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이야기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40대를 넘어서는 제 나이 이상의 세대에서는 "전축"에 대한 강한 향수가 있겠습니다만, 30대 이하의 젊은 세대일수록 이제 "전축"은 그저 구시대적인 유물이려니 할 것입니다.
좋은 앰프와 스피커로 음악을 듣는다는 것보다는 좋은 헤드폰과 DAC가 우선이고 엘피나 시디보다는 무손실음원이 소스가 되어 가는 시대입니다. 앞으로 이 현상은 더 심해지겠죠.
스피커에 앰프가 뭐야? 스피커는 블투로 연결하는 거잖아? 라고 하는게 지금 이 시대의 트렌드이니 말입니다.
자연스럽게 전세계적으로 하이파이 시장은 괴멸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수를 위한 하이엔드 시장은 점점 더 고급화 되어 가고 이제 하이파이 시장은 설 자리가 없어져 갑니다.
국내 오디오 시장도 마찬가지로 작은 기업들, 특히 오디오쪽 중소기업들은 하이파이 시장에서 점차 사라져 갔습니다.
저렴한 비용으로 하이엔드를 느낄 수 있을까라는 모든 오디오애호가들의 작은 희망들 역시, 점차 사라져가는 업체들 마냥 바람앞의 촛불 신세가 되었으니 말입니다.
자. 그 국내 업체들이 사라져가면서 여기 저기 불씨들을 남겨 놓았죠.
제조사가 사라지면서 기기들의 AS가 불가능해 지는건 차라리 양반이고, 공제니 예약판매니 하면서 돈만 챙기고 만세 부르는 업체들도 생겨났습니다. 일부러야 그랬겠습니까만, 결국 피해는 오디오애호가의 몫이었습니다.
돈 많고 여유 많은 분들이야 거들떠 보지도 않을 국내 업체들의 기기.
그 기기를 사려는 사람들은 마누라 눈치 보고 커가는 애들 생각에 벌벌 떨면서 용돈 모아 기기를 사는 평범한 이 땅의 오디오애호가들이었습니다. 좋은거야 알지만 내가 지를 수 있는 한계가 있고, 거기에서 최선의 길을 찾는 그런 사람들이 이 글을 쓰는 저나 지금 읽고 있는 여러분 아니겠습니까?
그런 애호가들을 울리는 업체들의 쇄락은 여기 저기서 안타까운 소식을 남기기 시작했고, 열받아서 오디오 접는다는 진심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들려왔습니다. 오디오에 대한 열정은 그렇게 피끓는 분노로 변해갔습니다.
와싸다를 들어 오시는 분이라면. 어느 정도 오디오 애호가라면 "풍악"이라는 앰프를 들어 보셨을 겁니다.
와싸다의 클럽을 통해 탄생한 이 업체는(와싸다와는 무관합니다) 이후 다음카페에 둥지를 틀고 앰프를 만들어 왔습니다.
업체 이름은 윈사운드. 소형 진공관 인티 풍악을 시작으로 불세출의 걸작 "풍류", 변강쇠 같은 힘의 슬림인티 "트릴로"와 "하이엔드 프리파워"까지. 윈사운드의 발자취는 2000년 이후 국내 하이파이 앰프의 대표적인 브랜드로 역사를 남겼습니다.
국내에서 탑의 자리는 갈 수 없었지만, 가성비를 따지는 매니아부터 윈사운드만의 소리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까지 한동안 윈사운드는 오디오애호가들을 열광하게 만들기에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윈사운드는 언젠가부터 사기다 뭐다 먹튀다 등등 시끄럽기 짝이 없었습니다.
해당 카페를 들어가면 정보교환의 장이 아니라 사기다 아니다 성토하는 글들과 온갖 험담이 날라다니는 이해 못 할 장소였으니 말입니다.
윈사운드의 기기를 중고로 구매하고는 카페를 가입하는 사람들은 작금의 이 상황이 뭔지 허걱하며 놀라고 그렇게 윈사운드는 온갖 잡음 속에 지금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저 역시 돈을 보낸지 몇년만에 이 에틱이라는 앰프를 받았습니다만, 도저히 이해 못 할 업체라는데 그 누구도 이견을 보일 수 없으리라 믿습니다.
자...... 재미있는건 이 업체를 이끄는 유사장이라는 분이 정말 신기합니다.
부도가 나도 몇 번이 났을 것이고 이젠 허름한 사무실 하나밖에 안남아 있는 상황인데 만세를 부르지 않는겁니다. 욕할 사람은 욕하라고 하고 난 끝까지 앰프를 만들어 일을 해결하고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었지요. (이 부분 역시 이번에 앰프를 찾으러 갈 때 들었지만 말입니다.) 사실 저는 앰프 받을게 있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먹고 사는게 바쁘다보니 그저 그렇게 잊혀졌던 앰프이니 말입니다.
다행인지 윈사운드 카페에서는 돈 문제로 시끄러웠던 분들이 저처럼 다 해결되어 가고 있나 봅니다.
하지만, 유사장이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배신과 절망을 윈사운드에 돈 주고 기기 받겠다는 사람들이 이해할 필요도 없고 동의할 이유도 없습니다. 결국에는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겠지요......
길기도 한 그 내막은 사실 알고싶지도 않고 여기에 올리기는 더욱 싫어지네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윈사운드 카페의 회원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정말 신기한건 이전까지 쌍욕을 하고 고소한다 뭐한다 난리치던 분들이 에틱앰프를 받고 기기를 받았다는 글을 올리면서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씀들이 있습니다.
앰프가 정말 소리 좋다......이겁니다. "기승전 앰프조아" 이렇게 말이죠.
만약에 윈사운드에서 문제 생겼던 일들이 다 해결된다면, 다시 윈사운드가 일어설 수 있다면 국내 하이파이 시장에서 다시금 좋은 포지셔닝이 가능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에틱이라는 앰프의 리뷰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음악을 듣고 있노라니 마치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한떨기 아름다운 연꽃이 떠올랐으니 말입니다.
제일 먼저 이야기 할 것은 이 앰프는 진공관이 아닌 인티앰프입니다.
고풍스런 디자인이 마치 진공관이란 생각이 듭니다만, 인티앰프입니다.
근래의 대형 브랜드의 인티앰프와는 완전 반대의 길을 가는 매우 불편한 인티앰프입니다.
전면의 조작스위치는 세개인데 맨 왼쪽이 전원, 가운데가 소스변환스위치, 오른쪽이 볼륨입니다.
리모콘? 없습니다.
DAC? 없습니다.
포노단? MC도 가능하냐구요? 포노단같은거 없습니다.
블투 되냐구요? 다 안되는되 블투가 되겠습니까?
입력단이 풍부하냐구요? 입력단 세개 뿐입니다.
스피커는 두 조 되냐구요? 한 조만 됩니다.
밸런스단자 있냐구요? 아 진짜. 없다니까요.
단돈 몇만원짜리 중국산 컴용 미니앰프만도 못하게 편의성이나 기타 등등은 구매의욕을 잠재우기에 충분하리만큼 매우 불편한 앰프입니다.
앰프를 받으러 가서 위에 대한 부분들을 이야기했습니다.
몰라서 안한게 아니고 단가 맞추느라고 다 뺐답니다. ㅡ,.ㅡ
100만원대에서 만들 수 있는 최대치의 사운드튜닝을 위해 하이파이적인 부분들로만 가겠노라고 하시더군요.
앰프를 받아 오며 적잖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아 뭐야 이거...... 사실 그랬습니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와싸다 풍악동 때부터 윈사운드의 주고객은 40대 이상이 주를 이루는 오디오경력이 기본 1,20년은 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같은 사람도 명함 내밀기 힘든 고수분들이 많으시죠.
그런 분들이 이 에틱을 받아가셔서는 하나 같이 앰프에 대해선 그저 좋다라는 말 이외에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으십니다.
이 불편한 기기를.
왜 열광하는지.
저도 그 마음이 이해가 가기에 이렇게 글을 남기는 이유입니다.
남편에게 개 쳐 맞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여인네의 몸에서 이끌어져 나오는 욕정 마냥, 윈사운드 앰프의 소리는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앰프에 대한 욕은 하지 않게 되는 묘한 마성이 있습니다.
제 표현이 과하다 싶지 않나 생각해 보지만, 사실 이 표현 밖엔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오디오쟁이의 욕정은 바로 그것이니 말입니다.
어지간한 프리 파워를 구동해서 잘 울리기 힘든 스피커가 제 스피커인데, 이 녀석은 일단 스피커를 가지고 노네요.
쥐락 나락 폈다 움켜쥐었다 가끔은 스피커를 들어올리다가 매치는. 그런 느낌입니다.
가끔 남자들이 하는 농담 마냥, 스피커가 교성을 지르며 왜 이제까지 이런 앰프 안물려줬냐며 공기반 소리반으로 말하는 것처럼 노래를 합니다.
구동력을 표현하고자 약간은 저속한 표현을 했습니다만, 실로 구동력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볼 품 없는 쇳덩어리같은 디자인의 이 에틱은, 전작 트릴로가 보여주었던 변강쇠같은 이미지보다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구동력으로 스피커를 가볍게 드라이브합니다.
윈사운드의 프리 파워를 사용해 본 적 있는 제 느낌 상 프리파워보다 댐핑이 더 좋게 느껴지네요. 물론 저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전에 사용했던 앰프보다 무대감이 더 넓게 느껴집니다.
화사한 고역이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여인네의 치맛자락 만큼이나 매혹적이네요.
어여쁜 질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높은 산에서 보이는 하늘만큼이나 탁 트인 시원한 느낌은 오디오로 느끼는 쾌감을 이야기하기에 충분합니다.
농밀한 중역대는 더 깊이감 있는 무대감을 주는데 일조하며, 편안하고 펑퍼짐한 양감 있는 저역대가 아니라 타격감 있고 단단하게 받쳐주면서 완급조절을 하는듯 하게 박진감 넘치는 저역대를 만들어줍니다.
전체적으로 500에서 천만원 사이의 가격대에서 느낄 수 있는 전형적인 하이엔드 인티앰프의 아이덴티티가 느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그 모든 불편함들을 소리 한 방으로 잠재우는 앰프입니다.
튜닝의 묘미인지 어떤지 저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잘 모르겠습니다만, 특정대역에서 왜곡이 난다던지 하는 일반적인 단점을 찾아보기 힘든 특성입니다.
상당히 남성적인 스타일이라 광활한 대지 위를 검정 종마가 달리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가끔 장터를 보면 풍악 미니진공관은 매물도 흔하지 않고 나오면 바로 바로 거래되는 제품입니다.
풍악2도 그랬고 풍악포노는 공히 인정받는 포노앰프죠.
풍류의 경우 최근에 나오는 500대 진공관 인티에서도 듣기 힘든 소리였습니다.
트릴로는 1,2,3까지 나오며 아직도 현역에서 많은 인기를 받는 그런 제품입니다.
윈사운드의 모든 제품이 그러했듯, 가성비라는 측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제품군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에틱이라는 앰프가 그 역사의 정점을 찍지 않을까 기대해 마지 않습니다.
욕할 부분은 욕을 해야 하고 이제까지의 과오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듯, 현실은 냉정합니다......
지금까지 팔린 수많은 윈사운드 기기의 유지보수도 필요하겠지만, 오디오애호가로서 더 버티고 끌고 가서 에틱보다 더 좋은 앰프가 나왔으면 합니다.
에틱.
한 번은 꼭 써보고 싶고 주변에 권해주고 자랑할만한 정도의 마음이 가는 "물건"입니다.