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페이지로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즐겨찾기추가
로그인 회원가입 | 아이디찾기 | 비밀번호찾기 | 장바구니 모바일모드
홈으로 와싸다닷컴 자유자료실 상세보기

트위터로 보내기 미투데이로 보내기 요즘으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안동 양반 그리고 쪼데기 이야기.
자유자료실 > 상세보기 | 2023-10-16 16:01:59
추천수 1
조회수   768

bbs_img

글쓴이

조정래 [가입일자 : 2016-01-15]

제목

안동 양반 그리고 쪼데기 이야기.
내용
 

흔히 안동사람들을 양반이라고 합니다. 허나 필자는 안동출신이지만 왜 타지 사람들이 안동인을 양반으로 격상 대우하는지 잘 모르면서 70평생을 살았습니다.
그런데, 70을 훌쩍 넘기고부터 조금씩 안동양반에 관한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동지방은 유난히 조금 모자라는 사람에 대한 호칭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쪼데기, 쑥맥이, 모지래이, 터구, 등신, 팔푼이, 푼수, 맨자구, 가마떼이...

이런 호칭이 많이 사용되는 지방일수록 순진무구하거나 소위 어리숙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약고 머리 좋은 사람은 안동지방에서 태어나서 먹고 살기 힘들면 먹고 살기 좋은 넓은 들 있는 곳으로 이동하고, 조금 답답하거나 순진무구한 사람만 타지방으로 이사 가지 못하고 굶어 죽어도 선친들이 살았던 고향에서 평생을 삽니다만, 경제개발 폭발로 지금은 안동사람들도 많이 흩어져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순진하고 솔직히 답답한 모지래이 같은 분들이 경북 산골지방에 가장 많이 산다고 합니다.

그러하다고 안동사람이 전부 양반이라는 소리는 절대 아닙니다. 안동 언어에 존칭어보다 해라 언어가 의외로 많습니다. 암튼 안동사람들도 상대방을 얕보는 행동이 있어선지, 안동사람들 말에,

"내가 가마이 있으니, 자네가 나를 알기를 가마떼이 취급하는구먼!"

하는 우스개가 있는데, "가마떼이"는 못살던 시절 퍼 담거나 혹은 마당에 깔 수 있도록 볏짚으로 엮은 물건을 말합니다.

비닐이라는 신물질이 나오면서부터 이제는 사라졌지만 1960년대 말까지 안동의 신시장과 구시장을 가르는 천방 사장뚝에는 볏짚으로 각종 씨앗을 담을 수 있는 쌀가마니 혹은 마당에 까는 멍석, 그리고 각종 종다래끼, 가마떼이 제품들을 들고 나와 파시는 할배들이 있었습니다.

서울의 대학교수가 안동 사장뚝에서 가마떼이 파시는 할아버지가 물건을 팔면서 손님이 와도 앉아서 파는 것을 보고,

"손님에게 예의 없이 편하게 앉아서 판다"

고 한마디하자, 가마떼이 파시는 안동 할배가 서울의 대학교수에게 말씀하시길,

"지 가마떼이 물건은 앉아서 파나 서서 파나 값은 매~엥 같음씨더!"

하였다는 구전은 교수라고 촌노를 우습게 여기는 것을 알고 응대한 고품질 안동 우스개 이야기입니다.

아시겠지만 가마떼이는 집안 아무 곳이나 처박아 두었다가, 콩을 담아도 말이 없고 명씨를 낼 때는 조금 건조된 똥거름을 퍼 담아도 말이 없습니다. 사용중 흙이 묻든 재가 묻든 툭툭 털어버리면 다시 깨끗해지는 물건입니다. 즉 농경살림에 사람들이 막 취급하는 물건입니다.

가마떼이는 딱히 사용중 주의할 필요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발로 차도 찢어지지 아니하고, 떨어뜨린들 항아리처럼 깨질 염려도 없어 여기저기 아무렇케나 막 굴러도 당체 망가지지 아니하는데, 사람이라면 도덕군자나  해탈을 한 급수의 물건입니다. 하여 가마떼이 취급 받는 분은 뒤집어 해석하면 모든 것을 포용하는 마음 넓은 분에 속한다고 .봅니다.

세상 사람들이 똑똑해서 벼슬을 해야 양반이라고 오해를 하는데, 사실 안동사람들은 어질고 선한 보통사람에게,

"저 사람 참 양반이시다"

라는 호칭을 달아 주는 것이다. 그래서 안동인들이 타지 사람들에 비하여  양반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가 살다 보면, 막 취급해도 화를 내지 아니하는 쪼데기나 모지래이 급 친구들을 보기도 합니다.
필자의 초등동창 중에도 어벙한 팔푼수가 있었는데, 그는 항상 싱긋이 웃었고. 10리 산길 오가면서 친구들이 머리에 꿀밤을 주거나 발로 차도 실실 웃으면서 뒷걸음 치지 절대 화를 내거나 덤비지 아니하는 친구입니다. 욕은 한마디도 못합니다.

특히 친구들이 "응진이 불알 까자!" 놀리면 실실 웃으면서 도망칠 망정 절대 화를 내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그 동무 고추는 동무들 중 기중 커서 모지래이가 고추 하나는 제일 크니 더더욱 너도 나도 질투해서 그를 괴롭힌 철없는 짓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를 영 쑥맥이로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졸업 후 10년도 더 지나서 고향 읍내 장터서 스치는데, 저를 보더니 그의 특유의 미소로 ‘싱긋이 웃었습니다.’ 그때 친구의 웃음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자기 딴에는 그래도 조정래가 동창이라는 것을 분별할 줄 아는 친구였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진 탓인지 자고나면 상대방을 무시하는 행동들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국회를 보면 구역질이 날 정도로 상대방을 무시하고 고함지르는 인간들이 보입니다만 외국인이 본다면 한국말을 못 알아들어도 고함지르는 넘이 나쁜지 좋은지 구분합니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각종 모임이나 동창모임도 상대방이 자신을 업수이여기거나 무시하면,  자연 하나 둘 마음을 접고 관계도 졸업을 합니다.

가마떼이처럼 받은 상처나 얕잡힌 것을 툭툭 털어버리면 될 일도,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보니, 오래 된 동창이나 지인도 어느 날 그가 하는 행동이나 말을 듣고, 동석하기 싫어지니 자연 거리도 두게 됩니다. 그래서 필자는 친구도 늙으면 재편된다고 우스개로 말합니다.

저도 쪼데기 수준입니다만 어쩌다 보니 캐나다, 미국, 벨기에, 프랑스, 일본, 그리고 다시 미국에서 살아봤습니다만, 어느 나라든 국민성이 조금씩 혹은 크게 차이 납니다.

한국인 인성 중 가장 나쁜 면 하나를 꼽는다면, ‘착한 사람이나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얕잡아 본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속담이 존재하는 나라입니다.

우리와 전혀 다른 종족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필자가 프랑스서 근무할 때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강강수월래’처럼 대오를 빙빙 돌면서 자기 마음에 드는 남자를 불러내어(남자는 여자 선택권이 없음) 키스를 세 번 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자랑 같지만 그날 제가 태어나 가장 많은 볼테기 키스 세례를 받은 남자 사원 중 한 명입니다.

나중에 알았는데, 유럽인들은 선하고 만만하게 보이는 사람을 우리와 달리 매우 존중하는 풍습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금 모지래이 사람은 대면한 상대방에게 먼저 상대방 마음을 편하게 하니 그만큼 자기보다 더 훌륭한 인성으로 꼽는다는 것입니다. 즉 우리 사고와 100% 반대지요.

회사 동료들 사이나 대인관계서 그런 사람을 불어로 "본옴"(bonhomme: 좋은남자)이라고 합니다만, 암튼 프랑스인들은 우리처럼 착한 사람을 가마떼이 취급하거나 절대 얕잡아보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전자제품 판매망을 갖춘 미국 라디오셱(Radio Shack)에 다닐 때는, 어쩌다 보니 대학도 아니 나오고 겨우 안동 경안고 나온 제가 그 거대한 회사 회장실을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린(대단한 것은 아니고 그냥 회장님 텔렉스 전달 업무) 적도 있습니다. 같이 근무했던 한국인이 어느 날,

"미스터 조는 고졸이고 자기는 서울대 출신이다. 왜 고졸 조정래가 자기보다 봉급이 많은가?"

항의하는 바람에 제가 고졸이라는 것이 드러났지만, 그래도 미국인들은

"So what?"

간단히 그 서울대 출신 항의를 묵살했습니다.

즉 대졸자가 서 푼어치 지식 차이도 아니 나는 고졸자를 얕보는 한국인의 인성을 간단하게 묵살하는 미국인을 보아 온 사람이다.

우리나라서 삼성전자 회장실에 고졸자가 들락거릴 일은 지구가 꺼꾸로 돌아도 실현되기 힘든 나라입니다.

그러한 일이 있다 하여 제가 착한 사람이라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가 회사 아시아지역 거래 내용 텔렉스를 담당한 것은 회사 내에서도 일본인보다 제가 더 편한 사람으로 보여져서 회장실 출입이 선택되었다고 봅니다.

그런 회사에서 그런 업무를 보았다고 귀국해서 동창들에게 단 한번도 자랑 한적 없으니 ...친구들은 예나 지금이나 저를 머저리 정도로 압니다.

 그래선지 동창들 중에도 조정래 알기를 가마떼이 취급하고. 암만케이도 저는 안동 가마떼이가 맞는 사람이고, 특히 웃음이 헤프고 목소리도 희마리가 없고 얼굴도 우락부락하지 못하니 자연 대인관계서 얕잡아 보이는 경우가 발생합니다만, 그러하다고 누구처럼 눈 쪽 째진 채로 입 꼭 다물고 상대방 빈틈 노리는 그런 표정으로 살고 싶지는 않으니 참다가 참다가 결국 피하는 행동을 하게 되는 나이가 70전후반이 아닐까 합니다.

더 진행되면, "인간이 싫다" 급으로 발전된다고 합니다만, 여성들은 업신여김을 받으면 우울증으로 진행되어 주변사람들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그래도 안동 노인인데 가마떼이처럼  냄새 나는 먼지 훅훅 털어버리고, 선비처럼 고독한 행복감을 스스로 재정립하는 노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튼 저는 쪼데기 한 수 아래 맨자구 급이 아닐까 합니다. 타인에게 쉽게 얕잡아 보이시는 분들 제 글 읽으시고 힘 내세요



귀하가 쑥맥이 급이라면 유럽사회에서는 "본옴" 급으로 존중 받는 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리고 이 글 읽는 분들은 착하고 선한 사람, 조금 모자라는 사람을 이용하거나 만만하게 대하거나 얕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2023 늦가을 아침에 적다.





추천스크랩소스보기 목록
신원동 2023-10-17 08:44:44
답글

올가을 들어 가장 쌀살하다는 날에 따뜻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고향은 다른 곳이지만 지금은 5년째 안동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안동 특유의 억양이나 사투리를 못알아 들을 때도 있고 툭툭 던지시는 안동 어르신들의 말투가 어색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시절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떠오르게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선생님이 쓰신 가마떼기 외 다른 단어들의 뜻을 잘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그 뜻을 유추해 보면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늘같이 쌀쌀한 날엔 신시장에 가서 소고기 국밥 한그릇 먹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다시한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조정래 2023-10-20 06:31:37

   
반갑습니다.

별 시답잖은 글 글키 생각해주시니 몸둘봐를 모르겠습니다.
제가 와싸다서 글 작업을 합니다. 글쓰기나 수정도 쉽구요
상기 원고는 이미 원하는 출판사가 있어 넘겨주기로 했구요

지난번 와싸다에 올린 글 3가지도 이번 달 책에 나왔습니다만 나름 인터넷 시절이지만 옛날 아나로그 글 좋아하시는 분들이 있고 카톡이나 동창 모임 단톡방 같은 곳에 띨띨한 제 글이 나름 많이 퍼지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 간끔 외국사는 교포들도 전화 주시구요
글이 돌아돌아서 저에게 오는 글도 있습니다 ㅎㅎ


안동 사신다니
안동 할매 푸념 글 하나 드 림니다.


안동 장날 술에 대취해서 두루막 가랭이에 오줌을 싼 할배를 부여잡고 할머니가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이기 무슨 남사싯껴! 낮술에 취해가 바지가랭이 자 적샤뿌고, 남의 모타리씨더!
이녁이 이꾸구니 지가 긋꾸그지 이녁이 안 그꾸그마 낸들 그끄글씻껴?
제발 지서로 사시더, 장날마다 이키 게 하이 지는 남사스러버서 동네 얼굴 들고 못 댕길씨더!
시방 갈께겨 안그마 나중에 오께껴!



책 갈피 사진을 본문에 추가로 삽입했으니 읽어 보이소 ㅎㅎ

.........항상 안동서 좋은 일만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한승만 2023-10-19 14:30:11
답글

글을 참 자연스러우면서도 재미있게 잘 쓰십니다.
긴 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가을이 곱게 내려앉은 오후~~
선생님, 즐겁고 편안한 오후시간 보내세요^^

조정래 2023-10-20 06:01:54

    r
지방에 갔다가 오늘 집에 왔더니...윗글이 월간지에 팔려서 책에 글이 나왔는데 발행인이 저에게 보낸 그 책이 도착했더군요

살면서 간간히 와싸다에 올리는 글도 벌써 여러번 책에 나왔습니다만
이모든것 한선생님 같으신 오디오 동호인 덕분이라는 생각입니다

왜야하면 제가 와싸다에서 활동하는 것도 일종의 삶의 자투리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권영칠 2023-10-19 17:02:18
답글

안동에서 경안고등학교면 지역명문인걸요.
그 서울대 참 허접하네요

조정래 2023-10-20 06:32:28

    에구,,반갑습니다.

제 중학교 동창이고 절친인 제 친구 이름과 같아서 더욱 반갑네요 ㅎㅎ

그,친구 안태고향이...지금도 가능한 주자가례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안동 권씨 집성촌인 안동 풍산 정살미 산 아래 가잃 동네입니다.

r />
감사 합니다.

진정은 2023-12-11 10:08:49
답글

저도 안동출신으로 서울에서 회사생활하고 있는데요

여기 회사에서도 몇분 동향분들을 만나봤는데..

안동 사람들은 보통 흔히말하는 사회생활을 잘 못하다보니 사바사바가 중요한 조직안에서는 잘나가기 힘든거같더라고요

근데 저도 그렇습니다 ㅎ

아무튼 기질이란게 대구 다르고 경북북부 다르고 그 안에서 안동은 또 느낌이 다르지요

저는 안동사람 좋아합니다. 일단 믿음이 가지요. 안동사람을 잘 아니까요

  • 광고문의 결제관련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