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 특히 십 몇년간 오디오의 기기적 변화(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정)을 겪은 많은 오디오 매니아들은 참으로 혼동스럽고 난해한 시간을 겪고 있다. DAC나 블루투스의 발전으로 LP를 비롯한 이젠 CD, 튜너 조차도 구시대의 소스가 되었다.
LP나 스피커 콘지에 쌓인 먼지들을 융으로 닦아내며 이것들도 나처럼 기성세대의 고리타분한 귀찮은 버릇들이
되어간다는 느낌에 새삼 서운해진다.
최근엔 나도 못이기는 척… 결국 블루투스 리시버를 구입했다. 그것도 두개나…. 언제까지 YES24에 CD 값으로 매월 수십만원씩 상납할 수는 없지 않은가… 불경기인데…
하나는 PIONEER의 HM-72 올인원과 디오주식회사의 SLASH-R(별 기대하지 않고 구입한...)리시버.
내가 가진 스피커가 총 4조, 인티앰프 3종과 진공관 1종에 돌려가면서 테스트를 하고 또 하고 또 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삼성핸드폰 4종, 컴퓨터… 로 페어링을 하고 돌리고 돌리고 … 같은 곡을 LP로 CD로 블루투스로 수번씩 들어보고…
일제 PIONEER와 국산 디오의 대결….
이건 예상 밖이다….. 국산 디오 SLASH-R이 더 좋다.
보통 올인원 블루투스 리시버라는게 고작 칩과 회로판 끼고 수십만원 받자니 모양새가 나지 않아 CD, 튜너, 인터넷라디오, 블루투스 거기에다 쌍발 안테나까지 주렁 주렁 달고 ...백만원에서 조금 빠지는 가격. 근데… 좀근사하게 있어 보인다….
그런데 디오의 SLASH-R은 그냥 답배갑 반만하다…. 극히 단순해 보인다. … 근데…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는 소리는...아주 아주 좋다. 더군다나 PIONEER HM-72 처럼 간혹 끊기지도 않는다…(어쩌면 내가 뽑기를 잘 못했을 수도)
...자 더 이상 무슨 미사여구가 필요한가?
생각해 보자… 블루투스 리시버는 그냥 그 기능만 충실하면 된다. 디지털 소스 잘 받아서 아날로그로 잘 변환시켜주면…. 그것이 끝…디오의 SLASH-R은 크기가 작고 돌출되지 않아서 외형을 해치지 않고 내 구시대의 진공관 앰프와 톨보이에 물려서 신시대로 변화 시켜준다. 다만, 엔지니어가 음색에 대한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는 엔지니어의 철학과 조율의 문제이다… 이것이 그 회사 제품의 색깔이 된다. 중립적이지만 저역이 탁월한소리 거기에 비해 PIONEER HM072는 그냥 두루뭉실 플렛한 소리…(전형적인 일본 제품들의 맹물같은…)
장단점… 작은 것이 장점이요 단점이다…. 이렇게 근사한 소리를 들려주는데 이건 뒤로 숨어 있으니 당췌 남들에게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대신 단자에 꼽아서 그냥 페어링하고 들으면 끝… 내 앰프중 특주 진공관앰프의 단자크기가 맞지 않아 별도의 RCA연장 케이블을 추가로 달라고 했다. 인티에서 듣고 예상 외의 성능에 빨리 진공관에서 듣고 싶어서 1만원 주고 오토바이 퀵으로 받았다. (이런 별도의 연장케이블은 별도 구입없이 동봉해 주었으면 한다. 이거 별도로 구입하는데 3000원이니까 퀵비가 따따블로 들어감...)
음질과 음색… 이건 좀 호불호의 문제 이기도 하지만 먼저 SLASH-R 엔지니어에게 묻고 싶은게 있는데 음악의 해상도야 블루투스음원의 한계로 인해 CD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은 단군 할아버지가 와도 어쩔 수 없는 이치지만 저역의 음장감과 양감이 실로 엄청나다. 또한 상당히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다. 저역이 도드라지면서 부드럽기는 쉽지 않은데… 암튼 그렇다.
PC-FI하는 사람들이나 HI-FI하는 구형 오디오 파일들의 덕질에 큰 도움이 될 듯 하다.
고작 10만원 언저리(고작 몇만원대의 싸구려 리시버는 분명 저가의 묻지마 DAC칩을 쓴다… 틀림없다.)의 작은 녀석이 영국 모 사의 올인원보다 훨씬 더 잘 울려준다…. (그렇다고 pioneer가 나쁜것은 아니다. 영국제 중독성 쩐다는 수백만원 하는 블루투스 네트워크 올인원…보다는 솔직히 PIONEER의 HM-72가 여러모로 전반적으로 더 훌륭하다.)
뭐… 암튼 PIONEER HM-72는 그냥… 올인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올라운드로 … 블루레이 틀 때도 듣고...
이렇다면 앞으로 난 더 이상 CD를 사지 않을 것 같다. 더 이상… 블루투스 리시버… 이건 오디오를 좋아하고 음악을 좋아하는 나의 취미 생활에 일대 혁명이다.
오디오라는 것은 분명 고가의 취미이기 때문에 대중적인 취향의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디오 취미가들은 살면서 과연 몇대의 앰프와 스피커와 소스기를 바꾸면서 들을까? 또한 기기의 바꿈질? 을 통해 매번 들으면서 과연 궁극의 레퍼런스를 갖추었다고 만족을 할까?
이 글을 쓰는 나 또한 지나간 시간을 되돌이켜 보면 내 경제력이 포용하는 선에서 수 많은 기기들을 바꾸고 매칭하기도 했고 광인처럼 케이블 바꿈질에 빠져보기도 했다. 전국의 유명한 진공관 수작업 명인과 스피커 수제작자들을 만나보기도 했다. 보유하고 있던 CD는 대략 2천장 이후론 세어 보지도 않았고 LP는 가장 아끼는 몇장을 빼놓고 관리의 어려움을 핑계로 그 많은 것들을(이젠 모으기도 힘든...) 지인들에게 몽땅 나눠 주기도 했다. 그 많은 가수들의 공연 DVD는 ...
자… 과연 나는 이제 만족할까?
대답은 만족하고 아주 잘 살고 있다. 지금의 내 시스템은 전원생활처럼 그냥 단촐하다…(어느 순간 내가 탐욕과 강박증과 신경질에 헛된 돈을 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 기기가 그 돈을 지불한 만큼 만족할 만한 값어치와 변화가 별로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 매번의 순간... 그래서 음악을 오디오를 사랑하는 초심으로 귀향하는 순간… 다 헛되어짐을 느꼈다.)
"스피커는 비싸면 좋은 소리를 들려주고, 앰프도 비싸면 근사한 소리를 들려준다. 턴테이블이나 CD기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비싸다고 다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니고, 꼭 싸다고 나쁜소리를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나는 하이파이 오디오 기기를 고를 때 다음과 같은 내 경험상에 국한된 작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
- 스피커는 니어필드나 한정된 공간에서 듣는다면 북쉘프를 골라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바닥에 떨어지는 저역을 조금이라도 듣고 싶다면 100만원 이상의 것들을 취하라. (솔직히 패러다임의 아톰시리즈 같은 저렴하면서도 잘 놀아주는 특이한 녀석도 존재하긴 한다.)
- 톨보이 스피커는 300만원 이상의 것들을 추천한다.(분명 돈에 따른 급 차이가 있다. 대신 오래들으면 귀가 피곤하다.)
- 스피커는 각 제작 회사의 음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 회사만의 음색을 가장 잘 반영해 준다. 다만 빈티지나 통울림, 풀레인지 스피커는 대부분 다이나믹하지 않다 또한 진공관을 꼭 물릴 필요는 없다... 그건 정답이 ...아니다. (하베스에 진공관보다 국산 20W인티를 불리니까 더 호방하면서 나긋나긋한 소리를 내 주었다.)
- 앰프는 진공관이나 인티나 취향에 따라 선택하되 출력이 높은 것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대체적으로 일제는 고,중,저역이 모두 평탄하다. 영국제나 유럽제는 워낙 회사마다 성향이 천차만별이다. 직접 들어보고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일부 리뷰어들의 "중독성", "궁극의", "서늘한", "고가이지만" 이런 말이 되지도 않는 선동과 현혹에 넘어가지 말자.
- 소스기는 이상하게 음질의 차이를 꽤 나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도 몇 백만원 이상의 소스기에서나 나올법한 문제이다. 그냥 백만원 이내의 픽업 내구성이 좋은 일제나 국산을 선택해도 무방하다. 수백만원 짜리 고가의 소스기들의 고질적인 내구성 취약 문제를 생각하면 화가난다.(DVD플레이어에 물려도 좋던데…)
- 음질의 정위감, 포커스, 해상도, 고역, 중역, 저역의 해석, 잔향감, 배음….이 뛰어난 기기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건 볼륨을 제대로 크게 놓고 들어야 하는데… 오래 들으면 귀와 정신이 극심하게 피로해진다. 그래서 오래 듣고 릴렉스하게 자주 듣는 사람에겐 그리 필요한 것이 아니다. 기기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것은 오래 가지 않고 곧 질린다. 또 소음 유발의 문제는 어쩔텐가?(아파트에서 산다면 이게 뭔소린줄 알테지…)
위의 사항들은 중고가의 하이파이 오디오를 구성할 때 대충 참고할 만한 사항이다.(내 경험의 폭이 좁아서 이정도 밖엔...)
참고로 오디오에서 케이블…. 그냥 별 차이 없다.(강박증 환자가 되지 마라. 가장 멍청한 짓이다.)
극성 맞추기 퓨즈바꾸기…. 그냥 웃겠다.(당신들은 돌고래나 박쥐가 아니다. 차라리 접지나 잘하고, 단자의 먼지나 닦아라)
"음악감상에서 극단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기가 아니라 첫째, 소스의 녹음상태, 둘째, 공간, 셋째, 집중 그리고 가장 중요한 넷째, 듣는 자의 그날의 감성과 선곡일 뿐이다." 이게 내 오디오취미에서 터득한 유일한 문장이다!
꼭 비싸다고 좋은 것은 정말 아니다. 그리고 호기심과 동경심으로 특정 오디오 기기를 갈망하던 수 많은 사람들이 정작 구입후 절망감과 우울해 하는 모습도 많이 보았다.
수천만원짜리 억짜리 기기에서 듣는 음악이 고작 몇장의 CD인 사람도 봤고, 그런 것에 노래방 기기를 물려놓는 졸부도 봤다…. 다 부질없다.
다 부질없다.
그리고 막상 별 것 아니다. 지난날의 모든 기기들을 돈으로 환전해줄테니 과거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좋겠다.
그리고 이제 다시 누군가가 나에게 돈 백만원을 쥐어주고 들을 만한 구성을 하라고 하면 자신있게
난 패러다임의 아톰모니터V7 새것과 오디오키드의 피플 인티앰프, 디오의 SLASH-R 블루투스리시버와 멜론의 월8800원 정액제 가입…. 이렇게 해도 어쩌면 돈이 남을지도…
성능? 음질? 일단 들어 보시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