 높아지는 low damping 상태가 되어,
저역이 얕아지고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저역의 탄력이 좋아지고 구동이 쉬워지는, 소위 빵빵한 저역이 됩니다.
대체로 비트가 있는 팝이나 락에 유리한 경향이 있습니다.
오디오적 쾌감 면에서 본다면, 작은 용적의 빵빵한 저역 쪽이 선호되는 면이 있어서인지, 기성품들의 다수는 대체로 용적을 적정보다 작게 설계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비안도 예외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 설계 덕분에 흡음재와 포트설계에서의 단점이 부분 상쇄되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5. 종합
1) 한마디로 하면 실크돔과 페이퍼콘 조합의 질감위주의 스피커입니다.
2) 가성비가 우수합니다.
3) 질감 위주의 고급 유닛을 채용한 덕분에 소릿결이 고급스럽고 질감이 우수합니다.
4) 유닛의 성향과 흡음재 및 포트설계 탓에 스피드, 다이나믹, 스테이징이 떨어집니다.
5) 밸런스는 중립적이고, 소릿결이 가늘지 않으며, 중고역이 거칠지는 않지만 약간 허스키한 느낌이 있습니다.
6) 소편성에 적합하고 보컬 및 현악 재생이 특히 우수합니다. 락과는 거리가 멉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